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욕하고 퇴출? 메츠서 DFA 된 ‘전 올스타’ 로페즈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은?
[뉴스엔 안형준 기자]
메츠가 로페즈를 DFA했다. 하지만 그저 단순한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뉴욕 메츠는 5월 31일(한국시간) 우완투수 호르헤 로페즈를 DFA(Designated for assignment, 지명할당)했다. 30일 LA 다저스와 경기 후 로페즈를 '퇴출' 시킬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날 공식적으로 DFA했다.
불펜 투수인 로페즈는 30일 다저스와 홈경기에 구원 등판해 부진했다. 3-3으로 양팀이 팽팽히 맞서던 8회초 애덤 오타비노가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 홈런을 허용하고 1사 후 3루타, 볼넷, 적시타를 연이어 내주며 흔들리자 3-5 스코어에서 불을 끌기 위해 등판했다. 하지만 첫 타자에게 2타점 2루타를 내줬고 오타니 쇼헤이에게 2점 홈런까지 얻어맞았다. 그리고 프레디 프리먼과 승부 중 체크스윙 판정을 두고 3루심과 언쟁을 벌여 퇴장을 당했다.
로페즈는 퇴장을 당하는 과정에서 유니폼 상의를 빼입는 '복장 불량'을 보였고 관중석을 향해 글러브를 던지기도 했다. 물론 글러브를 팬들을 향해 '집어던졌다'기보다는 '그물망 너머로 던져줬다'는 표현이 더 적확한 장면이었지만 메츠 구단은 이를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였다. MLB.com에 따르면 메츠 데이빗 스턴스 사장과 카를로스 멘도자 감독은 로페즈가 글러브를 던진 것을 두고 "용납할 수 없다"고 반응했고 결국 메츠 구단은 로페즈를 전력에서 제외했다.
인터뷰에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로페즈는 당초 경기 종료 후 라커룸에서 취재진을 만나 관중석에 글러브를 던진 행위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며 "메츠는 빌어먹을 메이저리그에서 최악의 팀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판과 싸워 퇴장을 당하고 관중석에 글러브를 던지고 구단을 비난한 로페즈는 한순간에 최악의 선수가 됐다. 당연히 로페즈를 향한 비난도 쏟아졌다.
하지만 로페즈를 두고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야후스포츠는 31일 "로페즈에게는 경멸이 아닌 공감이 필요하다"고 로페즈를 두둔했다.
로페즈는 31일 SNS를 통해 전날 취재진에게 한 말은 '메츠가 최악의 팀이다'가 아닌 '내가 최악의 동료다'였음을 밝혔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으로 영어에 능통하지 못한 로페즈는 통역 없이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의 입장에서는 '외국어'인 영어의 발음 문제가 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야후스포츠는 여러 전현직 메이저리그 통역사들의 말을 빌어 "그런 불안한 상황에서 메츠가 로페즈에게 통역을 붙이지 않은 것은 최악의 실수다"고 짚었다.
물론 MLB.com은 로페즈의 인터뷰 발언이 그의 거취에 영향을 준 것은 전혀 아니라고 짚었다. 하지만 민감한 상황에서 큰 오해가 발생한 것은 분명 메츠 구단의 선수 관리가 허술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로페즈의 가정 상황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바로 11살 짜리 아들인 마이켈이 선천적으로 '가족성 지중해열(Familial Mediterranean Fever)'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것. 유전병의 일환인 이 병은 몸이 염증 반응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으로 주기적으로 병원에 다녀야 하고 수 차례 이식도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 로페즈는 지난해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정신적인 건강 문제'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경험도 있다. 당시 로페즈는 부진이 반복되자 마운드에서 글러브를 집어던지거나 덕아웃에서 음료수 통을 치는 등 부정적인 감정을 잘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들의 건강 문제에 대한 스트레스가 본인의 감정 문제로 이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을 계속 겪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전 NFL 쿼터백 출신으로 현재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부머 에시아슨은 로페즈의 행동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지만 로페즈가 아들의 건강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자 "로페즈가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확실히 이해했다. 두 가지 일(야구와 개인사) 사이에 균형을 잡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를 심하게 비난한 것을 후회하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1993년생 우완 로페즈는 2011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밀워키 브루어스에 지명됐고 2015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선발투수였던 로페즈는 밀워키, 캔자스시티 로열스,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거치며 2021시즌까지 빅리그에서 통산 102경기 350이닝, 12승 31패, 평균자책점 6.04의 실망스러운 성적만을 썼다.
2022시즌 불펜으로 전향한 로페즈는 완벽한 반등을 이뤄냈다. 2022년 볼티모어에서 마무리 투수를 맡아 44경기 48.1이닝, 4승 6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68의 뛰어난 성적을 썼고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하지만 여름 이적 시장에서 미네소타로 트레이드 된 후에는 23경기 22.2이닝, 1패 1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4.37로 부진했고 2023시즌에도 37경기 평균자책점 5.09로 부진한 뒤 여름에 마이애미 말린스로 트레이드 됐다.
마이애미 입단 후에는 12경기 평균자책점 9.26에 그쳐 약 한 달 만에 웨이버 공시됐고 볼티모어로 돌아와 시즌을 마쳤다. 그리고 올시즌에는 메츠와 계약해 28경기 6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76으로 활약 중이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팀을 떠나게 됐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하는 성인이자 프로 선수인 만큼 그라운드 안팎에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며 여러가지 일을 일으킨 로페즈에게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선수 역시 사람인 만큼 감당하기 어려운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행동에 대한 비난 외에 다른 접근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자료사진=호르헤 로페즈)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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