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혁명 유적지, 알려진 것과 다르다”…조선총독부 새 기록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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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군수 조병갑이 농민 수탈을 위해 축조했다가 훗날 동학혁명의 도화선이 된 '만석보' 터가 지금까지 알려진 장소와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왕현종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만석보터와 황토현에 대한 기록이 담긴 '충청남도·전라북도 사료채방복명서'를 발견했다고 3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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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조선총독부 기록 현재 유적비 위치와 달라
고부군수 조병갑이 농민 수탈을 위해 축조했다가 훗날 동학혁명의 도화선이 된 ‘만석보’ 터가 지금까지 알려진 장소와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봉준 장군이 4천여 농민군을 이끌고 첫 승리를 기록한 ‘황토현’의 위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왕현종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만석보터와 황토현에 대한 기록이 담긴 ‘충청남도·전라북도 사료채방복명서’를 발견했다고 30일 밝혔다. 복명서는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가 1934년 펴낸 것으로, 편수회에서 근대사 편찬 주임을 지낸 다보하시 기요시가 1934년에 열흘 동안 충남과 전남북 일대 동학농민혁명 유적을 답사한 뒤 작성한 것이다.
발견된 복명서에 첨부된 ‘정읍군약도’를 보면, 일본식 한자로 적힌 ‘두전리’란 지명 옆에 ‘만석보지’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이곳은 현재 만석보 유지비에서 서쪽인 동진강 하류 쪽으로 약 2㎞ 떨어져 있다. 이 기록은 다보하시가 1940년 펴낸 ‘근대 일선(일본과 조선)관계의 연구’에서 밝힌 ‘만석보는 고부군 답내면 두전리 동진강 남안에 설치됐다’는 내용과도 일치한다. 만석보터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만석보터가 알려진 곳이 아닌 원래 자리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이라고 의심해왔다. 2000년대에 말목(땅의 단단함을 더하기 위해 설치하는 말뚝)으로 추정되는 유구가 발견된 뒤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정읍군약도에 표시된 장소는 재단이 추정한 곳에서도 하류 쪽으로 약 1.5㎞ 떨어진 지점이다.
왕 교수는 “해당 지역에서 발견된 말목이 실제 만석보를 만들기 위해 설치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병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조사부장도 “올해 겨울 정읍시가 말목이 발견된 지역을 조사할 계획”이라며 “정읍군약도에 표시된 곳이 실제 만석보터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말목 발견지 일대를 조사해 만석보와의 관련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읍군약도 오른쪽 아래에선 ‘망제봉’이라는 지명 위에 ‘황토치’라고 쓰인 글자도 확인된다. 황토치는 황토현 전투가 있었던 황토 언덕을 뜻한다. 지도에 표기된 지역은 현재 황토현 전적비가 있는 언덕에서 1∼1.5㎞ 떨어진 곳으로, 지금의 사시봉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누리집을 보면 사시봉에서 전투 당시 사망자들의 유골이 발견됐다는 증언도 나온다.
현재 황토현 전적비가 있는 언덕과 사시봉은 각각 관군과 농민군이 주둔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병규 부장은 “황토현 전투에서 관군과 농민군 중 누가 먼저 공격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다만 전적비가 있는 언덕을 황토치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발견된 자료를 봐선 황토치가 현재 사시봉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현재 사시봉은 유해 발굴 필요성까지 제기됐지만 주변으로 농장과 과수원 등이 들어서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왕 교수는 “사료를 작성한 다보하시 기요시는 19세기의 역사 편찬에 관한 최고 권위자였다”며 “그가 여러 날에 걸쳐서 정밀하게 조사한 결과물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교수가 발견한 사료와 사료해설서는 31일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동학농민혁명연구’에 실린다.
만석보 유지비와 황토현 전적비는 각각 전북도 시도기념물과 국가유산청 사적으로 지정돼 있어 정확한 위치가 확인될 경우 동학혁명 유적지는 정정이 불가피하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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