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변우석, 아이돌 선재로 다시 태어나다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변우석(32)은 아이돌 '선재'로 다시 태어났다. 최근 막을 내린 tvN '선재 업고 튀어'는 전체 시청률이 4~5%대(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에 그쳤으나, 2049 여성들의 호응을 얻고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다. 팝업스토어부터 최종회 단체 관람, 변우석 팬미팅까지 사이트 서버가 다운되며 매진 행렬을 이뤘다. 종방 인터뷰 장소에도 팬들이 몰려 인기를 실감케 했다. 극중 톱스타 '류선재'를 연기했는데, 실제로 실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도 어리둥절하고 실감이 잘 안 난다. 뉴욕 타임스퀘어에 (팬 광고로) 내 모습이 나온 순간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느꼈다. 영화제 전날부터 팬들이 기다리고, 레드카펫 할 때도 정말 많은 분들이 와서 '선재야~'라고 불러줬다. 아이돌 선재가 됐다기보다 '캐릭터를 많이 사랑해주는구나'라고 조금씩 실감했다. 촬영 10개월, 방송 2개월 등 총 1년 동안 선재로 살았다. 선재를 처음 봤을 때부터 애정했지만, 정말 좋아해줘서 보내고 싶지 않을 정도다."
이 드라마는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톱스타 류선재와 그를 살리기 위해 과거로 간 '임솔'(김혜윤)의 로맨스다. 변우석은 처음에 극본을 받았을 때 '나한테 이런 캐릭터를 줬다고?'라면서 놀랐다며 "작가님이 쓴 글, 지문 등을 읽으면 머릿속에 장면이 그려졌고, 정말 아름다웠다. 중간에 촬영하다가 작가님께 '이런 극본을 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인생작, 인생캐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보고 싶을 때마다 돌려볼 것"이라고 좋아라했다.
김혜윤(27)의 탄탄한 연기력 덕분에 선재가 더욱 빛날 수 있었다. 변우석은 전작에서 다소 어색한 부분이 있었지만, 이번엔 캐릭터와 한 몸이 된 듯 보였다. 변우석은 키 189㎝, 김혜윤은 160㎝로 29㎝ 차가 나 함께 서기만 해도 설렘을 자아냈다. "혜윤이에게 정말 고맙다. 로맨스 장면이나 감정이 있는 신에서 진심으로 마음을 줬다. 그런 감정을 받았을 때 오로지 선재 마음으로서 솔을 볼 수 있었다. 혜윤의 힘"이라고 돌렸다. "누구보다 솔을 좋아했다"며 "앞으로도 혜윤이와 좋은 동료로서 응원하고 싶다. 혜윤이가 '멀어져 간다'고 했지만, 같이 열심히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 가수를 준비했나'라고 착각할 만큼 아이돌 연기도 자연스러웠다. 콘서트신에 공을 많이 들였다며 "사실 고민이 많았다. '힘들겠다. 어렵겠다'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장면이고, 찍기 전까지 준비를 많이 했다. 제스처 3~4개는 확실히 정해 놓고, 나머지는 흥에 맞춰서 했다. 감독님이 그 한 장면을 위해 3~4개월간 세트를 어떻게 만들지 등을 고민했다고 하더라. 당시 콘서트장에 관객 100~200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컴퓨터그래픽(CG)였다. 보조출연자들이 호흥을 잘해줘서 재미있었다"고 귀띔했다.
밴드 '이클립스'의 '소나기'는 멜론 등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유명한 가수들 사이에 있어서 '이게 말이 돼? 우와~' 하면서 봤다"며 "소나기는 솔이를 생각하면서 쓴 곡 아니냐. 선재가 빨리 뛰어오지 못해서 솔이가 다리를 다쳤다고 생각, 미안함과 그리움을 담아 불렀다. 이클립스 콘서트는 안 하냐고? 끝까지 좋아해주고 찾아준다면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바랐다.
타임슬립을 녹여 시·공간을 초월하며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터다. 10대~30대를 오갔고, 선재는 총 네 번의 삶을 살았다. "솔이를 생각하는 마음에 집중했다"며 "1~4부 극본을 보고 고등학생에서 성인으로 바로 갈 줄 알았는데, 대학생의 감정선 진한 상태로 돌아갔다. 이후 솔이에 관한 아픔을 가진 서른 네 살 선재, 기억 잃은 선재, 마지막에 모든 기억을 찾은 선재까지 다양했다. 그런 순간마다 작가, 감독님께 물어봤다"고 털어놨다.
선재가 솔이를 보고 반하는 노랑우산신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영화 '늑대의 유혹'(감독 김태균·2004) 강동원(43) 우산신과 비교되기도 했다. "진짜 뛰어넘었나요? 강동원 선배의 레전드 우산신과는 다른 느낌이었다"며 "내 시선에서 솔이를 보고 우산을 씌워주지 않느냐. 우산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했는데,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으로 연기했다. 레퍼런스를 찾아보기 보다 '어떤 톤으로 연기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변우석은 2010년 모델로 데뷔, 14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선재라고 불리는 게 좋다며 "어렸을 때 한 번 수학 100점을 맞은 적 있는데, 다음에도 100점을 맞고 싶더라. 사랑과 칭찬을 많이 받으니 다음 작품은 더 잘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극본이 이전보다 20배 정도 늘었다. 사극, 현대극, 로코 등 장르가 다양하다"며 "어떤 장르를 선호하기 보다, 극본을 봤을 때 마음이 동요되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다.
"사실 어떤 작품이든 즐기면서 최선을 다했다. 근데 우리 일이 생각대로 안 돼서 결과는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 꾸준히 열심히 해서 선재까지 올 수 있었고, 이런 마음을 꾸준히 간직하고 싶다. 물론 오디션에서 많이 떨어지고, 극본 리딩하고 하차한 적도 있고, 욕도 많이 먹었다. '나한테 맞는 일인가. 계속 하는 게 맞나'라고 생각할 때마다 주변에서 믿음을 줬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안 좋은) 얘기를 들을 때마다 '끝까지 한 번 해봐야겠다'는 힘이 생겼고, 악바리처럼 잘 하고 싶었다."
앞으로 항상 선재를 기준으로 평가 받을텐데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보완해서 다음 작품할 때는 어떻게든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다른 캐릭터를 맡았을 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뚜렷해졌다. 어떻게 보면 부담이지만, 한 단계 깊게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재 연기할 때 영상에 감정이 덜 담기거나, 더 담기기도 했다. 발성과 발음이 부족하고, 어떤 부분에선 표현도 잘 못 한 것 같다. 첫 드라마 주인공을 해봐서 컨디션 조절도 잘 못했다. 다음엔 '어떻게 하면 좋은 컨디션으로 집중해서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겠다"면서 "나이도 있고 한 해, 한 해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느냐.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많이 해보자'는 생각"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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