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악당’ SUV 불티나게 팔린다…지난해 판매량 절반 차지
3700만대 사상 최다 판매…시장점유율 48%
운행 중 SUV 3억6천만대…4대 중 1대 이상꼴
지난해 전 세계 SUV(스포츠실용차) 판매량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면서 SUV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5위 국가 수준에 이를 만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3년 전 세계 SUV 판매량이 3700만대로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48%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판매량이 2000만대에 이르며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섰다. 에너지기구는 값비싸고 덩치가 큰 SUV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배경에는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서의 매력, 이윤을 더 높이려는 제조업체의 마케팅 전략, 더 안전하고 편안하다는 인식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 3% 늘어난 반면 SUV 판매량은 15%나 증가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행 중인 SUV는 3억6천만대로 4대 중 1대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SUV 차량의 대부분이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 가운데 하나인 내연기관 차량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 등록 SUV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 SUV는 같은 내연기관 차량이라도 일반 중형차보다 무게가 200~300kg 더 나가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20% 더 많다. 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2~2023년 SUV와 관련한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은 하루 총 60만배럴 이상이 증가했다. 이는 전체 연간 석유 수요 증가분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전기차의 온실가스 감축 성과가 무색
이에 따라 SUV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 1억톤이 더 늘어 10억톤을 돌파했다. 지난해 전 세계 에너지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분의 20%를 넘는다. 국가별 배출량 순위와 비교할 경우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에 이어 세계 5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에너지기구는 지난해 늘어난 내연기관 SUV는 약 3천만대로 현재 운행 중인 전기차 전체 대수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기차가 이룩한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거대한 자동차, 더 큰 위기’ 보고서에서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세계 5대 자동차 제조업체의 자동차 판매량을 고려한 2017~2022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5개사 모두 일반 승용차의 배출량은 줄었고 SUV의 배출량은 늘어났다”며 “특히 도요타, 폴크스바겐, 현대기아차의 경우 SUV가 늘린 배출량이 전기차가 감축한 배출량을 웃도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전기차 SUV 같은 대형차는 더 큰 배터리를 장착해야 한다. 더 많은 광물과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얘기다. 차량 앞부분이 높아 보행자 부상 가능성이 더 크고, 덩치가 커서 주차공간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에너지기구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은 국제 에너지 및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지만, 자동차 생산에 더 적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유럽 청정운송에너지 연구기관인 운송과 환경(T&E=Transport and Environment)의 제임스 닉스는 일간 가디언에 “더 높은 마진을 추구하는 자동차 제조업체는 더 크고 무거워지는 쪽으로만 가고 있다”며 “새로 출시되는 자동차는 해마다 더 커지고 있으며, 앞으로 버스나 트럭만큼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회 의원들이 대형 SUV 차량을 억제하는 자동차세 및 주차 요금 등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유럽도 (SUV가 넘쳐나는) 북미의 길을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나마 새로 판매되는 SUV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지난해 판매된 SUV 중 전기차는 780만대로 전체의 21%였다. 이는 전체 등록 차량에서 차지하는 비중(5%)보다는 훨씬 높은 것이다. 2023년 신규 등록한 전기차의 55%가 SUV였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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