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미분양 아파트, 3년 만에 5배로... 7만 가구 넘었다
최근 분양가가 치솟고, 고금리에 따른 수요 감소로 지방 주택 시장이 침체하면서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다시 7만 가구를 넘어섰다. ‘패닉 바잉’ 열풍으로 아파트 값이 가파르게 오른 2021년과 비교하면 3년 만에 미분양 물량이 거의 5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최근 10년간 추이를 살펴봐도 월 기준 미분양이 7만 가구를 넘긴 것은 작년 1~4월을 포함해 5번뿐이다. 아파트 준공 후에도 분양이 안 되고 남아 있는 ‘악성’ 물량도 9개월째 늘고 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경색과 고금리 장기화 상황 등을 감안하면 주택 시장 정상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미분양 아파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 3년 만에 5배로
국토교통부는 31일 4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7만1997가구로 한 달 전보다 10.8%(7033가구) 늘었다고 밝혔다. 2021년 4월(1만5798가구)과 비교하면 4.6배 수준이다. 지난 10년 동안 3만~5만 가구 수준이던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 정부 때 집값 급등의 여파로 2만 가구 미만으로 줄었다. 하지만 2022년부터 고금리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자 가파르게 증가해 작년 1월(7만5359가구) 9년 9개월 만에 7만 가구를 돌파했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와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대출을 확대하면서 5만 가구대로 줄었다가 작년 연말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미분양 아파트는 전체의 80%(5만7342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지만, 지난달에는 경기도와 인천에서도 미분양이 크게 늘었다. 경기도 미분양은 9459가구로 한 달 만에 1119가구(13.4%) 늘었고, 인천은 2669가구에서 4260가구로 59.6% 급증했다. 준공 후 미분양도 지난달 1만2968가구로 전월 대비 6.3%(774가구) 늘었다. 입주가 시작됐는데도 주인 없이 빈 아파트가 많다는 뜻이다.
최근 미분양이 다시 증가하는 주요 원인으로 고분양가에 따른 청약 수요 감소가 꼽힌다.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직방’ 분석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 8일까지 전국에서 청약을 접수한 99개 아파트 단지 중 52곳이 1순위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지방 미분양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양도세 완화 등 특단 조치 검토해야”
부동산 업계는 미분양이 다시 7만 가구를 넘어선 것을 두고 주택 경기가 장기 침체로 빠질 수 있는 ‘위험 신호’로 해석한다. 정부는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면 세제 혜택을 주고,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를 재도입했지만, 아직 시장 반응이 미미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미분양을 방치하다가 자칫 주택 공급 생태계가 붕괴하면서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한시적인 양도세 면제 등 주택 매수 수요를 살리는 파격적인 조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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