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막음 돈' 유죄…미국 역사상 첫 중범죄 전직 대통령

유영규 기자 2024. 5. 3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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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 자리를 확보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48년 미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중범죄(felony)'로 유죄 평결을 받았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맞설 11월 미국 대선을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1심 재판이긴 하지만 '트럼프 유죄'가 결정되면서 이번 대선의 향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 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 형사재판의 배심원단(총 12명)은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이틀째 심리를 마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에 제기된 34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라고 평결했습니다.

유무죄의 결정권한을 가진 배심원단이 유죄를 결정함에 따라 재판 담당 판사인 후안 머천 판사는 오는 7월 11일 형량을 선고하기로 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갈지 여부와, 실형시 형기는 얼마가 될지가 결정되는 7월 11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는 공화당의 전당대회(7월 15~18일) 직전입니다.

유죄 평결이 내려짐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호관찰 내지 최대 징역 4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유죄 평결을 넘어 앞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까지 되더라도 대선 출마는 가능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2016년 대선 직전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 달러(약 1억 7천만 원)를 지급한 뒤 해당 비용을 법률 자문비인 것처럼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3월 기소된 지 1년 2개월 만에 유죄가 결정됐습니다.

검찰은 이번 재판이 단순한 회계장부 조작이 아니라 2016년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법행위를 감추기 위해서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가 중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배심원단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공판 과정 내내 혐의를 부인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배심원단의 평결 이후 법원 앞에서 "이것은 부패한 판사에 의한 조작된 재판이다. 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내려질 것"이라며 "나는 무죄이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곧바로 항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형사재판 4건 중 하나입니다.

이 건 외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밀문서 유출과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그러나 미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이번 사건 외에 나머지 3건의 경우 오는 11월 대선 이전에 1심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재대결을 벌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유죄 평결 직후 소셜미디어 엑스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몰아낼 방법은 단 하나뿐"이라며 "투표장에서"라고 적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평결이 11월 대선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앞으로 나올 여론조사 결과 등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부각돼 유권자들의 신뢰를 잃고 실망감을 키움으로써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지만, 고도로 양극화한 미국의 정치 지형 속에 트럼프 측 '정치 박해', '사법 무기화' 주장이 지지층을 한층 더 결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아직 지지 후보를 확정하지 않은 중도층 유권자들이 이번 유죄 평결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가 특정 후보에 대한 유불리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공영매체 NPR과 PBS, 마리스트가 최근 실시한 유권자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17%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사건에서 유죄를 받으면 그를 찍을 가능성이 작아진다고 답했고, 15%는 오히려 그를 찍을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67%는 유죄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투표 대상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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