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치, 한·일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무지한 생각”, 후쿠다 “실현될 가능성도”

권승현 기자 2024. 5. 3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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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야에서 제기되는 한·일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 특사는 "무지한 생각"이라며 비판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미국의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자는 공화당 내 일부 주장은 무지한 생각"이라며 "이는 한국과 북한뿐 아니라 미국에도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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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 특사가 30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주포럼 제공

미국 조야에서 제기되는 한·일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 특사는 "무지한 생각"이라며 비판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전 총리도 "더 이상의 핵확산은 반대한다"며 이 같은 주장을 경계했다.

현재 조지타운대 명예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갈루치 전 특사는 30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 참석해 "전술핵은 전략핵보다 폭발력이 크진 않지만, 여전히 도시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파괴력이 있다"며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하면 오히려 핵 공격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략핵은 적국의 전쟁 수행 능력 자체를 파괴하는 수백kt에서 Mt 위력의 핵무기를 의미하며, 전술핵은 제한된 지역의 군사적 목표를 공격하는 10kt 이하 위력의 핵무기를 일컫는다. 갈루치 전 특사는 "미국의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자는 공화당 내 일부 주장은 무지한 생각"이라며 "이는 한국과 북한뿐 아니라 미국에도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칼럼 기고를 통해 ‘올해 동북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던 갈루치 전 특사는 "일어날 수 있는 나쁜 일들을 살펴보자는 취지에서 쓴 글"이라며 "나는 핵 억지력이 효과를 발휘하길 기대하지만, 현실주의자로서 핵 억지는 실패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칼럼에서 양안 갈등, 운반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수 등에 의해 핵전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그러면서 갈루치 전 특사는 "남·북, 북·미 관계의 개선 없이 북한의 비핵화를 가져올 순 없다"며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핵무기가 없어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뜻인데 (국제사회의) 배려가 부족하다"며 "북한의 입장을 공감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가 30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주포럼 제공

후쿠다 전 총리도는 이날 "(한·일 전술핵 재배치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사람이 있는지는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핵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일본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해 주변 이해관계 국가들의 촘촘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후쿠다 전 총리는 "대북 문제는 한·일 양국이 힘을 합쳐 방향성을 정하고 구체적인 설득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며 "이웃 국가와의 관계도 원활히 끌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난 27일 개최된 한·일·중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중국이 이런 협상 (테이블) 안에 들어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후쿠다 전 총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이내 수준이던 국방예산을 2027년까지 2%로 늘린다는 일본 정부의 계획에 대해서는 "일본은 (평화헌법에 바탕을 두고 있으므로) 군사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 지극히 억제적"이라며 "일본이 군비 확장 경쟁에 들어갈 필요도 없고, 그렇게 될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후쿠다 전 총리는 국방비 확대 계획에 대해 "미국이 요구한 결과일 수 있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GDP의 2%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약속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세계적 표준에 맞춘 것일 뿐 군비 확장이라는 단계라고 보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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