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덕이란 이런것!" '접영신성'金민섭,2년전 '팬심가득'세계기록보유자 꺾던 날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스무살 접영 신성' 김민섭(독도스포츠단)이 '세계기록 보유자'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민섭은 30일(한국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24년 마레 노스트럼 2차 대회 남자접영 200m 결선에서 1분55초47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으며 우승했다.

'헝가리 최강' 도쿄올림픽 이 종목 금메달리스트(1분51초25)이자 1분50초34의 세계기록을 보유한 크리스토프 밀락(1분55초67·2022년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을 0.2초차 2위로 밀어냈다. 김민섭의 레이스는 거침없었다. 첫 50m 구간부터 25초56, 1위로 치고 나간 후 50~100m 구간을 29초54, 대만 왕쿠안훙에 이어 2위로 통과했다. 100~150m 구간을 29초69로 주파하며 선두를 회복했고 100m까지 4위를 달리던 밀라크의 막판 추격을 이겨내고 마지막까지 1위를 유지하며 짜릿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밀락은 2022년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 접영 200m에서 마이클 펠프스의 10년 묵은 세계기록을 깨뜨린 괴력의 레이서. 밀락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김민섭이 눈부신 킥과 영리한 레이스 운영으로 승리했다. 지난 3월 파리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당시 세운 자신의 한국신기록 1분54초95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세계기록 보유자를 유럽 원정에서 꺾으며 가파른 상승세를 입증했다. 파리올림픽을 56일 앞두고 앞두고 자신감과 기대감을 바짝 끌어올렸다.

사진제공=대한수영연맹

'올림픽 시즌' 김민섭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 3월 파리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접영 200m 예선, 결선에서 잇달아 한국신기록을 경신하며 첫 올림픽 티켓과 함께 스타덤에 올랐다. 예선에서 1분55초45로 17개월 만에 자신의 한국신기록을 앞당기며 올림픽 기준기록(1분55초78)을 뛰어넘은 후 결선에서 1분54초95로 새로운 한국신기록, 한국선수 최초로 1분 55초대의 벽을 넘었다. 올해 도하세계수영선수권 결선 3위, 도쿄올림픽 결선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보유한 채 출전한 이번 대회 상승세를 이어갔다.

2022년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 밀락의 세계신기록 작성 당시 김민섭은 현장에 있었다. 2019년 광주세계선수권에 이어 두 번째 세계선수권 출전, 자신의 주종목에서 50초를 찍는 선수를 관중석에서 똑똑히 지켜봤다. 김민섭은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 접영 200m 경기를 눈앞에서 봤다. 50초대를 넘어 49초까지 나오길 팬심으로 엄청 응원하며 봤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두 달 전 김민섭은 '밀락을 직접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진을 같이 찍고 싶어 찾아다닌 적이 있는데 만나기가 어렵더라. 딱 한번 뵀다. 저희 돗자리 옆에서 몸을 푸시고 있길래 사진을 함께 찍었다"고 털어놨다. 극존칭을 섞어 '리스펙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동료이자 선수로서 파리올림픽에서 만난다. 나도 결선에 꼭 올라가고 싶다"며 눈을 빛냈었다. 그리고 두 달 후, 모의고사를 겸해 출전한 바르셀로나 포디움에서 스무살 김민섭은 '세계 최강' 밀락을 꺾고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2000년생 현역 레전드' 밀락이 먼저 김민섭에게 다가와 어깨에 팔을 두르고 단체사진을 제안했다.

김민섭의 꿈은 이제 시작이다. "파리올림픽에서 오후에도 경기를 하는 것, 접영 종목 사상 첫 결선 진출이 1차 목표다. 초반 스피드를 더 끌어올리는 것이 과제다. 같은 종목의 (김)서영 누나가 많은 조언을 해주신다. 나보다 날 더 잘 아신다. (김)우민이형 등 멋진 선배들을 가까이서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며 미소 지었다. "2025년 나고야아시안게임까지 길게 보고 52~53초대 진입을 목표로, 계속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단단한 각오를 전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