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사랑이 어떻게 여자를 짓밟는가… 잔혹한 상상력으로 펼친 페미니즘[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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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문학의 살아있는 전설 마거릿 애트우드가 2014년 내놓은 소설집 '스톤 매트리스'는 그가 받은 두 번의 부커상 가운데 놓여 있다.
그는 '눈먼 암살자'로 2000년도에 첫 번째 부커상을 수상했고, 여성이 인류 재생산의 도구로서 남성에게 종속돼 존재하는 가상의 신정국가 '길리어드'의 이야기를 그린 '시녀 이야기'의 후속편 '증언들'로 2019년 다시 한번 부커상을 수상하며 그의 상상력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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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 지음│양미래 옮김│황금가지
캐나다 문학의 살아있는 전설 마거릿 애트우드가 2014년 내놓은 소설집 ‘스톤 매트리스’는 그가 받은 두 번의 부커상 가운데 놓여 있다. 그는 ‘눈먼 암살자’로 2000년도에 첫 번째 부커상을 수상했고, 여성이 인류 재생산의 도구로서 남성에게 종속돼 존재하는 가상의 신정국가 ‘길리어드’의 이야기를 그린 ‘시녀 이야기’의 후속편 ‘증언들’로 2019년 다시 한번 부커상을 수상하며 그의 상상력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했다. 애트우드의 작품 세계를 가로지르는 페미니즘은 이 소설집에서도 현실과 공상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슬립 스트림’이라는 장르적 장기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소설집은 총 9개 단편으로 꾸려졌다. 그중 첫 세 작품인 ‘알핀랜드’ ‘돌아온 자’ ‘다크 레이디’는 가상의 호색한 남성 시인 ‘개빈’과 그와 엮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작 단편이다. 오래전 개빈과 교제했던 콘스탄스는 가난한 시인이었던 그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알핀랜드’라는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을 쓴 작가다. 노년이 된 그가 남편까지 먼저 보내고도 ‘알핀랜드’ 속 개빈을 위한 공간까지 만들어 그를 잊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그가 자신을 성적으로 착취하고 끝내 바람을 피워 관계를 깨뜨렸기 때문이다.
외도 상대였던 마저리는 개빈을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개빈에게 그는 그저 하룻밤 즐거움의 수단이었을 뿐이며 개빈은 마저리를 소재로 시를 지어 유명해진다. 좋아하던 시인의 페르소나가 됐다는 기쁨도 무색하게 마저리는 개빈의 시 속에서 창녀 혹은 그저 ‘음부’로 표현되고 버림받는다. 애트우드는 콘스탄스와 마저리, 그리고 세 번째 부인으로서 개빈의 노년을 지키는 서른 살 연하의 여성 레이놀즈의 삶을 넘나들며 한 남성이 사랑으로 이름붙인 폭력이 어떻게 여성의 삶을 오래도록 마음껏 짓밟을 수 있는지 가감 없이 드러낸다. 마침내 개빈의 장례식에서 조우한 세 여성은 서로를 오랫동안 미워해 왔음을 고백하며 화해와 용서에 이른다.
한편 표제작 ‘스톤 매트리스’에서는 세 명의 전남편을 죽이고도 부채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 여성 ‘버나’가 등장한다. 한 번도 용의자로 지목된 적 없는 버나의 살인 기술은 ‘욕망’이다. 그는 전남편들이 마음껏 먹고 마시고 섹스하도록 내버려 둔다. 그러곤 그들의 욕망이 뇌졸중과 심장마비를 부를 수 있는 약물을 갈망하게 만들 뿐이다. 네 번째 남편이자 살해 대상을 찾는 버나 앞에 나타난 남성은 그에게 강간 생존자의 삶을 살게 만든 고등학교 동창 ‘밥’이다. 애트우드는 주인공 내면의 망설임까지 세밀하게 그리며 밥이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도록 한다.
수년 전 문단의 거목이라고 불리던 이의 과거 성폭력 전적이 불거졌음을 생각하면 애트우드의 작품들이 비단 작가의 지역적 배경인 북미에 그치지 않음은 자명하다. 자신의 딸과 누이가 소중한 이들은 물론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던 이들까지 앞다퉈 써낸 탄원서를 본다면 애트우드는 다시 한번 잔혹한 상상력을 발휘할 것이다. 현실은 때로 상상보다 저열하다. 소설 속 가해자들은 세계적 수준의 인물들이 아니었고, 이미 사망해 더 이상 국가의 위상을 드높인다며 무대에 오를 일도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396쪽, 1만7000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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