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 美 e스포츠 감독 출신이 만든 게임 팬덤 플랫폼 ‘플레이스쿼드’
MZ 감성에 AI 기술 입혀
덕업일치. 좋아하는 일을 업(業)으로 삼는다는 말로, 최근 MZ 세대가 추구하는 일과 삶의 방식이다. 여기에 창업을 더해, 자기 사업을 하는 이가 있다. 게임 팬덤 플랫폼 ‘플레이스쿼드’를 개발·운영하는 스타트업 ‘드래프티파이’의 정용철(33) 대표다.
이 플랫폼은 게임 방송 크리에이터와 팬을 연결,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게임 찐팬(진짜 팬)인 정 대표의 감성에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됐다. 정 대표를 지난 29일 서울 역삼동 드래프티파이 본사에서 만났다.
정 대표의 ‘덕질’은 그의 이력에서 드러난다. 카이스트(KAIST)에서 생명과학과 박사 학위를 받은 정 대표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오버워치 게임 구단 ‘뉴욕 엑셀시어’에서 데이터분석팀장, 감독으로 일했다.
그는 “교수님들의 만류도 있었지만, 게임을 너무 좋아해 e스포츠 구단에서 일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당시 구단 소속 선수들의 게임 영상을 분석, 승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영상을 자동으로 편집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를 계기로 2022년 드래프티파이를 창업했다. 대학 동기인 오영택 현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참여했다. 오 CTO는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졸업했다.
드래프티파이의 첫 비즈니스는 ‘e스포츠 전문 분석 툴’이었다. 정 대표가 미 오버워치 게임 구단에 있을 때 개발한 프로그램을 발전시켰다. 이후 중국의 한 e스포츠 게임 구단에 프로그램을 팔았다. 드래프티파이의 첫 고객이었다.
하지만 시장이 너무 작았다. 전 세계에서 1군 팀을 지닌, 드래프티파이의 프로그램을 구매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춘 구단이 많지 않았다. 정 대표는 사업 방향을 틀어 게임 코칭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게임 유저들이 코칭 능력과 상관없이 자신이 아는, 인기 선수 출신 등 게임 방송계 셀럽(유명인)에게 배우길 원한다는 걸을 알게 됐다. 이후 고객 니즈, 성장성을 반영해 개발한 플랫폼이 플레이스쿼드다. 현재 글로벌 게임 콘텐츠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약 13조원에 이른다.
정 대표는 “유명 크리에이터들을 중심으로 구축된 ‘팬덤’은 게임 방송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적 가치”라며 “그동안 게임 시장을 경험하며 개발한 프로그램을 플레이스쿼드 한곳에 모았다”고 말했다.
창업 초기이지만 드래프티파이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올해 5월 기준 플레이스쿼드의 가입자는 전년 대비 400% 증가했고,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8000명에 이른다.
드래프티파이는 성장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3월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같은 해 6월에는 딥테크(기술 중심 스타트업) 팁스(TIPS) 기업으로 선정돼 연구개발(R&D) 등을 위한 자금 15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플레이스쿼드의 핵심 경쟁력은 게임 크리에이터와 팬을 연결,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데에 있다. 팬과의 게임 대결, 온라인 팬 미팅, 팬 게임 코칭 등이다.
예를 들어, 크리에이터가 ‘1대 1 게임을 하자’는 콘텐츠를 플레이스쿼드에 올리면 팬들이 참여하는 식이다. 특히 ‘후원 연동 게임’ 콘텐츠의 경우, 팬이 크리에이터가 하고 있는 게임에 변수를 줘 게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의 게임 영상도 보며 즐길 수 있다. 크리에이터가 유튜브 라이브, 아프리카TV, 네이버 치지직 등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개인 방송을 하면, 플레이스쿼드에서 그 영상의 하이라이트를 만들어 제공한다. 영상은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멀티모달 AI 기술을 적용해 만든다.
정 대표는 “보통 영상 편집자들이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드는 데 짧게는 1~3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 걸리는데, 드래프티파이는 1분이면 1시간짜리 영상에서 여러 하이라이트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 크리에이터와 팬들이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참여형 콘텐츠를 추가해 글로벌 게임 팬덤 플랫폼으로 성장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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