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성추문 입막음 돈' 만장일치 유죄평결…7월11일 형량 선고(종합)
트럼프 "조작·수치스러운 재판" 반발…항소 의지 밝혀
(워싱턴·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김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의 형사재판 배심원단이 30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모든 범죄 혐의에 대해 유죄를 평결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받은 첫 전직 대통령이 됐다.
뉴욕 맨해튼 주민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이날 오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심리를 마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는 34개 범죄혐의에 대해 만장일치로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를 입막음하기 위해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 달러(약 1억 7000만원)를 지급한 뒤 해당 비용을 법률 자문비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회사기록 등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장부 위조 혐의 12건, 입막음용 돈 지금 수표 발행 혐의 11건, 청구서 위조 혐의 11건 등 34건이었다.
만장일치로 내려진 이번 배심원단의 평결은 심리 착수 후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배심원단은 전날 재판 과정에서 나왔던 핵심 증인의 진술 일부를 다시 들려달라고 판사에게 요청했고, 이날 타블로이드지 내셔널인콰이어러의 발행인이었던 데이비드 페커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나눈 대화에 관한 증언 및 그와 관련한 코언의 증언, 담당 판사의 '배심원 설시(Jury Instructions)' 중 일부를 다시 청취했다.
통상 배심원단 심리가 길게는 몇 주가 걸리는 점을 감안해 이번 배심원단 심리는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심리가 마무리되는 데엔 이틀에 걸쳐 약 12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인사들은 이번 평결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평결이 내려진 후 어깨를 움츠린 채 어두운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 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후 법원 앞에서 "나는 무죄"라며 "이것은 조작되고 수치스러운 재판"이었다고 반발했다.
그는 "진짜 평결은 11월5일(미국 대선일)에 국민들이 내릴 것"이라며 "나는 매우 결백한 사람이고 괜찮다. 나는 우리나라와 헌법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호소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도 "오늘은 미국 역사상 부끄러운 날"이라며 "이것은 법적인 것이 아닌 순전히 정치적 행위였다"고 비난했다.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이 내려짐에 따라 담당 판사인 후안 머천 판사는 선고기일을 오는 7월 11일로 지정했다.
7월11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되는 공화당 전당대회(7월15~18일)를 임박한 시점이다.
유죄 평결이 내려짐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대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이 전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범인 만큼 수감될 가능성보단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징역형이 선고되더라도 대선 출마 길이 막히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은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평결에 대해 '무죄'를 주장한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곧바로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소심 재판까진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해 다시 정권을 잡더라도 뉴욕주 법률상 소위 대통령의 '셀프 사면'은 불가하다. 미국 헌법은 연방 범죄에 한해서만 대통령의 사면권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형사재판 4건 중 하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 외에도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공모하고 정부 기밀문서를 은닉한 혐의 등으로 연방 및 주 검찰로부터 기소된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개의 다른 주에서 3건의 기소에 직면해 있지만, 이들 3개의 사건은 지연되고 있어 이날 평결이 내려진 재판이 선거일 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일한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NYT는 전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리턴매치를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몰아낼 방법은 단 하나뿐"이라며 "투표장에서"라고 적었다. 바이든 대통령 대선 캠프도 성명을 내고 "오늘 뉴욕에서 우리는 어느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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