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청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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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첩장을 받았다.
정년을 한 지 10년이 넘다 보니 결혼 소식이 거의 끊긴 상태다.
애사는 그래도 지인의 연락이나 단톡방을 통하여 아는 경우가 많지만 경사는 모바일 청첩장이라도 보내줘야 알기 때문에 매우 드물다.
더구나 오랫동안 소식조차 없던 사람이 불쑥 보내온 청첩장 때문에 갈등이 더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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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첩장을 받았다. 오래 전에 함께 근무했던 동료의 아들 결혼 소식이다. 반가웠다. 정년을 한 지 10년이 넘다 보니 결혼 소식이 거의 끊긴 상태다. 애사는 그래도 지인의 연락이나 단톡방을 통하여 아는 경우가 많지만 경사는 모바일 청첩장이라도 보내줘야 알기 때문에 매우 드물다.
애경사 연락을 받으면 으레껏 장부를 찾게 된다. 내 자녀의 혼사나 부모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이면 기꺼운 마음이 들지만 장부에 명단이 없으면 갈등이 생긴다. 내 애경사 때 오지 않았는데 내가 굳이 갈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오랫동안 소식조차 없던 사람이 불쑥 보내온 청첩장 때문에 갈등이 더 깊어진다. 고희가 넘으면 마음 가는대로 행동해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냥 무시해 버릴까. 별별 핑곗거리를 다 찾는다.
마음을 짓누르는 것은 또 다른 경험 때문이다. 동창회에 통 나오지 않던 친구가 어느 날 불쑥 나타났는데 그의 손에 청첩장이 들려있었다.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 수십 억짜리 최신 의료기를 드려왔다고 자랑을 했다. 동창회장이 장부 보지 말고 많이 참석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 날짜를 메모해 놓고 예식장에 갔다가 심한 상처를 받았다. 나를 몰라보는 것이었다. 큰 맘 먹고 갔다가 수모를 당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그럴 수 있다고 마음을 달랬다. 줄서서 기다리는 하객을 맞다 보면 옛 동창이 얼른 생각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애경사 소식을 접하면 절대로 장부를 보지 않고 무조건 참석하겠다고 늘 다짐을 했다. 나를 기억하고 초대해 주는 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청첩장을 보며 그 지인을 생각하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느새 내 손은 컴퓨터에 저장된 애경사 장부를 검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진용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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