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즉설]'이래도 한동훈 저래도 한동훈', 국힘 당권 3가지 변수?

은현탁 기자 2024. 5. 31.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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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출마 후보자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나경원·윤상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전당대회 룰,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 한동훈 출마 여부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여러 변수를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당원 투표 100%' 규정 변경 가능성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7월 말에서 8월 초에 진행되는데요. 휴가 기간을 고려할 때 8월 초보다 7월 중하순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3·8전당대회는 이미 2개월 전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준비를 마무리했죠. 그런데 이번에는 당헌·당규 개정 여부조차 정해지지 않아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출마 후보자들의 물밑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는데요. 한 전 위원장과 나 의원, 유 전 의원은 최근 SNS를 통해 정부의 해외직구 규제 방침에 대해 비판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당권 주자들 간 주도권 싸움이 시작됐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없습니다. 현재 거론되는 잠룡들의 출마는 전당대회 선거규칙이 어떻게 개정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3·8전당대회를 앞두고 역선택 방지를 이유로 '당원 투표 100%'로 규칙을 변경했죠. 친윤(친 윤석열) 세력이 김기현 의원을 당 대표에 당선시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 합산 방식으로 전당대회를 치렀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 사진=유승민 유튜브 캡처

윤심과 당심(黨心)만으로 당대표를 뽑은 국민의힘은 결국 엄청난 부메랑과 마주하게 됐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사이에 수직적 당정관계가 형성되면서 윤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 이미지는 더 부각됐습니다. 3·8전당대회가 시발점이 돼 10월 강서보궐선거에 이어 지난 4·10 총선까지 참패하게 됐습니다.

총선 패배 이후에는 민심을 반영해 당 대표를 선출하는 쪽으로 되돌아가는 분위기입니다. 비윤계와 수도권 의원, 원외 그룹은 '국민 50%·당원 50%'로 규정을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친윤계에서도 '당원 투표 100%'를 반드시 고집하지는 않는 분위기입니다. 친윤계 유상범 의원은 2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현재 (당원 투표) 100% 반영에 대해 비판 여론이 많기 때문에 민심을 분명히 반영할 것"이라면서 "아마 20-30%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당권 주자 중 뚜렷한 친윤 안 보여

이번 전당대회는 민심 반영 비율에 따라 잠룡들의 출마도 결정될 것 같은데요. 유 전 의원은 일반 여론조사에서 한 전 위원장과 1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지만 기존대로 당심 100%로 전당대회를 치르면 출마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도 국민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렸지만 '당원 100%'룰로 결정되면서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이번에도 최소한 민심 반영이 30% 이상 돼야 승산이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3·8전당대회는 윤심으로 시작해 윤심으로 끝난 경선이었죠. 친윤계의 압박 속에 권성동 의원과 나경원 의원도 중도하차했습니다. 반면 김기현 의원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장제원 의원과 '김장연대'를 하면서 당원들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한자릿수 지지율로 시작해 전당대회 1차 투표에서 과반인 52.9%를 얻어 안철수 의원(23%)을 누르고 당선됐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토론회 참석한 나경원 의원.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이번에는 '윤심'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 중반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윤심 몰이'를 하기에는 애매한 상황입니다. 본격적인 당권 레이스에 들어갔지만 뚜렷한 친윤 주자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윤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현재 거론되는 잠룡들은 비윤(비 윤석열)이거나 '한때 친윤'이었던 인물들입니다. 한 전 비대위원장도 윤 대통령과 여러 차례 갈등을 빚으면서 비윤의 길을 걷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심은 한동훈 '1강', 등판 초읽기

이번 전대의 최대 변수는 한 전 위원장의 출마 여부입니다. 그는 최근 해외 직구 규제 비판에 이어 총선 당선·낙선인들을 만나 지구당 부활 구상을 제시했습니다. 한 전 위원장은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지만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게 약점인데요. 이런 점을 고려해 원외 인사 쪽으로 외연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한 전 위원장의 등판은 초읽기에 들어간 느낌인데요. 출사표를 던지면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입니다. '한동훈 대세론'에 뚜렷한 대항마가 보이지 않고 있어요. 최근 나온 여론조사를 보면 민심은 한동훈과 유승민이 우열을 가리기 어렵지만 당심은 '한동훈 1강'입니다. 국민 여론조사 반영률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면 '이래도 한동훈, 저래도 한동훈'입니다.

①뉴스핌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7-28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무선 ARS)을 대상으로 '차기 당대표로 누가 적합한지 물었더니 한동훈 28.4%, 유승민 25.9%, 안철수 6.4%, 원희룡 5.5%, 나경원 5.4%로 나타났습니다. 그렇지만 국민의힘 지지층(348명)에서는 한동훈 55.9%, 나경원 9.5%, 원희룡 9.1%, 유승민 6.9%, 안철수 4.8% 순입니다.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자료=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②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25-26일 전국 유권자 1017명(무선 ARS)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승민 26.8%, 한동훈 26.0%, 나경원 7.5%, 안철수 7.4% 순입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61.5%를 얻어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습니다. 나경원 10.1%, 원희룡 8.7%, 안철수 6.4%, 유승민 4.0% 순입니다.

③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20-21일 전국 성인 1000명(무선 ARS)에게 물은 결과도 대동소이합니다. 일반 국민 대상으로는 한동훈 29.1%, 유승민 27.8%로 나타났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을 놓고 보면 한 전 위원장이 54.8%로 압도적인 1위였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나경원, "한동훈 출마 본인에게 이득 안돼"

한 전 위원장의 출마가 실익이 없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당선되더라도 대선에 출마하려면 당헌·당규에 따라 대선 1년 6개월 전인 내년 9월에는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1년 1개월 정도 당 대표를 맡게 되는데 거대 야당에 시달려야 하고, 윤 대통령과도 더 많은 갈등을 빚을 수도 있습니다. 득점보다는 감점이 많으면 오히려 대권 고지를 오르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인데요.

나경원 의원은 27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내가 한 전 위원장이라면 출마하지 않을 것 같다. 본인에게 별로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치적인 현명한 판단을 한다면 당분간 당에 들어와 대표 같은 걸 할 생각은 안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한 전 위원장이 당 대표에 출마하지 않으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뉴스의 중심에서 사라지면 존재감이 흐릿해지고 지지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여당 내 차기 대선후보 1위 자리를 지키기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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