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떨며 도망쳤다”…여고생 사망 교회, ‘폭행·감금’ 폭로 터졌다
전 합창단원들의 증언 “단장 주도 폭력 빈번…결국 터질 게 터져”
교회 설립 목사, ‘성범죄 의혹’ 제기한 신도와 법정 다툼서 ‘패소’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그곳에서 벌어진 일은 끔찍했다. 도망쳐 나온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는데 최근 학생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국 터질 게 터진 건가."(탈퇴한 전 신도)
"들어가는 건 쉬워도 탈퇴는 거의 불가능하다. 탈퇴하면 '횡령했다' '고소한다'며 목사들이 금전적 문제로 옭아매기도 한다."(전해동 해당 교회 피해자 모임 대표)
최근 인천의 한 교회에서 여고생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온몸에는 멍 자국이 있고, 손목엔 결박 흔적도 있었다. 경찰은 여고생을 오랫동안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로 같은 교회의 50대 여성 신도를 구속했다. 이후 교회 산하 합창단과의 연관성도 파악해 50대 여성 합창단장도 구속했다. 이 교회를 탈퇴한 전 신도들은 학생의 죽음을 두고 묻어왔던 이야기를 폭로하기 시작했다. '마음을 꺾어야 한다'며 한 신도가 3살배기 아기를 코피가 날 정도로 때렸다는 사연도 있었다. 이 교회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5월15일. 인천에 위치한 G교회의 한 방에서 여고생 A양(17)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올해 3월부터 이 교회에서 A양과 함께 지내던 신도 B씨(여·55)는 당시 오후 8시쯤 "A양이 밥을 먹던 중 의식을 잃었다"며 직접 119에 신고했다. A양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4시간 후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사인은 폐색전증(혈전이 폐동맥을 막아 생기는 질환)으로 추정된다"며 "학대 가능성이 있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한 B씨의 죄명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변경해 검찰에 송치했다. B씨의 학대 행위로 A양이 사망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B씨는 신체 결박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A양의 자해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목사 딸 합창단장, '복 줄거다'라며 머리 때리기 일쑤"
사망 원인을 둘러싼 의혹은 교회 산하 합창단으로 쏠렸다. 합창단을 빠져나온 전 단원들은 "합창단은 언어폭력과 구타가 빈번했고, 그 주축에는 늘 박○○ 합창단장(여·52)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박 단장은 G교회를 설립한 박아무개 목사의 딸이다. 경찰은 5월27일 박 단장을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했다. 박 단장의 피의자 심문을 담당한 송종선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갈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A양은 대전에 있는 S음악중고등학교에 다니다가 지난 3월부터 G교회 2층에서 지냈다. 탈퇴한 신도들은 A양이 머물던 방 맞은편이 합창단원이 숙소로 활용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A양은 지난해 7월 교회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서도 합창단이 주최한 클래식 공연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국을 순회한 당시 공연에는 세계 정상급 클래식 음악 거장들이 협연하기도 했다. 이에 전 신도들은 A양이 최소한 합창단 예비단원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저널과 인터뷰한 전 합창단원인 이준철씨(가명)는 "합창단원들은 박 단장에게 정신적·육체적으로 지배당했다"며 "박 단장의 지시로 신도 간 폭행도 종종 있었다. 서로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셈"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합창단이) 미국 공연을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제가 타깃이 됐다"며 "(박 단장이) 남자인 저를 직접 때리지 못하니까 남자 단원 둘을 시켜서 허파가 뒤집어질 정도로 욕을 퍼붓고 팔과 다리를 붙잡고 구타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 단원들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결국 몇 년 전 합창단을 빠져나왔다고 했다.
구타를 당한 이유는 다양했다. 또 다른 탈퇴 단원인 정민아씨(여·가명)는 "박 단장은 항상 잡일을 시킬 단원 한 명을 옆에 데리고 다녔다"며 "(그 애가) 연습을 제대로 못 하면 욕설을 퍼부으면서 때렸다"고 했다. 그는 "'사람이 교만하면 하나님이 일하실 수 없다' '내가 마음을 낮춰서 저 아이에게 복을 줄 거다'라며 때렸다"면서 "다른 단원들이 못 보게 방에 들어가 주로 머리를 때렸다"고 토로했다. 정씨는 자신의 동료가 박 단장과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신발로 머리를 얻어맞은 적도 있었다고 했다. 합창 연습시간엔 음정이 틀리거나, 피아노 소리를 듣고 음을 맞추지 못할 경우 박 단장이 독설을 하거나 물건을 던졌다고 말했다.
종교계에 따르면, G교회는 "예수의 십자가 보혈로 모든 죄가 사해져 이를 믿는 사람은 구원 이후 마음대로 살아도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는 논리를 펴며 "죄를 지어도 모든 죄를 사했기에 더이상 회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전해동 해당 교회 피해자 모임 대표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목사들은) 음란, 도둑질, 살인, 간음 등 성경에 나온 죄를 저질러도 죄가 없다며 '용서'의 개념을 푼다"면서 "결국 교회 안에서는 죄가 하나도 없으니 악행이 만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G교회 측은 A양의 사망과 합창단은 관련이 없으며, 누군지도 잘 몰랐다는 입장이다. 교회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정확하게 밝히려고 했지만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니까 더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합창단 관계자도 "(사건 관계자들이) 수사에 제대로 응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빠져나오는 과정도 지옥"…탈주 시도 단원 감금도
교회를 빠져나오는 과정도 공포였다고 한다. 정씨는 "더는 (합창단에서) 못 버티겠다고 생각해 박 단장이 해외에 있을 때 몰래 짐을 싸 나와서 동생 집으로 도망쳤다"며 "탈주하면 (교회에서) 쫓아오는데 다시 잡혀가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고 밝혔다. 탈퇴한 교회 신도들도 같은 심정을 토로했다. 탈퇴자들은 "교회 사람들이 집 앞까지 찾아와 협박했다" "모든 걸 버리고 탈퇴해 생계가 무너졌다" "교회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저주하더라"고 전했다.
1년여 전 탈주를 시도한 한 합창단원이 신도들에게 납치·감금된 사건도 있었다. 법조계에 따르면 2022년 8월 5년여간 합창단 기숙생활을 해온 20대 여성 C씨가 교회를 탈출해 서울에 있는 친구 집으로 피신했다. 이에 이아무개씨 등 신도 6명이 C씨의 소재 파악에 나섰고 이틀 후 서울 관악구 거리에서 발견해 납치했다. 신도들은 C씨를 제압해 승합차에 강제로 태운 후 G교회에 도착할 때까지 30여 분간 감금했다.
이들 중에는 C씨 어머니와 언니, 합창단 동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신도 6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감금과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지난해 4월 사건을 기소했고, 서울중앙지법은 같은 해 8월 신도 6명에게 각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신도들은 같은 해 9월 "1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를 제기했고, 5월29일 항소심 첫 공판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G교회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진 시점과 맞물려 신도들이 연이어 항소취하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5월21일 한 신도를 시작으로 23일(1명), 24일(2명), 28일(2명)에 각각 항소취하서를 제출했다. 결국 이씨 등 6명 전원의 항소취하로 1심 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항소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한 탈퇴자는 "조용히 (사건을) 묻으려는 꼼수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강간' 의혹 대표 목사, 신도와 법정 다툼에서 패소
탈퇴한 신도가 교회 측과 법정 다툼을 벌인 사건도 있었다. 지난 2019년 8월 G교회 전 신도인 김아무개씨(남)는 설립자인 박 목사가 제기한 법정 싸움에서 대법원 판결을 통해 최종 승소를 받았다.
김씨는 지난 2015년 5월부터 13회에 걸쳐 박 목사와 그의 일가를 둘러싼 성범죄 의혹 등을 제기하며 강남교회와 박 목사 짚 앞에서 시위를 했다. 그는 당시 "박 목사가 지역장 회의 때 '내가 과부 자매를 강간했다'고 말한 성범죄 의혹을 진상공개 하라, 박 목사의 아들 박아무개씨의 혼혈 여고생 성폭행(뉴욕교회) 의혹을 규명,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박 목사 측은 2015년 김씨에게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집회금지 및 인격권 침해금지 가처분신청 소송을 걸었다. 1심 재판부(서울동부지방법원)는 박 목사 측 손을 들어줬지만,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은 이를 뒤집고 기각했다. 2심은 "적시된 사실들이 모두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의혹을 알리는 목적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타인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였다는 사유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박 목사는 재항고를 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김씨 손을 들어줬다. 김씨는 법정에서 박 목사 일가의 성범죄 의혹 근거로 진술서, 녹취록 등을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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