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럽지 않은 5층"…'더에이트쇼' 문정희, 그럼에도 해냈다[인터뷰]①

김가영 2024. 5.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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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 5층 연기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제가 봤을 때 5층이 그렇게 사랑스럽지 않더라고요.”

배우 문정희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에서 연기한 5층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문정희는 “저는 그런 사람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언제나 발 뺄 준비를 하고 있지 않나”고 솔직히 털어놨다.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문정희는 모두가 갈등 없이 잘 지내기를 바라는 쇼의 평화주의자 5층을 맡아 출연했다. 천사 같은 마음씨로 참가자들 사이의 불화를 중재하며 주변을 항상 챙기려 하고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쇼를 이어가고 싶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은 인물이다.

문정희는 5층에 대해 “이런 역할을 맡은 게 처음이다. 현실적이지 않으면 어떡하나 그게 제일 어려웠다”며 “5층은 비겁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주변을 보면 친절하고 착하지만 결정적으로 움직이진 않는 이런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제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면서 5층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문정희는 윗층과 아랫층, 그 중간에 있는 5층에 대해 “처음에는 대단히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하지만 그렇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계단을 뛰어야 할 때도 뛰지 않고 똥봉투도 안 받는다. 적극성이 아쉬운 것에 대해서는 ‘아 그래 이럴 수 있지’, ‘나도 그럴때가 있다’라고 생각을 하며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다”며 “촬영을 하면서, 위층과 아래층이 나뉜 후로는 ‘분리하는 건 인간의 본성이구나’, ‘내 마음 안에서 가르기를 하고 있구나’를 느꼈다.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배우 개인으로서도 느끼는 것들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앞서 한재림 감독은 5층의 이름에 ‘문정희’를 달아주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문정희를 염두에 두고 5층 캐릭터를 완성한 것이다. 문정희는 이에 대해 “왜 날 그렇게 보셨는지 궁금했다”며 “오히려 촬영을 하면서 5층처럼 오지랖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제가 두루두루 챙기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촬영을 하면서 강아지 산책하며 만난 사람들과도 더 잘 대화를 하고 오지랖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사랑스럽지 않았다”, “비겁해 보였다”고 표현을 했지만 그런 5층을 더할나위 없이 잘 이해하고 또 표현했다. 이같이 냉철하게 바라봤기 때문에 어떻게 그려낼지 고민을 했고, 그 결과 입체적인 5층이 탄생한 것이다. 문정희의 섬세한 연기 덕분에 5층이 마냥 답답하거나 얄미워 보이지 않고 그의 고민과 사연들이 느껴졌다.

문정희는 한재림 감독의 디렉팅에 대해 “감독님이 ‘이 역할이 어렵다’, ‘중심을 정말 잘 잡아야 하는데 현실적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납득도 되어야 한다’, ‘잘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현장에서는 제가 과하게 표현하면 덜어주시기도 했다”며 “5층은 오지랖은 많지만 정작 자기에게 피해가 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묘했다. 마지막까지 1층이 죽어갈 때도 가장 감정적으로 동요는 하지만 먼저 나서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6층(박해준 분)에게 가위를 드는 장면을 위해 에너지를 쌓아왔다며 “감독님이 초반에 ’조금 더 작게 할까요?‘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제 에너지와 다른 캐릭터라 힘들었다. 그런데 나중에 6층에 가위를 들 때, 그 전에 극상으로는 ’이 여자 뭔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느낌들이 쌓이고 억누르는 것들이 있어야 더 그 장면이 효과적일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 여자는 성적으로 억눌리고, 그런 성적 욕망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다. 6층이 자신을 안아 주었을 때 5층은 스스로를 위로받고 싶어 했을 거다. 그런 것들이 쌓여 6층에게 가위를 드는 것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5층은 역명을 거스르는 여자로 보였으면 했다”며 “그 장면이 5층을 가장 잘 대변하는 장면이고 개인적으로도 그 목표를 향해 갔다”고 밝혔다.

김가영 (kky120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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