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 ‘격노설’ 논란에 빛 바랜 UAE 정상회담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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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의 사전적 정의는 '꼭 필요한 때 알맞게 내리는 비'다.
쩍쩍 갈라진 논 바닥 위로 비가 내리면 농작물 해갈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이번 UAE(아랍에미리트연합국) 정상회담이 윤석열 대통령에겐 단비 같은 존재였다.
특히 UAE는 아크부대의 전술훈련에도 관심이 많을 정도로 한국과 국방분야 협력을 늘리려던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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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의 사전적 정의는 ‘꼭 필요한 때 알맞게 내리는 비’다. 쩍쩍 갈라진 논 바닥 위로 비가 내리면 농작물 해갈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이번 UAE(아랍에미리트연합국) 정상회담이 윤석열 대통령에겐 단비 같은 존재였다.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후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중동에서 날아온 부자 대통령이 풀어놓은 ‘300억 달러 보따리’는 현 정부가 외교분야에서 가시적·구체적 성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줬다. 일각에선 이미 작년 1월 윤 대통령이 UAE를 국빈 방문하면서 타결한 내용을 재탕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평가절하한다. 하지만 산업계에 파급되는 경로와 효과를 생각하면 (아무리 큰 돈다발이라 해도) 어디에 어떻게 쓸지 협상을 통해 설계를 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 UAE와의 협력 결과를 잘 뜯어보면 꽤 실하다. 무엇보다 관세가 즉시 철폐되는 분야들이 당장 수혜를 볼 전망이다. 주력 수출품인 천궁 같은 무기류를 거래할 때 붙는 세금이 사라지면서 방산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UAE는 아크부대의 전술훈련에도 관심이 많을 정도로 한국과 국방분야 협력을 늘리려던 차였다.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뿐만 아니라 화물차 같은 10인 이상의 대형차도 즉시 철폐 대상에 포함됐다. UAE GDP(국내총생산)의 10%는 건설공사 시장이 차지한다. 그만큼 대형차 수요가 높다.
양국이 공동원유비축량을 대폭 늘린 것도 의미가 있다. 최근 고공 행진하던 국제 유가가 뚜렷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언제 다시 국제 정세로 인해 요동칠지 모른다. 이에 국제 유가 변동에 따른 우리나라의 대응력이 크게 신장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에 우리 기업들이 직접 진출할 수 있게 된 것도 파급력이 상당하다. 특히 관료들이 잘 된 성과로 꼽는 것 중 하나는 온라인게임 서비스와 의료 서비스의 개방이다. UAE 현지에 국내 게임 업체들이 진출할 수 있게 됐다. 또 의사들은 원격진료를 통해 UAE에 있는 환자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한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산후조리, 물리치료 업체도 현지에서 직접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원래 양국은 1980년 수교를 전후로 건설 및 인프라 중심의 협력 관계만 맺고 있었다. 이후 ‘기적의’ 바라카 원전 수주를 따내면서 2009년을 기점으로 양국 관계는 한층 더 발전했다. 양국관계에 기폭제가 된 것은 2018년 전략적동반자 관계를 맺으면서부터다. 그것을 바탕으로 협력 중점 분야들이 논의됐고, 서로 국빈 방문까지 이뤄졌다.
양국은 이제 아프리카 등 제3국에 함께 진출하는 방안까지 고심하고 있다. UAE는 제3국에서 철도 등 인프라 분야는 물론 의약품 생산 공장을 건설하자는 구체적 제안까지 했다. 이러한 외교적 성과는 기업의 투자활동에 확실한 마중물이 된다.
이처럼 단비는 내렸지만 가뭄의 정도가 심해 해갈에는 전혀 효과를 내지 못하는 듯 하다. 모하메드 UAE 대통령이 방한한 첫날(28일), 해병대원 순직 사건 이첩 당일에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장관과 3차례 통화한 사실이 언론 지면을 장식했다. 소위 ‘VIP 격노설’에 대해 들은 세 번째 내부자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상회담의 실질적 성과들이 쏟아진 날(29일)에는 윤 대통령이 14번째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선구제 후회수’로 요약되는 전세사기지원법 등이 과연 타당한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17대 국회 이후 여야가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배경에 윤 대통령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공 들여 얻은 외교 성과마저 빛이 바래진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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