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통’ 후쿠다 전 일본 총리 “한·일, 중국 대국다운 행동하게 유도할 책임”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는 “중국이 대국다운 행동을 하도록 유도할 책임이 일한(한일) 양국에 있다”면서, 미·중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한중일 정상회의 등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 협력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계에서 외교 분야의 원로이자 ‘중국통’으로 알려진 그는 어렵게 성사된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양국이 중국을 계속해서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야 하는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후쿠다 총리는 30일 오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했다. 그는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 행정지도가 일본 총무성의 폐쇄성에 기인했다는 비판에 대해, “일본 정부와 해외기업 간 관계 방식이 잘못된 방향이라는 인식이 심어질 수 있다”며 “경제적으로 개방된 운영 방식은 한일이 뜻을 같이하기에 소통을 계속한다면 외교적 문제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과거사와 관련해 일본에 큰폭의 양보를 했는데도 일본에서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조치가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한국 여론이 우려하고 있다.
“안정적 양국 관계를 위해 우리도 노력을 해나가려고 한다. 일본은 윤석열 대통령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런 결단을 기초로 한일이 새로운 미래를 여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 오랜 기간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일본 정상들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반성을 표명한 바 있다.”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의 보안 강화를 요구하면서 지분 조정(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언급하는 행정지도를 두차례나 했다. 한국 여론은 이 문제를 한일관계가 개선되었는데도 일본 정부가 한국 기업을 신뢰하지 못하고 일본에 투자한 외국 기업의 경영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여긴다. 총무성의 행정 명령이 적절했다고 판단하는가.
“나는 SNS를 사용하지 않아서 이 일에 대해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그런 일이 있다면 일본이 해외기업과 관계하는 방식이 잘못된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총무성이 국내 업무에 집중해 폐쇄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는 내가 판단을 내리기 어렵지만, 경제적으로 개방된 운영 방식은 한일이 뜻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소통을 계속한다면 외교적인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 정부는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데 진전이 있는가.
“북한은 일본 상공을 통과해 미사일을 계속 발사하고 있고 그때마다 일본에서는 큰 소동이 벌어진다. 북한이 일본에 직접적인 위협을 주는 나라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일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최근 미국, 한국과의 협력이 진전되고 있다. 다만 일본인이 북한에 납치된 문제는 일북 간에 직접 논의해야 한다. 이는 일본 정부의 의무라고 생각하면서 북한과의 협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진전이 없다. 또한,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 북한과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고, 일본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북한 쪽 입장에서는 전후 보상 문제가 있다. 일본은 20여년 전에 북한에 전후 보상과 경제적 지원에 대한 포괄적 입장을 밝혔지만, 납북자 문제에 진전이 없어서 이 문제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을 설득해 북한을 평화로운 나라로 만드는 것은 한국에도 이익이 된다. 이 부분에서 한국과 일본의 이익은 완전히 일치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때문에 한국과 일본에서도 자체 핵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의 방침은 비핵화 3원칙과 핵확산 방지에 대한 국제적 노력을 바탕으로 핵을 근절시켜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변함이 없다. 일본은 간단히 핵 무장을 할 상황이 아니다. 한국에서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일본이 그런 방향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국제 정세가 엄중한데, 일본과 한국이 협력해 방향을 정하고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일한 양국의 힘만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도 원활하게 해야한다. 최근 일중한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3국 정상 간에 대화를 하면서 대북 정책을 결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이 협상에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역내 안보 프레임에서 미국의 역할도 중요한 요소다.”
―일본이 군비를 강화하고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일본이 군사력을 강화해 나가는 데 우려가 있다.
“일본의 군사력 강화는 국가의 책임으로서 당연한 것이지만, 한계가 있다. 기시다 총리가 GDP의 2%로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표명한 것도 미국이 동맹에 요구하는 2%에 맞춘 것이다. 군비 확장 단계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은 군사력을 행사하는 데 한계를 가지고 있다. 헌법에서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헌법 9조를 바꿔 일본이 전쟁을 해도 되고 군비 확장을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소수파이다. 아베 내각 하에서 군사국가적 체제를 갖춘 측면도 있지만 실질적 변화는 없다. 일본 군대는 대단히 억제된 군대라고 생각한다.”
―한중일 정상회담이 오랫동안 열리지 못하다가 최근 개최되었다. 한중일 협력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중한 정상회담이 시작될 초기에는 중국 경제가 이렇게 크게 성장하지 않았고, 중국도 선진국인 한국과 일본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근에 오랫동안 회담이 열리지 못한 것은 일중, 한일 관계가 나빴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을 수록 만나서 논의를 했으면 문제가 더 빨리 해결되었을 것이다. 회담이 5년 만에 다시 열린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다. 가능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현재 일중한의 상황을 보면 초기와 크게 달라졌다. 중국은 G2로 부상했고 일본과 한국은 정체되어 있다. 지금은 분명 중국이 우위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참석했다. 중국이 대국의 책임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중국이 대국다운 행동을 하도록 유도할 책임이 일한 양국에 있다. 또한, 지금 미중 간에 알력이 무척 큰데 이 마찰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미중 모두 해결책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이 여기에 간여해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안보에 대해서는 일미한 협력의 틀이 있고, 경제와 모든 면을 포함해 일중한 협력도 대단히 중요하다.”
서귀포/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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