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이 車 너무 예쁜데 (사줘)”…“응 (왜?)”, ‘얼굴값’ MINI의 반전 [카슐랭]
신형 MINI EV, 속도 알차졌다
광속 돌파 우주선 닮은 고가트
보조금 받으면 4천만원대 가능
영국 출신 소형차 브랜드인 미니(MINI)의 이미지다. ‘얼굴값’ 제대로 하기 때문이다.
“예쁘면 모든 게 용서”라는 말처럼 귀엽고 깜찍한 외모에만 반해 샀다가는 몸에 골병이 든다. 부셔버리고 싶은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레이싱 혈통을 지닌 거친 녀석이기 때문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인격’이다. ‘반전’이다. 이게 또 매력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나쁜 X’에게 끌린다.
MINI를 상징하는 영국 출신 견종(犬種)도 반전이다. 앙칼지고 고집이 세지만 한때 예쁜 소형견의 상징이었던 요크셔테리어가 아니다.
심술궂은 얼굴에 주름투성이인 잉글리시 불독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악마견’ 비글도 MINI 성격과 닮은 구석이 있다.
유유상종 법칙을 깨서 오히려 MINI를 돋보이게 만든다. 끼리끼리 놀면 오히려 한통속으로 묶여 손해 볼 때가 많다.
MINI 브랜드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스페인 시체스에서 뉴올 일렉트릭 MINI 쿠퍼를 공개했다.
뉴올 일렉트릭 MINI 쿠퍼는 완전 전기화 브랜드로 전환하는 MINI 브랜드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모델이다.
미니멀리즘을 반영한 디자인과 비약적인 혁신을 이룬 디지털 경험, 더욱 길어진 주행거리, 브랜드 고유의 고카트 필링 등을 갖췄다. MINI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순수 전기차다.
외모는 한눈에도 MINI다. 사실 MINI는 기존 모델의 디자인 정체성을 가장 잘 유지한다. 새로운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달라진 곳을 찾는 게 숙제다.
처음엔 눈 씻고 들여다봐야 달라진 점이 보인다. 한두번 보다보면 세련미가 하나둘 나타난다.
그릴, 헤드램프, 범퍼 등을 살짝 터치만 했을 뿐인데 다가오는 느낌은 다르다.
짧은 오버행과 보닛, 긴 휠베이스, 커다란 휠로 기존 모델보다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클래식한 외모를 완성했다.
산뜻한 빛을 발산하는 원형 LED 헤드램프, 깔끔한 플러시 타입 도어 핸들, 클래식한 사이드 스커틀 삭제 등으로 간결하면서도 깔끔한 매력을 살렸다.
기존 육각형 그릴을 대체한 팔각형 그릴, 크롬을 대신한 바이브런트 실버 컬러, MINI 최초로 휠아치의 검정색 패널 삭제 등으로 강렬한 존재감도 강조했다.
리어 램프는 ‘고향’ 영국의 국기 유니언잭에서 영감을 받았다. 다만 국기를 절반씩 나눠 좌우 양쪽으로 배치한 뒤 검정색 스트립으로 이었다. 차체가 더 넓어 보여 안정감이 넘치면서도 스포티해 보인다.
실내 디자인 주제는 더하기보다는 빼기에 집중한 미니멀리즘을 추구했다. 무작정 빼는 것이 아니라 더할 것은 더했다. 디지털 편의성이 대표적이다.
대시보드 중앙에는 삼성 디스플레이와 협업해 자동차 업계 최초로 선보이는 원형 OLED 디스플레이가 자리잡았다. 화질이 선명하고 깨끗하며 반응성도 우수하다.
중앙 원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계기반과 내비게이션, 실내 공조 제어, 차량 인포테인먼트 기능 등을 모두 제어할 수 있다.
최신 MINI 오퍼레이팅 시스템9 운영체제를 탑재해 티맵 기반의 한국형 내비게이션, 게임,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서드파티 앱 등도 이용할 수 있다.
적재용 액세서리는 트렁크 바닥 아래 수납공간에 보관할 수 있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200리터다.
6대4 비율로 구성된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최대 800리터까지 확장할 수 있다. 기존 MINI 전기차는 731리터였다.
뒷좌석의 경우 성인이 타기에는 여전히 불편하지만 기존 모델보다는 좀 더 넓어졌다.
클래식 MINI의 헤리티지를 반영한 아이코닉 MINI 토글 바, 직물 스트랩을 적용한 3-스포크 스포츠 스티어링 휠 등으로 미니멀리즘 매력도 강화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유럽 표준 국제시험 방식(WLTP) 기준으로 402km다. 유럽보다 엄격한 국내에서는 320km 정도 인증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MINI 전기차는 159km를 주행했다. 2배 이상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셈이다.
국내 출시되는 일렉트릭 MINI 쿠퍼 SE 모델은 최고출력 218마력, 최대토크 330Nm, 제로백(시속 0→100km 도달시간) 6.7초다.
‘R-N-D/B’ 기어 셀렉터는 작은 토글바 형태다. 두께가 얇은 원형의 고해상도 OLED 디스플레이는 화질은 물론 터치감도 우수하다.
익스피리언스 모드는 코어, 그린, 고카트 3가지 모드와 고유 유아이(UI) 디자인으로 구성됐다.
그린 모드를 선택한 뒤 주차장에서 나올 때, 좁은 주택가 골목을 지날 때는 MINI의 진가가 발휘된다. 차체가 작고 민첩해 불안감이 전혀 들지 않는다.
울컥거리는 회생제동도 사실상 없다. 앞차와 거리가 가까워지면 추돌 사고를 예바하기 위해 회생제동이 작동하지만 이질감은 적다.
전반적으로 편안하고 안락하며 조용하게 움직인다. 패밀리 세단을 탄 것같다. 통통 튀었던 MINI답지 않다.
“MINI, 이게 뭐니?”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게다가 MINI 마니아들은 겉과 속이 다른 MINI처럼 변덕스럽고 욕심쟁이다.
MINI 브랜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거칠고 불편하면서도 짜릿한 매력’을 없애지 않고 진화시켰다.
고카트 모드에 ‘독기’를 모두 집어넣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MINI는 영화 인터스텔라나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에 나오는 우주선으로 변한다.
영화 속에서 들었던 우주선 발진 굉음이 터져 나온다. 인터스텔라 배경 음악을 작곡한 ‘영화 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의 손길이 닿았기 때문이다.
MINI도 광속을 돌파하는 우주선처럼 돌진한다. 레이싱카 유전자의 진화다. 속도제한 때문에 174km 이상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달리는 맛이 짜릿하다.
오히려 작고 민첩한 소형차이기에 레이싱카보다 더 재미있다. 전기차답게 짜릿한 전기가 통한 셈이다.
대신 불안하지는 않다. 좁은 산길 도로에서도 날카롭고 정확한 코너링 성능과 안정된 주행성능을 발휘했다.
MINI측은 이에 대해 기존 모델보다 소폭 늘어난 윤거와 휠베이스가 뛰어난 주행 다이내믹스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경쾌한 핸들링을 위해 조율된 서스펜션과 댐핑시스템, MINI 특유의 정밀한 조향감각, 고전압 배터리를 차체 하부에 설치해 낮아진 무게중심 등도 한몫했다고 밝혔다.
MINI는 편안하고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전기차의 장점을 활용해 쓸데없는 불편함과 불안감을 뺐다.
대신 고카트 매력은 살리면서 디지털 편의성과 안전성은 향상했다.
기존에는 펀(Fun)한 대신 불편해야 MINI답다고 했다. 신형 MINI 전기차는 펀하고 편해도 ‘MINI는 역시 MINI’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내 출시 트림은 클래식(Classic)과 페이버드(Favoured) 2가지다. 예상 가격은 트림에 따라 5200만~5700만원선이다.
클래식 트림은 전기차 보조금 100% 기준인 5500만원 미만을 충족한다. 보조금을 더하고 부담은 덜어주는 ‘MINI멀리즘’을 통해 4000만원대 전기차가 된다.
MINI는 국내에서 여성들이 선호하는 수입차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집계한 성별 구매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수입차 24개 브랜드 중 유일하게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구입했다. 개인 구매자 중 남성은 905명, 여성은 1368명으로 나왔다.
성별·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여성들은 MINI 해치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왔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선호 차종은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테슬라 모델Y, MINI 해치백, 벤츠 GLC(1766대) 순이었다.
심리학과 뇌과학에 따르면 여성은 명품처럼 자신의 여성적인 매력을 치장해주거나 돌봄 본능을 자극할 수 있는 차종을 ‘상대적’으로 선호한다고 한다. 귀엽고 예쁜 MINI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다.
귀엽고 예쁘지만 독기도 품은 MINI의 팜 파탈(femme fatale) 매력도 여성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물론 ‘나쁜 여자’에 끌리는 남성도 유혹할 수 있다.
“오빠, MINI도 (나처럼) 예쁘고 착하지” “응 (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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