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격에 우리 무기 써도 돼”…美 입장 번복, 우크라 전쟁 변수

지난 4월 9일 우크라이나군 58기계화여단 소속 장병들이 참호에서 무인기(드론)에 폭발물을 부착 중인 모습. [사진 출처 = 로이터, 연합뉴스]

개전 이후 2년여의 시간이 지나 교착 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 전쟁에 변수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서도 미국산 무기를 활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제한해오던 미국이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는 소식이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AP통신 등은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를 방어하는 목적에 한해 미국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 영토를 반격하는 것을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한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하르키우에서 반격 목적으로 미국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팀에 지시했다”며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에 충분한 반격을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언론들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본토 공격에 미국산 무기 사용을 전면 금지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원칙에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 큰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우크라이나에 대해 확실한 군사적 지원은 약속하되 확전을 막고자 해당 무기가 러시아 본토를 겨냥하는 것에 선을 그어 왔다. 이번 방침 변경은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다시금 대공세에 나서면서 국경도시 하르키우까지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내려졌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세의 위태로움을 강조하며 미국에 원칙을 수정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영국과 프랑스 등 서방의 주요 동맹들 역시 이미 서방이 지원한 무기를 이용해 러시아 본토에 반격을 가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미국이 이를 허용할 것을 압박해왔다.

30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사진 출처 = EPA, 연합뉴스]

이번 조치로 우크라이나군은 로켓 등을 쏘아 하르키우로 향하는 러시아의 미사일을 요격하거나, 국경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영토를 향해 폭탄을 발사하는 러시아 폭격기를 공격할 수 있게 됐다고 미국 언론들은 평가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무기를 활용, 러시아 내 민간 인프라를 공격하거나 장거리 미사일 등으로 러시아 영토 깊숙이 있는 군사 시설을 공격하는 건 여전히 금지되어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전날 몰도바에서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에 대해 “조건과 전장 상황, 러시아가 침략을 추구하는 방식이 바뀜에 따라 우리는 적응하고 조정해 왔다”며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 역시 같은 날 “전장의 조건이 진화함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지원도 적절하게 진화해왔다”며 이런 기조는 “변하지 않는다”며 허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미국 전직 관료와 학자 60명으로부터 러시아 본토 타격을 위한 무기 사용 허용을 요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한에 서명한 사람 중에는 나토 사령관을 지낸 필립 브리드러브와 전직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들이 여럿 포함돼 있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