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고 야구부 창단이 불러온 나비효과”

박상은 2024. 5. 31. 11: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범호 기아 타이거즈 감독 깜짝 축하
야구를 통해 좀 더 활기차고 젊은 도시로 거듭
선수단 가족 전입 신고 의성 읍장 행복한 비명
의성고 야구부 창단 멤버와 김주수(중앙) 의성 군수. 의성=박상은 기자

'마늘과 컬링의 고장' 경북 의성군에 사상 첫 고교 야구부가 창단됐다.

경북 의성고가 31일 야구부 창단식을 거행했다. 경북지역 군 단위 지자체에서 야구부를 창단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의성군은 동계 스포츠 컬링에 이어 하계 인기 스포츠 야구계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주민들과 야구팬 사이에서는 '기념비적 사건'으로 평가하며 관심과 애정을 보내고 있다.

이날 창단식에는 김주수 의성군수, 양해영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부회장, 김용균 사무처장, 김성호 경북야구소프트볼협회장 대행, 양일환 대구야구소프트볼협회 부회장, 김용달 전 LG 타격코치 등이 참석했다. 또 박태호(영남대)·김상엽(경일대)·이준호(경북고)·임원수(경주고)·김기덕(협성경복중) 감독과 장원삼(JTBC 최강야구) 등 수많은 야구계 인사가 현장을 찾아 따뜻한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이날 창단식에는 깜짝 축하 영상이 공개됐다. 의성이 고향인 이범호 프로야구 KIA 감독이 보낸 축하 영상이었다. 최근 의성에서는 이범호 감독 덕분에 지역 연고 팀인 삼성 못지않게 KIA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영상에 이 감독이 나오자 순간 식장에서는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이 감독은 축하 영상을 통해 고향에 처음 생긴 고교 야구팀의 창단을 축하하고, 의성고 야구부의 무한한 발전을 염원했다.

이범호 기아 타이거즈 감독. 대구=박상은 기자

의성고 야구부는 3월 11일 창단 선언 이후 2개월 만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창단 승인 조건인 최소인원 14명을 충족시켜 야구에 대한 열정을 증명했다. 초대 감독에는 대구고 출신이자, 2003년 삼성 1차 지명 출신 김형근 전 협성·경복중 야구부 수석코치가 선임됐다.

양해영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부회장은 “의성고 창단 진행 과정을 연초부터 지켜봤다. 광역시 단위 지자체의 고등학교도 쉽지 않은 야구부 창단을 군 단위 고교가 해냈다. 그것도 아주 모범적으로 해냈다. 그 추진력, 돌파력을 이곳에 와서 알 수 있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양 부회장은 “의성 군민과 학교 측의 열의와 노력이 씨앗이 되었고, 김주수 의성군수의 통 큰 지원과 추진력이 싹을 틔웠다.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다. 그 같은 열정이면 앞으로 의성고가 야구계의 거목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양해영 대한야구소프트볼 협회 부회장. 한국일보=자료사진

양 부회장은 또 “의성 하면 마늘과 컬링이 떠오르는데 이제 야구의 도시로도 각인되길 기대한다. 고령화, 인구절벽으로 지방소멸이 우려되는 시점에 의성이 야구를 통해서 더 활기차고 젊은 도시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성군은 정규규격의 야구장 3면을 내년 가을까지 준공해 그중 1면을 의성고 야구부가 사용토록 할 계획이다. 의성군은 전용구장이 완공되기 전까지 의성고 야구부가 훈련에 불편함이 없도록 학교에서 18분 거리에 있는 정규규격 야구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의성군은 선수단 전용 버스, 지도자 임금을 지원해 학부모들의 부담도 줄여줬다. 군은 야구부 성공을 위해 앞으로도 다각적인 지원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정원(2학년) 의성고 선발투수. 의성=박상은 기자

의성이 고향인 김용달 전 LG 타격코치는 “주민들의 열정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학교 측의 배려로 지도자들이 소신껏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됐다. 전국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새로운 패러다임의 학생 스포츠팀이 탄생한 것 같다”며 박수를 보냈다.

야구부 창단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른 또다른 인물이 있다. 김주형 의성읍장이다. 그는 “5월 17일을 절대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은 야구부 선수단 가족 전원이 의성읍으로 전입신고를 한 날이다.

김주형(의성 읍장) 의성=박상은 기자

김주형 읍장은 “부임 4년 차인데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전입신고를 하기는 처음이다. 너무나 기뻐서 읍사무소 입구에 환영의 마음을 담아 붉은 카펫을 깔아 선수단 가족을 맞이했다”고 웃었다. 이어 김 읍장은 “의성읍에 야구부 창단으로 인구가 늘고 있다”며 “야구부 창단이 불러온 나비효과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주수 의성군수. 사진=의성군 제공

인터뷰를 마지막까지 사양했던 김주수 의성군수는 “의성고 야구부는 주민과 지자체가 애정과 지원을 함께 쏟아 창단하게 되었다. 5만 의성 주민과 전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70만 의성 출향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체이자 의성인의 구심점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선수들이 전국 무대에서 활약하며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의성고 야구부는 8월 11일 시작하는 제52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에 출전해 창단 첫 승을 목표로 맹훈련 중이다.

박상은 기자 subutai1176@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