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러 본토 타격시 비례적 대응…완충지대 만들 것"(종합)

'완충지대'…점령지 확대 시도 가능성
"나토, 우크라 자극 무의미한 전쟁 도발"
"확전 선택한 국가들 매우 해로울 것"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뉴시스DB) 2024.05.31.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사용 제한을 해제할 경우 "비례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에 '완충지대'를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직접 타격할 경우 "그러한 행동에 대해 러시아군은 비례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말처럼 우크라이나에 완충지대를 만들어 러시아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타스 통신은 '그러한 행동'에 대해 '평화로운 민간 시설에 대한 공격'이란 편집자주를 달았다.

프랑스 등 무기 사용 제한 해제를 지지하는 국가들은 '국제법'을 따르고 '민간시설'은 공격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미사일 발사 지점 등 '군사 목표물'만 타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렘린궁도 이날 "서방 국가들이 무의미한 전쟁을 도발하고 있다"면서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특히 미국의 상황을 주시하면서 "이들은 의도적으로 새로운 긴장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자극해 러시아와 무의미한 전쟁을 계속하도록 도발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나토 동맹국, 특히 미국과 다른 유럽 국가들은 최근 며칠, 몇 주 동안 새로운 긴장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이렇게 하고 있다. 우리는 상당히 많은 호적적인 발언들을 듣고 있다"면서 "이것은 새로운 수준의 긴장을 유발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물론 이것은 필연적으로 결과를 수반할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 확전의 길을 선택한 국가들의 이익에 매우 해로울 것"이라고 위협했다.

[하르키우=AP/뉴시스] 지난 17일(현지시각) 러시아의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4.05.31.

미국은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주 방어 목적으로만 일부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이날 익명의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하르키우주를 공격하거나 준비 중인 러시아군에 반격하는 것"에 한정해 미국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비밀리에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에이태큼스(ATACMS) 사용이나 러시아 본토 장거리 공격 금지에 관한 정책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나토-러시아로의 확전, 제3차 세계대전 가능성을 우려해 러시아 본토 공격을 전면 금지해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지난 10일 하르키우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개시한 뒤 우크라이나가 더욱 수세에 몰리자 이 곳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러시아 내 군사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를 비롯해 영국, 프랑스, 핀란드, 캐나다, 폴란드, 체코, 네덜란드 등이 무기 사용 제한 해제를 지지했다.

독일은 '무기 공급 국가의 조건을 존중'하는 것을 전제로 동의했지만 독일산 장거리 순항미사일 '타우루스'를 공급하는 것은 거부하고 있다.

반면 이탈리아는 이날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12일(현지시각)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진행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24.05.31.

푸틴 대통령은 하르키우주 공격과 관련해 '완충지대'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하르키우주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러시아 벨고로드 지역을 드론 등으로 지속적으로 공격한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

러시아가 비례적 대응으로 또 다시 '완충지대'를 언급한 것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추가 점령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은 동부 돈바스 지역(루한스크, 도네츠크)과 남부 헤르손, 자포리자, 크림반도를 장악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8일 서방 국가들이 러 본토 공격에 무기 사용을 허용할 경우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면서 "유럽, 특히 작은 국가들은 그들이 무엇을 갖고 노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또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장거리 무기를 사용할 경우 러시아는 완충지대를 설정하는 것을 다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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