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범죄도시4' 류지훈 "빌런 마스크? 딸바보 해보고 싶어"

최보란 2024. 5. 3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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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최초로 트리플 천만을 기록하며 대표 프랜차이즈 시리즈로 자리매김한 '범죄도시'. 주인공 마석도 형사(마동석 분)와 더불어 매회 새로운 빌런들의 활약이 영화의 흥행을 이끈 힘이었다. 후속편마다 더 막강해지는 빌런의 진화는 영화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리핀을 거점으로 한 불법 도박과 사이버 범죄를 다룬 4편에서 배우 류지훈은 백창기(김무열 분)의 왼팔이자 황제 카지노의 3인자 이과장 역을 맡아 극의 긴장감에 일조했다. 카림빗을 사용한 날카로운 액션과 더불어 필리핀에 다른 도박 업체가 발을 딛지 못하게 경쟁자들을 무자비하게 처치하며 존재감을 발산했다.

특히 이과장은 장이수(박지환 분)와 경찰들과 짜고 유인한 미끼에 걸려들면서 광수대 형사들과 필리핀 경찰들의 습격을 피해 도망가던 중, 여성 직원 한 명을 인질로 잡고 대치하는 장면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알고 보니 이 인질극은 원래 대본에 없었던 장면이었다.

최근 YTN star와 만난 류지훈은 "허명행 감독님이 되게 잘 봐주셔서 원래 없던 장면들도 조금 만들어주셨어요. 대본상에 분량이 많지가 않았는데 현장에서 즉석으로 추가되는 신들이 있었죠. 원래 인질극 장면도 없었어요. 현장에서 감독님께서 추가해서 촬영하게 된 신이었죠"라고 이 장면에 얽힌 비하인드를 밝혔다.

이과장은 몰래 뒤로 접근해 천막 뒤에서 나타난 장이수의 경찰봉 공격을 맞고 제압당하게 되는데, 이 장면에 대해서도 류지훈은 "박지환 선배님한테 뒤통수 맞고 제가 낙엽처럼 쓰러지는데 그런 신들이 이제 거의 현장에서 감독님 구상으로 생긴 신이라고 할 수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류지훈은 "그걸 본 친한 지인들이 '되게 힘 있게 나오는데 너무 맥없이 쓰러지는 장면 때문에 좀 웃겼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이미지가 괜찮게 나왔다고, 잘 봤다고 연락이 많이 오더라고요. 20년 동안 연락 안 하던 중학교 친구 한테까지 연락 오니까 되게 고맙죠. 확실히 작품이 잘 되니까 제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저를 보고 있구나라는 걸 좀 느낀 것 같아요"라며 '천 만 영화'의 힘을 실감했다.

허명행 감독에 대해 류지훈은 "진짜 쿨해요"라고 표현했다. "딱 필요한 것들만 얘기하고 배우가 가진 액팅 포인트들을 지지해 주는 스타일이시기도 하고요. '오케이'가 빠르시기도 하고 배우들을 힘들게 하지 않고 연출도 시원시원했어요. 딱 포인트를 잘 잡아서 빨리 잘 찍으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액션 감독 출신이시니까 액션신이 훨씬 타격감이 좋았죠. 후배들도 잘 챙겨 주시고요."

'범죄도시'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빌런들은 더 악랄하고 수법은 교묘해졌다. 그만큼 관객의 기대도 커졌다. 류지훈은 "작은 일에 크게 흥분하지도 않고 큰일에 너무 방방 뜨지도 않고, 그러니까 좀 절제된 연기를 조금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라면서 "오히려 그렇게 감정을 좀 뺀 상태로 연기를 하려고 했고 김무열 선배와도 호흡을 맞출 때 그런 식으로 서로 얘기를 하고 하기도 했거든요. 제가 무게감 있게 받쳐줘야 메인 빌런의 악함이 더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라고 자신이 생각한 이과장에 대해 소개했다.

거친 액션이 난무하는 '범죄도시4'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장면으로는 오프닝 신을 꼽았다. 필리핀에서 도망가는 상처투성이 남자와 그 뒤를 쫓아 이과장과 조직원들이 질주하는 장면이다. 류지훈은 "불법 카지노 운영을 위해 감금한 인물 한 명이 탈출해 잡으러 가는 장면인데, 필리핀 그 더운 나라에서 진짜 많이 뛰었죠. 감독님한테 체력 단련을 하고 오라는 지령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한 달 전부터 달리기하고 등산도 틈틈이 했는데 그 신이 제일 힘들었어요. 촬영 도중에 코너를 돌다가 무릎이 깨지기도 했고요"라고 떠올렸다.

류지훈은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배출한 서울예대 출신으로 특히 손병호, 류승룡, 라미란, 송은이, 김진수, 박건형, 강홍석 등이 거쳐간 예민회(서울예대 민속연구회)에서 활동했다. 봉산탈춤을 배우고 연구하는 동아리로, 1979년 동랑민속연구회로 발족해 현재까지 맥을 이어온 만큼 역사와 전통이 깊다.

"좀 고생스러운 동아리에요. 기마 자세 1시간씩 시키고 스파르타식이라, 서울예대 동아리 중에서는 제일 힘든 동아리죠. 아마추어 동아리가 아니라 대회도 나가고 초청받아서 공연을 하기도 해요. 덕분에 하체도 엄청 좋아지고 또 근성 같은 걸 좀 배웠던 것 같아요. 학교 수업보다 그걸 더 열심히 했으니까요. 하하."

'범죄도시4'에서 빌런으로 활약했지만, 실제 감성은 액션보다는 멜로 쪽에 더 가깝다고. 인생 영화로 '러브레터'를 꼽은 류지훈은 "중학교 때부터 이와이 슌지 감독 작품을 좋아했어요.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 하얀 눈밭 위의 풍경, 시공간을 초월하는 멜로가 좋았죠"라고 말했다. 이어 "서정적인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에요. 단박에 이해되는 영화보다는 조금 곱씹어서 의미를 찾는 걸 즐기죠"라면서 박찬욱, 하마구치 류스케, 알폰소 쿠아론, 요르고스 란티모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등의 작품을 언급했다. 다만 좋아하는 장르와 배우로서 자신이 강한 장르는 다른 듯하다고 평가했다.

"좀 강한 외모? 뭔가 개성 있게 생겼잖아요.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뭔가 임팩트가 있는 마스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걸 살려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하지만 조금 부드럽고 선한 역할을 한번 해보고는 싶어요. '딸 바보' 역할이라든가 아니면 멜로도 좀 해보고 싶고. 근데 제가 외모가 이렇다 보니까 항상 나쁜 놈 아니면 괴롭히는 직장 상사 뭐 이런 위주로 들어와서.(웃음)"

연기자로서 어떤 소신을 가지고 있냐는 물음에 류지훈은 "영화 데뷔작인 '천문'이나 애정 하는 작품인 '인간실격', 또 천만 영화의 조연으로 만들어 준 '범죄도시4'. 제가 다작을 하지 않았는데 항상 좋은 선배님들과 좋은 스태프들과 한 것 같아요. 항상 감사하는 마음, 제가 가진 거 이상으로 어필하려고 한다기보다는 최대한 연기력으로 혹은 저의 배우로서의 이미지로 달려가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주목받기 싫은 건 아니에요. 근데 어떻게 주목받고 싶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좋은 작품과 좋은 배역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근데 그러려면 시간도 걸리고 제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지만요. 그래서 또 더 재밌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사진 = WNY엔터테인먼트 제공]

YTN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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