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지배구조 흔들...되살아난 ‘소버린 트라우마’ [위기의 SK그룹]

2024. 5. 3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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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의 '세기의 이혼' 2심 공판 결과가 나오면서 SK그룹 지주사 SK㈜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최 회장이 1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재산분할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SK㈜ 주식을 경영권에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 일부 처분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시장에서 나오면서다.

앞서 2003년 외국계 운용사인 소버린은 SK㈜ 지분을 14.99%까지 끌어올리는 등 SK의 최대주주로 부상, 최태원 SK 회장 퇴진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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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분할 판결 당일 주가 9.26% 올라
2003년 ‘경영권 분쟁’ 재현 우려 확산
“최 회장, ‘SK실트론’ 지분매각 전망도”
[연합]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의 ‘세기의 이혼’ 2심 공판 결과가 나오면서 SK그룹 지주사 SK㈜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최 회장이 1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재산분할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SK㈜ 주식을 경영권에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 일부 처분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시장에서 나오면서다.

특히, 일명 ‘소버린 사태’로 기억되는 2003년 경영권 분쟁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예측에 추가적인 주가 상승세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SK㈜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9.26% 오른 15만81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장 한때 SK㈜ 주가는 16만7700원까지 치솟았다. 31일 장 초반에도 SK㈜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7.21% 오른 16만950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전날 서울고법 가사2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최 회장의 SK㈜ 보유 주식을 ‘특유 재산’으로 인정해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던 1심과 달리 2심에선 SK㈜ 주식도 재산 분할 대상으로 인정한 것이 주목할 지점이다.

최 회장 측이 대법원 상고를 예고한 만큼 재계 안팎에선 당장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향후 SK그룹 지배구조에는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 회장은 3월 말 기준으로 SK㈜ 지분 17.73%(1297만5472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주회사인 SK㈜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SK㈜는 SK텔레콤(30.57%), SK이노베이션(36.22%), SK스퀘어(30.55%), SKC(40.6%)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 회장 측 SK㈜ 지분이 25.57%에 불과해 재계 안팎에서는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2심 판단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재산분할액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의 지분이 상당 부분 희석될 가능성이 있고, 앞으로 경영권 분쟁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경영권을 지키고 빼앗는 과정에서 공격적인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어 경영권 분쟁은 단기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현재로선 최 회장이 보유 지분을 담보로 대출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소버린 사태’를 겪은 최 회장이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할 가능성은 작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2003년 외국계 운용사인 소버린은 SK㈜ 지분을 14.99%까지 끌어올리는 등 SK의 최대주주로 부상, 최태원 SK 회장 퇴진 등을 요구했다. 이듬해인 2004년 3월 SK㈜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끝에 최 회장이 승리하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고, 결국 2005년 7월 소버린이 SK㈜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경영권 분쟁 사태가 마무리된 바 있다.

비상장 주식인 SK실트론(지분율 29.4%)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할 것이란 전망도 일각에선 나온다.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가치는 6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선 당장 이번 판결의 결과가 SK그룹에 대한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SK㈜ 주가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평소 자사주 매입·소각 등으로 주가 부양에 대해 최 회장이 관심이 컸던 만큼 의지를 실천으로 옮길 가능성도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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