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도 힘들 텐데" 용돈 대신 택한 알바…범죄자 돼버린 취준생
[편집자주] 한동안 감소 추세였던 보이스피싱 범죄가 다시 기승을 부린다. 1인당 피해액은 3000만원을 넘어섰고 범죄 대상은 10·20대로 확대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신종 범죄 수법을 파헤치고 실제 피해 사례를 소개한다.
※ 이 기사는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갓 대학을 졸업한 김아윤씨(26·가명)는 마지막 학기부터 여러 회사에 지원했으나 번번이 떨어졌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자 김씨 마음도 조급해졌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에 부모님에게 용돈을 부탁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단기 일자리라도 찾아보려 아르바이트 채용 플랫폼을 열었다. 구미가 당기는 공고 하나를 발견했다. 의류 회사에서 '사무직'을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재택근무도 가능해 취업 준비와 병행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모바일로 이력서를 제출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다. 자신을 '황성길 과장'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의류 발주 관련 전산입력을 하는 일"이라며 "전화를 많이 받아야 한다"고 했다.
황 과장은 본격적인 업무를 위해 기업 일반전화기를 김씨 집에 개통해준다고 했다. 황 과장은 김씨에게 직접 일반전화 개통 신청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전화기는 직접 보내준다고 했다. 며칠 뒤 온라인 배송을 통해 김씨 집에 전화기 하나가 도착했다.
"과장님~ 일반전화 개통했고 기사님이 집에 유선 라인도 설치해주셨습니다."
김씨는 설치 기사가 돌아간 뒤 황 과장에게 곧바로 문자를 보냈다. 문자메시지 옆에 1이 사라지기 무섭게 황 과장이 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황 과장은 개통한 일반전화의 전화번호를 물어본 뒤 마지막으로 통신사에 '착신 서비스'를 신청하라고 했다. 착신 서비스를 신청하면 일반전화로 오는 전화를 지정된 휴대전화 번호로 받을 수 있다.
김씨가 착신 서비스 신청까지 마쳤다고 하자 황 과장은 "조만간 업무를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회사에서는 연락이 없었다. 업무에 대한 지시도 오지 않았다. 속절없이 시간만 흘렀다.
어느 날 김씨 집으로 고지서 한 장이 날아왔다. 10만원 가까운 전화요금이 김씨 이름으로 부과됐다. 전화 설치비용까지 총 15만원 가까운 돈이 들었지만 황 과장에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도 묵묵부답이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기업 사무보조나 콜센터 직원 모집하는 것처럼 채용 공고를 올린 뒤 구직자 명의로 일반전화번호를 개통하라고 요구하고 보이스피싱 범죄에 끌어들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구직자들이 개통한 일반전화번호를 피싱 미끼 문자 속에 기재한 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게 보냈다. 유명 카드사나 은행을 사칭해 해외 결제가 이뤄졌다거나 계좌가 개설됐다며 속인 뒤 '문제가 있을 시 해당 번호로 연락하라'고 적었다.
구직자들에게 착신 서비스를 가입하라고 권유한 것도 보이스피싱 범죄를 위해서였다. 구직자들이 개통한 번호에는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이용하는 대포폰 번호를 연결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전화를 걸면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전화를 가로채 응대했다. 구직자들은 자신들의 명의로 개통된 번호가 범죄에 사용되는지 알 수 없는 구조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20일까지 이 같은 수법의 범죄가 145건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에 고수익·재택근무 등의 단어가 들어있다면 일단 의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회사원 명의로 전화를 개통하라는 회사는 없다. 악용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각별히 주의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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