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총선서 만델라당 30년만에 과반 붕괴…정계 지각변동

현지 시각 29일 실시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총선에서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집권 30년 만에 처음으로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것으로 보입니다.

남아공 '민주화의 아버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으로 단독 집권당 자리를 지켰지만 그간 고질병으로 꼽혀온 실업률, 빈부격차 등 민생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민심의 심판을 받게 됐습니다.

오늘(31일) AP·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개표가 절반 정도 진행된 가운데 ANC는 42.85%를 득표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제1야당인 친기업 성향의 민주동맹(DA)이 23.32%로 2위를 달리고 있으며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의 신생 정당 움콘토 위시즈웨(MK)가 10.35%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ANC는 1994년 총선에서 62.7%의 득표율로 처음 집권한 이래 줄곧 60%를 넘겨 정권을 지켰습니다. 직전 2019년 총선에서도 57.5%를 득표했습니다.

아직 개표가 진행되고 있지만, 현지 매체들은 ANC의 과반 득표 실패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로이터는 남아공 주요 방송사 3곳 중 2곳이 최종 결과에서 ANC의 과반 실패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완전 정당 비례대표제인 남아공에서는 유권자가 정당에 투표하고 그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의석수가 정해지는 의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통상 다수당 대표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기에 남아공 총선은 사실상의 대선을 겸하는 셈입니다.

ANC가 과반 득표를 못 하면 당 대표인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연정을 구성해 400석의 의회에서 과반(201표 이상)을 확보해야 연임할 수 있습니다.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종식 이후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배출한 ANC가 줄곧 과반 의석으로 집권했기 때문에 연정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ANC는 총선 직전까지도 과반 득표를 자신하며 연립 정부 구성 방식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AP는 전했습니다.

최종 개표 결과는 다음 달 2일 전후 공식 발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새 의회는 최종 결과 발표 뒤 14일 이내에 소집돼야 하며, 첫번째 임무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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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진 기자 (nodance@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