산양들의 죽음과 자연-사람의 공존[문화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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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은 자연의 생명력이 절정에 이르러 숲과 들판에는 싱그러운 녹음이 가득하고 맑고 푸른 하늘이 더해져 우리에게 활력을 준다.
이 평화롭고 활기찬 계절이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산양에게 어느 해보다 매서웠던 계절이었음을 되돌아보면, 자연과 생태계가 가진 복잡한 상관관계를 다시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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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은 자연의 생명력이 절정에 이르러 숲과 들판에는 싱그러운 녹음이 가득하고 맑고 푸른 하늘이 더해져 우리에게 활력을 준다. 이 평화롭고 활기찬 계절이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산양에게 어느 해보다 매서웠던 계절이었음을 되돌아보면, 자연과 생태계가 가진 복잡한 상관관계를 다시 느끼게 된다.
산양은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IUCN Red List)에서 ‘취약’ 등급으로 분류돼 있으며,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의 부속서 Ⅰ에 명시돼 보호받는다. 산양 개체군 복원은 정부가 1994·1997·1998년 3차례에 걸쳐 에버랜드에서 키우던 6마리를 월악산에 방사하면서 시작됐으며, 이후 안정적으로 개체수를 회복하던 중이었다.
산양의 생태를 연구해온 필자는 지난겨울 강원도 북부지역에서 많은 산양이 죽은 원인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당시 산양이 죽은 원인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답은 늘 현장에 있기 마련이므로 필자는 산양이 죽은 시기의 서식지 내 상황을 주목해 원인을 찾고자 했다.
대개 11월 중순부터 내린 눈은 그대로 쌓여 공기와 맞닿은 부분부터 녹거나 다시 쌓인다. 하지만 그동안의 겨울과 달리 지난겨울에는 눈이 비로 바뀌어 내린 직후 기온은 다시 영하권으로 떨어졌고, 빗물로 녹은 눈이 땅과 산양의 먹이 자원을 마치 스케이트장 같은 얼음층으로 덮어 버렸다. 이후 영하권이 계속되면서 얼음층 위에 눈이 내리는 현상이 2월까지 반복됐다. 겨울철 부족한 먹이와 매서운 추위를 피해 겨울잠을 자는 반달가슴곰이나 오소리와 달리 동면을 하지 않고 지표면의 식물을 먹으며 고난의 계절인 겨울을 견뎌내야 하는 산양에게는 치명적인 일이었다.
산양들이 어느 해보다 혹독했던 지난겨울을 잘 버텼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산양이 그 겨울에 죽었다. 겨울철 노령 개체와 어린 개체들이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과정에서 탈진으로 죽는 것은 냉정한 자연의 세계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됐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울타리가 산양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데 제약이 되었을 수 있다. 하지만 예년과 다른 양상의 강설, 강우, 기온 분포를 고려해보면 ASF 울타리가 산양 죽음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생태계는 거대하며 환경과 생물들 간 그리고 생물들 상호 간에 복잡한 관계를 맺고 맞물려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한 가지 원인으로 한 가지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 한 가지 이상의 결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산양의 피해는 생태계라는 큰 관점에서 다각도로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생태계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우리 인간이 100%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모든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번 사례처럼 산양 피해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고 이를 회복할 수 있도록 산양 등 야생동물의 안전망 구축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산양 개체군 회복에 대한 조사·연구도 필수적이다. 또한, 기후변화로 지난겨울과 같은 기상이변이 발생하는 강도와 빈도의 증가가 예상되며 야생동물의 서식과 이동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산양 등 야생동물의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지난겨울을 나지 못한 산양들이 우리에게 던진 ‘자연과 사람의 공존’이라는 숙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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