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확 늘린 근시 어린이...야외 활동 모방한 기술로 예방한다
야외 활동서 접하는 파장대 빛으로 대처
야외 활동이 줄면 가까운 곳만 보고 근시가 되기 쉽다. 최근 실내에서도 근시를 막을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바깥에서 활동할 때처럼 먼 곳을 바라보거나 야외에서 접하는 파장의 빛을 일부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29일(현지 시각) ‘세계를 휩쓴 근시 전염병을 멈출 기술들’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채광과 조명, 입체적인 벽지 등을 이용해 근시 진행을 예방할 수 있는 기술들을 소개했다.
근시는 가까운 곳은 잘 보이나 먼 곳은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 현상이다. 사물에서 반사된 빛이 눈으로 들어와 망막에 상으로 맺혀야 보인다. 근시는 상이 그보다 앞쪽에 맺히면서 일어난다. 특히 성장기에는 안구가 앞뒤로 길어지면서 근시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근시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야외 활동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야외 활동 시간을 늘리기란 쉽지 않다. 호주 브라이언홀든비전연구소는 근시 인구가 2000년 대비 2020년에는 2배, 2050년에는 3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을 지나면서 소아 근시가 급증했다. 홍콩중문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전에 비해 6세 어린이의 근시 발생률이 2배나 증가했다.
과학자들은 실내에서 실외 환경을 재현해 근시를 예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중국 안후이 의대 연구진은 기존 조명을 더 밝게 하거나 햇볕을 실내로 끌어오는 채광으로 근시 발생률을 10% 줄일 수 있음을 밝혀냈다. 다만 실내에서도 야외만큼 햇볕을 받으려면 건물 천장을 빛이 통하는 유리로 만들어야 한다. 비용이나 안전면에서 실현이 어렵다.
호주 퀸즐랜드 공대 연구진은 햇빛 중에서도 청록색 파장의 빛을 내는 특수 안경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이 장치가 일시적으로 근시를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효과는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독일 의료기기제조업체인 도파비전(Dopavision) 연구진은 망막과 시신경이 연결되는 부분에 청색광을 쬐는 장비를 개발해 임상시험 중이다. 동물실험에서 같은 부위에 청색광을 쬐었더니 도파민 수치가 높아졌다. 이론상 동물의 안구 뒤쪽에 도파민 수치가 높아지면 근시가 억제된다. 안구가 길어지는 현상을 막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도 도파민 수치가 높아졌을 때 근시가 억제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현재 유럽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일본 도쿄게이오의대 연구진은 이보다 파장이 더 짧은 자색광이 근시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생쥐와 병아리에게 자색광을 쬐는 실험을 했더니 실제로 근시 진행이 느려지거나 억제됐다. 하지만 6~12세 근시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
근시 억제 효과가 동물과 사람에서 달리 나타나는 것은 눈 구조가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일본 게이오대 의대와 함께 연구했던 리처드 랭 미국 신시내티아동병원의료센터 안과 교수는 네이처에 “360~40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파장인 자색광은 쥐와 달리 인간의 눈에서는 전혀 반응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래퍼엘 그릿츠 미국 앨라배마대 의대 안과 교수는 “인간과 시각적 구조가 유사한 두더지(Tupaia belangeri)에게 자색광을 쬐었더니 400㎚보다 짧은 파장의 빛이 대부분 걸러졌다”며 “인간의 눈도 이와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연구진은 실제 사람에서 근시를 예방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중국 홍콩이공대 연구진은 초등학생들에게 적색광을 쬐는 실험을 한 결과, 근시 발생 위험이 다른 어린이들보다 절반 가량 낮아졌음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안구에서 혈류가 원활해져 근시를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중국 아이얼 안과병원 연구진은 자연환경을 입체적으로 재현한 벽지를 개발했다. 야외에서 먼 곳을 바라볼 때처럼 눈이 초점을 맞춰 근시를 막는 원리다. 연구진은 이 벽지로 도배한 교실에서 1년 생활한 어린이들이 다른 어린이들보다 안구 길이가 훨씬 짧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드림렌즈’와 ‘아트로핀’이 인기다. 드림렌즈는 밤새 각막을 눌러줘 낮 동안 일시적으로 잘 보인다. 드림렌즈를 오래 끼면 근시 진행을 늦추는 효과도 있다. 아트로핀은 동공을 넓이는 약물로 원래 1%로 희석해 치료나 검사 목적으로 눈에 넣는다. 그보다 10배(0.1%), 20배(0.05%)로 희석한 저농도 아트로핀을 눈에 넣으면 하루나 이틀 정도 동공이 넓어지면서 근시가 교정된다.
임한웅 한양대병원 안과 교수는 “드림렌즈와 아트로핀 모두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며 “특히 -6 디옵터의 고도 근시인 10세 이하 어린이에게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그는 “근시는 성장기 동안 진행되다가 20대 초반에 대개 멈춘다”며 “소아 근시가 심하거나 고도 근시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이 방법을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런 방법도 단점이 있다. 성장기가 끝날 때까지 5~10년 동안 드림렌즈를 사용하기가 여간 불편할 뿐아니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각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아트로핀은 동공이 커져 눈이 부시거나 독서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네이처는 근시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야외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임한웅 교수도 “야외 활동이 왜 근시 예방에 좋은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바깥에서 직접 햇볕을 쬐는 것이 눈 건강에 가장 좋은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눈에 나쁜 습관을 교정하는 것도 좋다. 임 교수는 “최근 스마트 기기를 어릴 때부터 많이 사용해 소아 근시 위험이 있다”며 “책과 스마트폰은 눈으로부터 30㎝ 이상 멀리 두고 보는 습관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15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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