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성 추문 돈으로 입막음’ 혐의 모두 유죄…대선 나갈 수 있나?

김서영 기자 2024. 5. 3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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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단, 34개 범죄혐의 유죄 판단
트럼프 “진짜 판결은 대선이 내릴 것”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배심원단의 평결을 들은 후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 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 형사재판에서 모두 유죄 판단을 받았다. 이로써 그는 미국 역사상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받은 첫 전직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진짜 판결은 대선에서 내려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뉴욕 맨해튼 주민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이날 오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심리를 마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34개 범죄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평결을 위해 거의 10시간이 필요했으며, 혐의 34개에 각각 “유죄”가 마이크로 선언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당시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지급한 뒤, 해당 비용을 법률 자문비인 것처럼 위장해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사건에선 코언의 증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코언은 10년 가까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활동하며 그의 ‘뒤처리’를 전담하는 ‘해결사’로 불렸으나,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특검 수사를 기점으로 갈라서기 시작했다. 이후 코언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관한 각종 폭로를 이어가며 둘 사이는 사실상 원수지간이 됐다. 코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여성 2명에게 입막음용 돈을 지급해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 의회 위증 혐의 등으로 이미 2018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이번에 코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식을 며칠 앞둔 2017년 1월 트럼프 타워에서 그를 만나 입막음용 돈이 법적 업무에 관한 내용인 것처럼 숨기는 법을 논의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록 위조 계획을 승인했다고 증언했다. NYT는 “코언은 대부분 일관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허위 기록 사이 유일한 직접적 연결고리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계된 인물인 만큼 코언의 증언은 중요했지만, 동시에 그를 신뢰할 수 있는지가 검찰의 고민이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로선 그의 증언을 뒷받침할 증거가 많이 필요했으며 녹음 테이프, 통화 내역, 메모와 송금 영수증 사본, 이메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입막음용 돈을 언급한 녹음 등이 배심원단에게 제출됐다.

변론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언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으며, 코언이 과거에도 거짓 증언으로 처벌받은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무런 기록도 위조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코언과 배심원단을 공격하지 말라고 판사가 명령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은 끝내 증거를 뒤집지 못했다.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스토미 대니얼스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13만달러를 지불했고 이를 숨기기 위해 기록을 불법적으로 위조했다고 판단했다.

코언은 이러한 결과를 두고 “오늘은 (법적) 책임과 법치를 위해 중요한 날”이라고 밝혔다. 그는 언론에 보낸 메시지에서 “나와 내 가족에게 매우 힘든 여정이었지만 진실은 항상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결과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원천적으로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담당한 앨빈 L. 브래그 검사는 징역형을 구형할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대 징역 4년 형까지 선고할 수 있지만, 징역 대신 보호관찰을 내릴 수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법원은 오는 7월11일 형량을 선고할 예정이다. 이는 공화당 전당대회(7월15~18일) 불과 며칠 전이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항소할 것이 거의 확실해, 항소까지 간다면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유롭게 대선 운동을 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른 3개 주에서도 별도 사건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나, 대선 전까지 판결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미국 전직 대통령이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받은 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날 결과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무죄이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평결 이후 법원 앞에서 “이는 수치스러운 일이며 부패한 판사에 의한 조작된 재판”이라며 “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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