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의대 교수들 "의대, '현대판 음서제' 전락 막아야"
의료계, '증원' 놓고 진통 장기화
학교 측 "소통 통해 의견 반영할 것"
교수 "철회?…변형된 또다른 형태 우려"
의과대학 증원을 두고 의료계의 극심한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와 교수들의 집단 사직 가능성이 눈앞에 점쳐지지만, 결원에 따른 의대 운영의 변화까지 의대 증원이 몰고 올 나비효과는 짐작조차 힘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컬대학30' 선정 과정에서 원광대학교가 '의대 전과제'와 유사한 의대 충원 방안을 등장시켜 소란이 일기도 했다. 원광대는 즉시 철회 입장을 밝혔지만, 의과대학 교수들은 "현대판 음서제로 전락하지 않도록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한다"고 날을 세웠다.
CBS노컷뉴스가 병원과 학교를 지키면서 두 곳의 사정을 훤히 아는 원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들은 학교의 '보복'에 대한 우려를 전하며 모두 익명을 요구했다.
이들은 먼저 '의대 전과제'를 언급했다. 앞서 원광대는 '글로컬대학30' 혁신기획서에 비(非) 의대생을 의대생으로 전환하는 '프리-메드스쿨' 계획을 기재해 논란이 불거졌다.
원광대의 계획에 교수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원광대가 과거 '의대 전과제'로 큰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원광대는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총 12명의 전과생 중 9명이 교직원 자녀로 구성돼 특혜 문제가 불거지며 '전과제'가 폐지된 바 있다.
A교수는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가능했는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며 "당시 총장의 측근으로 특정 보직을 가졌던 한 직원의 자녀 2명은 2년간 차례로 전과했던 전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 원광대 전과생 명단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총 12명이 생명학과 등에서 의예과, 치학과로 전과했다. B교수는 "(전과생)12명 중 9명이 교직원 자녀들이 입학한 것으로 최종 파악하고 있고, 이는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원광대는 지난 2012년 6월 5일. 2년간 운영해온 의학계열 전과제도를 3년간만 연장 시행한 후 폐지하기로 확정하면서 2015년을 끝으로 전과생을 받지 않았다. 당시 원광대가 밝힌 전과제 폐지 사유는 '우수학생 유치 실적 미비'와 '학생들 간 불신' 그리고 '의학계열 교수와 학생들의 반대' 등이다.
원광대학교 측은 '글로컬대학30'을 통해 계획했던 제도는 과거 전과제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과거와 달리 정보가 공개된 점과 프리-메드스쿨 과정을 통해 의과대학 학생에 버금가는 '실력'을 키워낼 수 있는 등 입시 공정성을 헤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들은 "타 대학에서 의대 편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응시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전제다"며 "제한된 경쟁 속에 학점 등으로 이수생을 뽑을 것인데, 교직원들이 정보 접근성에 근거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으리라 보장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C교수는 "과거 병원 일로 바빠 (폐단을)제대로 바로잡지 못했던 책임도 있다"며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재현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의대 입학과 관련된 변형 제도 등 어떠한 가능성도 논의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학교의 철회 발표에도 '프리-메드스쿨'의 변형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학교의 추진 과정 속 의과대학과 사전 논의가 없어 상호 신뢰가 부족한 상황이다.
A교수는 "(의과대학과 논의를 거쳤다는 학교의 주장에 대해)100% 거짓말이다"며 "(글로컬대학30 예비 지정이 한 참 지난)5월 중순에서야 확인한 부분으로 학교는 철회 입장 후에도 변형된 다른 형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입시 공정성 확보를 위해 이와 같은 계획이 수립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들은 '현대판 음서제'를 경고했다.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미래 의대생을 모집하기 위해선 똑같은 입시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대 증원과 마찬가지로 '의대 전과제' 혹은 유사한 변형 형태 역시 의료 수준 저하를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A교수는 "원광대학교를 졸업했든지 원광대보다 성적이 더 낮은 대학을 나왔든지 공정한 경쟁을 통한 제도를 마련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의사는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공정하지 않게 들어온 학생들의 실력은 물론, 인성 함양은 어려운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슬리퍼에 추리닝 차림으로 전과 면접을 본 학생도 있었고, 나중에 알고 보니 교직원 자녀여서 기가 찼던 기억이 있다"며 "학교 의과대학의 발전을 위해 모집 즉 출발부터 중요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고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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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CBS 김대한 기자 kimabou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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