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입성 30주년…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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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9월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의 국립산업기술센터.
세계태권도연맹(WT)의 조정원(76) 총재는 두 달 앞으로 다가온 2024 파리 올림픽을 기점으로 태권도가 더 변하고, 더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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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대중성 잃으면 도태…태권도는 더 변하고 더 성장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이의진 기자 = 1994년 9월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의 국립산업기술센터.
회의장 주변에 모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제103차 정기총회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던 태권도인들이 마침내 서로를 부둥켜안고 환호했다. 만장일치로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이었다. 태권도인들은 "대한민국 만세", "태권도 만세"를 외치며 '올림픽 입성'의 감격을 표현했다.
한국 고유의 무도가 정식 올림픽 스포츠가 되는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24년. 올림픽 주요 종목으로 발돋움한 태권도는 '기적의 땅' 파리에서 제2의 도약을 꿈꾼다.
세계태권도연맹(WT)의 조정원(76) 총재는 두 달 앞으로 다가온 2024 파리 올림픽을 기점으로 태권도가 더 변하고, 더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조 총재는 29일 서울 중구 WT 본부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태권도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관해 이야기했다.
2017년 별세한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이 태권도 세계화의 초석을 닦았다면, 조정원 총재는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태권도의 비약적인 발전을 진두지휘해 온 인물이다.
교육인 출신의 조 총재는 2004년 WT의 수장이 된 뒤 '변화해야 산다'는 기치를 내걸고 지속적인 혁신을 태권도에 가져왔다.
판정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자호구 시스템 및 4D 리플레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유로운 복장으로 해변에서 품새를 펼치는 '비치 태권도'와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버추얼(가상) 태권도' 등을 도입하는 등 파격적인 변신을 주도했다.
태권도의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이끈 이도 조정원 총재다.
아울러 2015년엔 난민과 취약계층에 태권도를 보급하기 위해 태권도박애재단(THF)을 설립, 스포츠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돕고 있다.
이제 6월이면 WT 수장으로 취임한 지 20주년을 맞는 조 총재는 "태권도를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스포츠, 모든 이가 공정하다고 느끼는 스포츠, 많은 이들이 재밌다고 느끼는 스포츠로 만들고 싶다"며 "(그 시발점으로) 오는 8월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30주년을 기념한 리셉션을 열어 그 의미를 부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조 총재와 일문일답.
-- 올해는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뒤 30주년이 되는 해다. 감회가 특별할 것 같은데.
▲ 태권도가 다른 경쟁 종목을 제치고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건 기적에 가깝다. 정식 종목의 위치를 30년간 지켜낸 것도 기적이다. 태권도는 현재 213개 회원국을 둔 세계 최고의 스포츠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올해 8월엔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30주년 리셉션을 열고 IOC 위원들과 IF(종목별 국제연맹) 회장들을 초청해 의미를 부각할 계획이다.
-- 그동안 여러 종목이 올림픽에서 퇴출당했다. 태권도가 퇴출 위기를 극복하고 오랜 기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은.
▲ 공정성과 대중성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위기도 있었으나, 공정성 회복에 관한 끊임없는 노력을 펼쳤기에 IOC가 퇴출 종목을 논의할 때마다 살아남을 수 있었다. 공정성을 유지하고 대중의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선 계속 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 WT는 이미 경기제도개선위원회 회의를 시작해 파리 올림픽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더 큰 사랑을 받기 위해 득점 방식, 경기복 교체에 관해 논의 중이다. 경기제도개선위원회는 10월 WT 집행위원회에 회의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고, 이는 2027년부터 국제대회에 적용할 계획이다.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은 새로운 규정으로 태권도 경기를 펼치는 첫 올림픽이 된다.
-- 태권도는 머리를 살짝 건드리는 약한 발차기도 득점으로 인정돼 재미가 반감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와 같은 규정도 바꿀 수 있나.
▲ 일각에선 (재미를 위해) 주먹 공격을 더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몰라서 하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다른 격투기와 차별성이 사라진다. 멋진 발차기는 태권도가 가진 최대 장점이다. 약한 발차기 공격이 득점이 되는 것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 다만 전자 센서가 강도를 완벽하게 구별하는 등 기술의 발전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런 부분은 경기제도개선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될 사안이다.
-- 최근 태권도는 빠르게 변화하는 분위기다. 가상에서 경기를 펼치는 버추얼 태권도를 개발하는 등 과거엔 상상하기 어려운 영역까지 진출했는데.
▲ 가상 스포츠는 IOC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영역이다. IOC는 지난해 e스포츠 시리즈에서 총 10개 종목을 초청해 대회를 열었고, 격투 종목 중에선 태권도가 유일하게 들어갔다. 만약 버추얼 스포츠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면 태권도는 유리해진다. 수영 등 타 종목보다 가상 공간에서 원활한 경기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가상 스포츠를 더 꼼꼼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조만간 국내에서 버추얼 태권도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 WT는 비치 태권도와 혼성단체전의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정식 종목 편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 혼성단체전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당장 파리 올림픽 현장에서 쇼케이스를 펼칠 예정이다. 총 4개 팀이 출전한다. WT 내부적으론 혼성단체전의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가능성을 크다고 판단한다. 반면 (해변에서 자유로운 복장으로 품새를 펼치는) 비치 태권도는 당장 정식 종목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 비치 태권도는 2032 브리즈번 올림픽을 목표로 잡고 있다.
-- WT는 다른 종목 단체와는 다르게 장애인 태권도를 함께 관장하고 있는데.
▲ 올림픽 정식 종목의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선 모두가 좋아하는 스포츠로 만들어야 한다.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들도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인태권도는 비장애인 태권도 못지않게 박진감이 넘친다. 스포츠의 묘미를 동일하게 느낄 수 있다. 파리 패럴림픽에선 총 10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올림픽(8개)보다 많다.
-- 난민 지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울러 2016년 전 세계 난민촌 어린이들을 돕는 태권도박애재단(THF)을 설립한 배경은.
▲ 2015년 9월, 세 살짜리 시리아 난민 어린이가 터키 휴양지의 한 해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는 비극적인 일이 있었다. 큰 충격을 받았다. 난민 어린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박애재단을 만들었다. 태권도는 예의를 중시하고 자신감을 고취하는 스포츠다. 난민들이 태권도를 통해 위로받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컸다. WT와 THF는 전 세계 난민촌 및 자연재해 피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태권도 무상 교육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엔 박애재단이 후원한 난민 선수들이 출전하는데, 이들이 메달을 따면 큰 의미가 될 것 같다.
-- 장애인, 난민 등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스포츠를 전파한 것이 태권도 위상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데.
▲ 물론이다. WT는 2023년 피스 앤드 스포츠 어워즈에서 수상했고, 지난해 11월엔 스위스 로잔 IOC 올림픽 박물관에 태권도 동상을 세우고 IOC가 제정한 올림픽컵을 받았다. IOC가 WT와 THF의 활동을 인정하고 높게 평가한 것이다. 우리는 묵묵하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태권도가 올림픽 주요 종목으로 남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WT는 다른 종목에 선한 영향력을 주기도 한다. WT가 주도한 난민캠프, 호프 앤드 드림스 페스티벌(Hope and Dreams Festival)엔 많은 타 종목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 WT 총재로서 내부 현안에 관한 고민도 많을 것 같다. 지난해 강원도 춘천이 WT 새 본부 우선협상대상 도시로 선정됐는데, 현재 진행 상황은.
▲ 내년 초 춘천에서 기공식을 하고 2027년 하반기 준공을 추진한다. 개인적으로 WT 본부는 한국이 유치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태권도는 유일하게 한국에서 시작한 올림픽 종목이다. 춘천 본부가 탈 없이 준공되기까지는 많은 분이 도와주셔야 한다.
cycle@yna.co.kr,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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