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해결' 시급한 바이든..."미국 무기로 러 본토 공격 허용"
"G7 정상회의 전 동맹 단합 확인 및 대선 악영향 고려한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그간 확전을 우려해 망설였던 미국산 무기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일부 허용하기로 했다. 최근 수세에 몰린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이대로 방치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재대결이 예정된 11월 대선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해 러시아의 도발 우려에도 '정책 변화'라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CNN 등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미국 군수품으로 러시아 영토 일부를 공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며 "이번 결정으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우크라이나 북동부 도시 하르키우 근처에서 러시아 공격에 대한 반격에 나설 때만 미국산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가 하르키우 인근 국경에서의 (러시아)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에 포탄, 전차 등 미국산 군수품을 지원했지만, 러시아와의 직접 충돌 및 전쟁 확대를 우려해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것은 제한했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공격 강도가 높아지고 우크라이나가 수세에 몰리면서 미국이 지원한 무기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안팎에서 커졌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북동부 국경 바로 건너편에 무기를 배치하고 하르키우 일대를 공격하며 점령 지역을 확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첨단 무기를 보유하면서도 바이든 행정부의 '공격 제한' 정책에 러시아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에 무기 지원 시 러시아 본토 타격 금지 조건을 해제해달라고 요구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도 미국에 러시아 본토 타격 금지 조건 해제를 촉구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하는 방향을 정책을 변경하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8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포함해 우크라이나로 보낸 프랑스 무기가 러시아 내 군사기지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전날 "지난 2년여 동안 우리가 우크라이나 지원하는 방식의 특징 중 하나는 러시아의 침략과 확전 방식이 변화하면서 우리 역시 상황과 전장 변화에 적응한다는 것"이라며 '러시아 본토 타격 금지' 조건 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폴리티코는 "전날 미국과 우크라이나 회담에서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미국산 무기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전했다"며 이후 미국 정책의 변화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결정에도 미국산 무기의 '러시아 내 장거리 공격' 사용 금지 정책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공격 허용은 미국이 지난 2년여간 유지했던 정책을 버리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직접 개입해 전쟁 상황을 정리하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외신은 평가했다. 또 이런 입장 변화는 11월 미국 대선과 관련이 있다고 짚었다.
미국 대선을 5개월가량 앞둔 상황에서 러시아가 계속 승기를 잡는 분위기가 계속되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계획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러시아의 반발과 확전 우려에도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게 하고, 이번 전쟁이 제3차 세계대전으로 촉발되지 않게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그가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나토 창설 기념식 등 앞으로 예정된 주요 국제행사 참석을 앞두고 동맹국과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자 이런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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