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죄 평결 후폭풍…11월 美대선 영향은?

방성훈 2024. 5. 3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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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역사상 첫 유죄 판결 받은 전직 대통령 '불명예'
대선 4개월 남기고 선고일 잡혀…징역·구금형 주목
트럼프 "처음부터 조작" 결백 주장…즉각 항소 예상
일부 유권자 이탈할듯…트럼프 지지층 결집↑ 가능성
바이든 "누구도 법위에 없어, 투표해 트럼프 쫓아내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돈’ 재판에서 34개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이 내려지면서, 오는 11월 미 대통령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역사상 처음으로 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직 대통령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진행된 ‘성추문 입막음 돈’ 재판에서 34개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은 이후 기자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AFPBB)

대선 4개월 남기고 선고일 잡혀…징역·구금형 주목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미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관련 심리가 진행됐다. 맨해튼 주민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이틀 간의 심의 끝에 만장일치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34개 범죄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3월 기소된 이후로는 1년 2개월만, 그리고 지난달 15일 재판이 시작된 뒤로는 약 6주 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당시 개인변호사이자 ‘해결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달러를 지급한 뒤 해당 비용을 법률 자문비인 것처럼 위장해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장부를 조작하는 등 범죄를 저지르는 등 총 34개 혐의가 적용됐다.

판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양형을 결정하는 선고일은 7월 11일로 정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년 6개월에서 4년의 징역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그의 나이와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짧은 형량 또는 집행유예 선고가 내려질 수도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선고일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하는 전당대회 직전, 그리고 미 대선을 4개월 남겨둔 시점이라는 점이다. 공화당은 7월 15일부터 18일까지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대선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로 지명되기 위한 과반(1215명) 이상의 대의원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대선 출마가 가능하다. 미 헌법에서 제시하는 대통령 후보 자격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 △35세 이상 △최소 14년 이상 미국 거주자 등 세 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 범죄를 저질렀다고 출마를 막는 법은 없다. 또 대선에서 승리하면 취임도 가능하다. 뉴욕주 법률상 ‘셀프 사면’은 불가하지만, 미 헌법은 대통령의 사면권을 허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선 가도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구금형을 받게 되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현장 유세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뉴욕 맨해튼법원의 후안 머찬 판사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범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100여년 전 1920년 대선에서 유진 데브스 당시 사회당 후보가 10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캠페인을 벌인 이후 미국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가 30일(현지시간) 성조기를 거꾸로 들고 유죄 평결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BB)

일부 공화당원 이탈할 듯…트럼프 지지층 결집↑ 가능성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판 과정 내내 혐의를 부인했으며, 평결 후 법정을 나오면서 “처음부터 조작된 결정이었다. 우리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고, 나는 아주 결백하다. 진짜 판결은 11월 5일 국민들이 내릴 것이다. 우리는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항소법원 제1사법부에 즉각 항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도 같은 결과가 유지되면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항소 기간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대선 전까지는 최종 결과가 나오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복역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다른 형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밀문서 유출,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 등으로도 기소됐으며, 이번 사건을 포함해 총 4건의 형사재판을 진행 중이다. 다만 이번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3건은 11월 대선 이전에 1심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그가 유죄 판결을 받은 채 대선에 출마하면 도덕성 논란, 신뢰 하락 등으로 무소속 및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까지의 기간을 고려하면 여론이 뒤집힐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사법 박해’라는 인식과 함께 그의 지지층 결집이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 캠페인 측에서는 ‘누구도 법 위에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집무실에서 쫓아낼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뿐이다. 투표함에 투표하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한편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구금형이 내려지면 미 연방법에 따라 그를 경호하는 비밀경호국 인력들도 교도소 안팎에서 24시간 무장 근무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수감자와 분리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음식과 물품에 대해서도 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범한 죄수가 아닐 것”이라고 짚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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