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포럼] 전문가의 '현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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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 인터넷 포털에서 뉴스를 읽다 보면 쉽게 눈에 띄는 기사가 있다.
'브랜드를 믿고 샀는데. 대반전이.', '이 제품은 주의해야 합니다', '유명 연예인의 뜻밖의 행동.'이라는 제목을 달고 그 뒤로는 생각보다 제품의 성능이 뛰어났다거나 가성비가 매우 좋다거나 지속적인 선행을 했다는 식으로 본문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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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ㆍ경남=뉴스1) 김영선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 인터넷 포털에서 뉴스를 읽다 보면 쉽게 눈에 띄는 기사가 있다. '브랜드를 믿고 샀는데. 대반전이.', '이 제품은 주의해야 합니다', '유명 연예인의 뜻밖의 행동….'이라는 제목을 달고 그 뒤로는 생각보다 제품의 성능이 뛰어났다거나 가성비가 매우 좋다거나 지속적인 선행을 했다는 식으로 본문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언어학적으로 표층(表層)의 문장을 통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기저(基底) 의미로 본문 내에서는 예상치 못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독자의 주의 끌기 측면에서 단어의 생략을 사용한 것으로 반복적인 단어 사용, 단어의 이미지화, 단어의 의인화 등과 함께 주로 광고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뉴스 기사가 광고화가 되어간다는 것에는 고운 시선을 줄래야 줄 수가 없다.
지난 겨울 주위의 어떤 분이 '무자계(無磁界) 열선 전기요'를 홍보했던 기억이 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전기를 사용하여 전선을 달구는 데 전자기파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으로 들린다.
비오-사바르(Bio-Savart) 법칙은 모르더라도 전류가 흐르는 도선 주위에는 자기장이 형성된다는 것은 중학교 2학년 과학 시간에 배우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전류가 흐르는 도선 주위에서 어떻게 자계 즉 자기장을 없앨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더 정확하게는 자기장을 상쇄시킬 수 있는 도선의 배치를 통해 최대한 줄인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전자기장 인증 시험 규격을 만족하는 정도의 자기장 발생을 확인하는 것이다.
'무자계'라고 열변을 토하며 겨우내 전기요를 덮고 지내던 그 분의 만족감 앞에서 과학적 원리를 설명하며 그래도 일부는 발생한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결국 '무(無)'라는 단어를 선택했던 제조사의 의도는 꽤나 성공적이지 않았던가 싶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서는 '전기세', '수도세'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세금'은 국가나 지방 자치 단체가 강제적으로 징수하는 것이고 '요금'은 사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으로 강제성이 없다. 전기 요금은 사용자의 소비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기를 연결해 놓기만 하면 사용량에 상관없이 계약 종류에 따른 기본요금을 내야 하지만 이는 전체적인 전기 공급 시설의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다.
예전에는 연구 개발 사업을 위해 '세계 최고', '국내 최초', '고성능' 등의 단어를 자주 사용했으나 지금은 정량화(定量化)되거나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해야 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사업을 따내기 위하여 그리고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언어학적 광고 기법이 제도적으로 정비된 것이다.
'전기 요금'을 '전기세'로 말하고 '무자계'를 단어 그대로 신뢰하며 애용하더라도 사용자의 입장은 별다른 것이 없지만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거슬리기는 한다. 자칫 사용자가 납세 의무를 부여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자주 사용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다.
전문가가 전문적 사실에 근거하여 정보를 전달하고 혹시나 사용자가 현혹되지 않을까까지 고민한다면 훨씬 더 전문가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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