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쓰레기’라는 주장이 정당할 수 있는 이유[북리뷰]

서종민 기자 2024. 5. 3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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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시태그에 화내는 이에게 논쟁을 제안하는 책이다.

남성 대본은 소위 '남자다운 행동'을 압박하고 공격·폭력성, 성욕 과시에는 종종 보상하기도 하는 '쓰레기' 같은 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공감대를 얼마큼 확보하는지 이전에, '남자는 쓰레기다'는 남성 대본을 따르는 이들과 그 문화 자체를 겨냥한 구호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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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
아리안 샤비시 지음│이세진 옮김│교양인

‘남자는 쓰레기다’(#MenAreTrash).

이 해시태그에 화내는 이에게 논쟁을 제안하는 책이다. 저자는 남성·여성 젠더에 대해 “두 종류의 대본이 있는, 평생 하는 연기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며 “어떤 성기를 가지고 태어났느냐에 따라 대본이 부여된다”고 한다. 남성 대본은 소위 ‘남자다운 행동’을 압박하고 공격·폭력성, 성욕 과시에는 종종 보상하기도 하는 ‘쓰레기’ 같은 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남자는 쓰레기다’로 바꿔 쓰면 어떨까. 저자는 “당연히 모든 남자가 쓰레기는 아니다”면서도 “순화하려는 시도는 그 의도적인 교활함 때문에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단언한다. 예를 들어 ‘오리는 알을 낳는다’는 말은 암오리에만 해당하는 말인데도 알아듣는 데 문제가 없다. “흑인은 경찰 폭력에 직면해 있다”는 진술도 모든 흑인의 얘기가 아니지만 통용된다.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총칭적 일반화’(generic generalization)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지금 주변에 있는 어떤 경찰이, 남자가 위험한지 안전한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 같은 일반화가 경고의 기능을 한다.

그런데 총칭적 일반화는 오용에 주의해야 한다. ‘흑인 남자는 범죄자다’는 인종차별을 부추기고, ‘남자는 인형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강화한다. 사용 맥락의 고려가 아주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공감대를 얼마큼 확보하는지 이전에, ‘남자는 쓰레기다’는 남성 대본을 따르는 이들과 그 문화 자체를 겨냥한 구호라는 것이다.

이 해시태그는 지난 2017년 4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샌틸 맨트소라는 남성이 흉기로 살해한 전 여자친구의 몸을 불태운 사건을 계기로 퍼졌다. 저자가 이 책을 쓰고 편집한 2년간 영국에서 300명 이상의 여성이 살해당했고 가해자 중 92%가 남성이었으며, 절반가량은 전·현 연인의 범죄였다고 한다. 올해 한국은 의대생 최모 씨가 자신에게 이별을 요구한 여자친구를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한 건물 옥상에서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의 검사 결과 그는 사이코패스가 아니었다. 412쪽, 2만2000원.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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