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사태에 ‘해운 비수기’ 해상운임↑…항공운임 동반 상승

이달 24일 기준 SCFI, 20개월 만에 2700선 돌파
‘희망봉’ 우회하는 미주 노선 운임, 6개월 새 4배 이상↑
해운 화물수요 항공 운송으로 이전…항공 화물운임 ↑

(시사저널=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3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제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4일 전주 대비 182.67포인트(p) 상승한 2703.43을 기록했다. SCFI가 2700선을 넘어선 건 2022년 9월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 연합뉴스

최근 홍해 사태 여파로 해상 및 항공 화물 운임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미국·영국의 후티 공습에 홍해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해운·항공 운임 상승세는 한동안 지속할 전망이다.

3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제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4일 전주 대비 182.67포인트(p) 상승한 2703.43을 기록했다. SCFI가 2700선을 넘어선 건 2022년 9월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해운 비수기인 3∼5월에 해상 운임이 이례적으로 급등한 건 지난해 시작된 홍해 사태 떄문이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는 지난해 11월 이후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50차례 이상 공격했다. 이후 선박들의 운항 거리와 시간이 모두 늘어나면서 해상 공급량은 감소하고, 운임은 치솟고 있다.

특히, 홍해와 연결된 수에즈운하 통항에 차질이 빚어지며 유럽과 미주로 향하던 선박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항로를 택하며 이 항로의 해상 운임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 서안 항로 운임은 1FEU(4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5189달러(한화 약 714만5300원)를 기록, 1주일 전보다 164달러 뛰었다. 6개월 전 가격인 1600달러 선과 비교해선 3배 넘게 오른 금액이다.

유럽 항로 운임도 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3409달러로, 지난주 대비 359달러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800∼900달러에 불과하던 해당 항로의 운임은 6개월 사이 약 4배 급증했다.

해상 운임 상승세가 불러온 풍선 효과로 항공 화물 운임도 최근 수개월간 증가세를 그리고 있다. 국제 항공 화물 운임지수 TAC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홍콩∼북미 노선 운임은 ㎏당 5.54달러로 전달 대비 13.5% 상승했다. 1년 전(5.20달러)보다 6.5% 상승한 것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월(3.60달러) 대비해서는 53.9% 높다. 홍콩∼유럽 항공 화물 운임도 지난달 ㎏당 4.47달러를 기록, 한 달 새 14% 상승했다. 2019년 4월과 비교해선 68.7% 급증한 수치다.

항공 화물 운임이 급증한 건 해상 운임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홍해 사태로 해상 운임이 고공행진하고 운송 기간이 길어지자, 기업들의 해운 화물 수요가 항공 운송으로 옮겨가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 3월 국제 항공 화물 수요는 1년 전보다 11.4% 증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월간 국제 항공 화물 수요도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개월 연속 증가세를 그렸다. 

여기에 중국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물동량 증가세도 운임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을 경유, 미국으로 옮겨 싣는 화물량은 최근 크게 늘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의 이커머스 수출입액은 5776억 위안(한화 약 109조65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증가했다.

해운 업계는 이번 홍해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운임 상승세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SCFI의 경우, 조만간 3000선을 넘어 4000선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 반군 간 10년 동안 이어진 분쟁 관계로 홍해 위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오는 9월까지 시장이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