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붕괴 연상시키는 北 우주발사체 망상[기고]

2024. 5. 3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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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후반, 미국과 소련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두 진영을 대표해 여러 분야에서 체제 경쟁을 벌였고, 전장을 우주로까지 확대했다.

소련은 1957년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세계 최초로 발사하는 등 처음에는 우주 개발에 있어 우위를 점했다.

미국의 기술력과 경제력을 상징하는 민간 기업인 스페이스X가 2023년 한 해에만 98회의 우주 발사체 발사에 성공하는 등 세계 각국은 우주 시대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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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곤 항공우주연구원 초빙연구원

20세기 중후반, 미국과 소련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두 진영을 대표해 여러 분야에서 체제 경쟁을 벌였고, 전장을 우주로까지 확대했다. 소련은 1957년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세계 최초로 발사하는 등 처음에는 우주 개발에 있어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미국의 ‘스타워즈’ 계획 등 군비 경쟁에 맞설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못해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다가 1991년 마침내 연방국이 붕괴되고 말았다.

이후 냉전체제가 해체되고 세월이 흐른 지금, 우주는 체제 경쟁이 아닌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국익 경쟁 무대로 바뀌었다. 미국의 기술력과 경제력을 상징하는 민간 기업인 스페이스X가 2023년 한 해에만 98회의 우주 발사체 발사에 성공하는 등 세계 각국은 우주 시대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들어갔다.

이러한 뉴스페이스 시대에 북한은 아직도 우주를 체제 선전의 장으로 이용하려는 행태를 보인다. 북한은 일찍부터 체제 유지를 위해 장거리미사일에 집착했으며, 최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우주 발사체 개발에 집착하고 있다. 특히, 김정은은 2021년 8차 당대회 때 수년 내 군사정찰위성을 갖겠다고 선언하고 그것을 숙원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11월 최초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발사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 5월 27일 밤 10시 44분쯤 추가로 발사했으나, 발사 직후 1단 추진체가 폭발했다. 군 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실패는 발사체 엔진 연소 계통의 문제로 추정되며, 북한도 새로운 엔진을 개발·적용한 데 따른 문제였다고 인정했다. 이는 러시아 기술진이 북한에 들어가 로켓 발사체 연소시험 등을 지원했는데도 아직 북한의 기술력은 완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이번 실패는 단순히 기술력 부족에 그치는 게 아니라, 경제 측면에서 보면 더욱 심각한 문제다. 우주 발사체를 궤도에 올리는 데 최소 수억 달러가 드는 만큼, 이는 북한 전 주민의 1년 치 식량에 가까운 비용을 허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23년 이후 북한은 위성, ICBM 등 총 9차례의 우주 발사체 발사 시험을 했다. 만성적인 식량난과 열악한 경제 상황을 무시한 채 군사 목적을 위한 우주 발사체 개발에 재정을 탕진하고 있는 데 대해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도 거세다. 또한, 추후 이번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수차례의 시험과 발사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북한 주민의 삶이 더 피폐해질 것이다.

통상 중대형급 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발사체 엔진 개발에는 십수 년이 걸리며, 소형급 위성 발사를 위한 소형 발사체 개발에도 수년 이상이 소요된다. 유럽은 2014년 발사성공률이 90%를 웃돌던 ‘베가(Vega)’ 발사체의 성능을 일부 개선한 ‘베가-C’ 개발에 착수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도 문제를 해결하는 중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위성 발사 이후 약 6개월 만에 새 엔진으로 위성을 발사했다는데, 과연 안정적인 발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을까?

김정은은 체제 선전과 주변국 갈라치기에 급급한 나머지 성급하게 ‘야밤 발사’ 버튼을 누르게 된 게 아닐까? 김정은의 무리한 시도는 한·일·중 정상회의를 겨냥해 3국 간의 협력 관계에 균열을 내기 위한 이유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경제력과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인데 우주 분야에서도 체제 선전을 위해 무모한 예산 투입과 정책 결정을 하는 북한의 모습에서 1991년 소련 붕괴의 잔상이 보인다. 북한은 구소련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국가 재정과 국력을 주민들의 생존권과 인권을 위해 집중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바꾸기를 기대한다.

최우곤 항공우주연구원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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