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전국서 촛불집회…"한국의료 사망 선고, 6월부터 큰 싸움"
30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6개 지역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을 비판했습니다.
의협은 이날 오후 9시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대한민국 정부 한국의료 사망선고의 날'이라고 이름 붙인 집회를 열었습니다.
대한문 앞 인도를 메운 참가자들은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단 채 촛불과 함께 '국민건강 사망, 의학교육 사망', '무너진 의료정책 국민도 의사도 희망 없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어 올렸습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금 이 사태의 본질은 정부가 일으킨 의료농단, 돌팔이를 만들겠다는 교육농단, 암 환자 고려장, 어르신들이 돈 많이 드는 진료는 못 받게 해 일찍 죽게 하겠다는 의료 고려장"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나치 시대의 게슈타포(비밀경찰)' 등의 표현으로 정부를 거세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임 회장은 "만약 정부가 지금이라도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바로잡지 않고 계속해 나라가 망하는 길로 가겠다면 의사들은 시민들과 함께 국가를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자들을 끌어내리는 선봉에 서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참가자 일부는 "윤석열 탄핵"이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일부 보도와 달리 임 회장은 이날 '의사 총파업' 등 집단행동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습니다.
임 회장은 향후 투쟁과 관련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의료 농단에 대한 큰 싸움을 시작한다. (의대) 교수님들도 기꺼이 동의해줬다. 이제는 개원의, 봉직의도 본격적으로 이 큰 싸움에 나와줘야 한다"고만 말했습니다.
한 의료전문 매체는 이날 "의협이 29일 내부 회의에서 30일 촛불집회에서 의사 총파업을 선언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었습니다.
임 회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협이 집회 자리에서 뭘 선언할지 아시고 미리들 실망하시나요"라고 적으로 중대 발표가 있음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관련 보도에 대해 정부는 이날 "촛불집회에 대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총파업 선언 등이 예고돼 있으니 관련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대책을 마련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집회에서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의 '애도사'를 대독한 한미애 부의장은 "2024년 5월 30일 밤 9시 서울 한복판 대한문에서 감히 한국 의료가 죽었다는 선고를 내린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신입생 정원 증원 발표는 의료의 질 유지와 발전으로 향하는 다리를 끊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밤 한국 의료의 사망 선고에 삼가 애도를 표하고 새로운 한국 의료의 재기를 알리는 시발점으로 삼겠다"며 "정부의 공식적인 대화를 다시 한번 정식으로 요청한다.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정책을 정해놓고 '들어와 이야기하자'는 형식적인 언론 플레이가 아니라 필수의료 개선을 위한 실질적 출발점을 만들 수 있는 항구적이고 지속적인 대화 협의체 구성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습니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 광주, 대구 등지에서도 동시다발 집회가 열렸습니다.
대구 중구 중앙로 대구백화점 앞에는 경찰 추산 400여 명(주최 측 추산 1천500여 명)이 모였습니다.
대구 달성군의사회 서보영 회장은 "의료파탄 고마 치아라"라며 사태 장기화를 비판했습니다.
오지인 경북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사태의 장기화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사회적 파장을 감당할 여력이 준비되었다면 그만 전공의들을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광주시의사회와 전남도의사회는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의료정책 개악은 대한민국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며 "참담한 심정으로 촛불을 든다"고 밝혔습니다.
부산·울산·경남 의사협회 소속 2천여 명은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습니다.
검은색 옷을 입은 집회 참가자들은 "의대생을 보살피고, 전공의를 지켜내자", "합의없는 정원확대 필수의료 무너진다" "얼렁뚱땅 의대증원 국민건강 위협한다", "현정부의 의료농단 대한민국 무너진다" 등의 구호를 외치고 LED 촛불을 흔들었습니다.
대전 보라매공원에서도 대전, 충남·북, 세종시 의사회가 주최한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단상에 오른 의사단체 대표들은 정부의 바람대로 의대정원을 늘려도 지역·필수의료 낙수효과를 얻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의협은 서울 집회에 2천 명이 참석했으며, 전날 춘천에서 열린 집회를 포함해 7곳 집회의 참석자가 모두 1만 명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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