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도 OK’ 빅클럽 ‘펩바라기’ 열풍, 제2의 아르테타 알론소 찾기 [풋볼 와치]

김재민 2024. 5.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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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재민 기자]

펩의 제자, 펩의 코치, 펩의 친구를 찾는 빅클럽이 한둘이 아니다.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은 '감독 GOAT(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로 거론될 만큼 위대한 감독이다. '역대 최고'라는 수식어를 두고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있지만, '현역 최고' 혹은 '21세기 최고'가 과르디올라 감독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1군 감독 데뷔 시즌이었던 2008-2009시즌 FC 바르셀로나에서 '트레블'을 달성하며 데뷔 시즌부터 고점을 찍은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후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시티를 거치며 유럽 최고의 감독으로 장기 군림하고 있다. 지난 시즌 '트레블' 우승을 달성한 맨시티는 이번 시즌도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프리미어리그 최초 리그 4연패를 이뤘다. 바르셀로나 1군 감독으로 데뷔한 2008-2009시즌부터 15시즌간 감독으로 활약하며 거둔 빅리그 우승만 12번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칭송받는 것은 단순히 성적 때문이 아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등장한 후 과르디올라가 곧 유럽 축구 최신 트렌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르셀로나에서 점유율 축구의 시대를 열었고, 최근에는 '포지셔널 플레이'로 축구 전술사에 또 한 번 혁신을 가져왔다. 전통적인 포지션 개념을 파괴하는 폴스 나인(제로톱), 인버티드 풀백 등도 과르디올라의 팀에서 완성형이 됐다.

과르디올라의 방식은 최신식이면서도 가장 크게 성공한 축구 철학이다. 유럽 축구계는 '펩바라기' 열풍이 더 거세지는 이유다. 유럽 축구 최상단에 있는 빅클럽마저도 과르디올라의 가르침을 받은 지도자를 수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흐름에 불을 지핀 팀이 아스널이다. 아스널은 지난 2019년 맨시티의 수석 코치였던 미켈 아르테타를 선임했다. 선수 시절 아스널에서 주장을 맡았던 적이 있어 팀에 빠르게 녹아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아르테타는 감독 경력이 전무했던 '생초짜'였다.

결과적으로 아스널의 큰 그림은 성공했다. 2년 연속 8위 부진에도 아르테타 감독을 지지했던 아스널은 아르테타 감독 부임 3년 차에 5위로 올라서며 가능성을 보였고, 이후 2년 연속 프리미어리그 준우승을 달성했다. 아스널은 아르테타 체제를 통해 맨시티못지 않은 고급스럽고 선진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팀으로 발돋움했다.

이번 시즌 바이어 레버쿠젠의 독일 분데스리가 '무패 우승'을 이끈 사비 알론소 감독도 과르디올라 감독의 제자다. 지도자로서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가르침을 받은 적은 없지만, 현역 생활 마지막 팀이었던 뮌헨 시절 감독이었던 과르디올라 감독이 자신의 축구 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알론소 감독은 지난 2022년 10월 레버쿠젠 지휘봉을 잡았다. 아스널의 아르테타만큼 극단적이지는 않아도 충분히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당시 알론소 감독은 레알 소시에다드 B팀 감독이었다. 1군 감독 경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알론소 감독은 곧바로 팀을 정상화시키며 강등권에 있던 레버쿠젠을 리그 6위까지 끌어올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그리고 풀타임 첫 시즌인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무패 우승과 DFB 포칼 우승, UEFA 유로파리그 준우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아스널, 레버쿠젠의 성공을 본 다른 팀들도 과르디올라의 제자를 선임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바이에른 뮌헨은 벵상 콤파니 번리 감독을 선임했다. 첼시는 엔조 마레스카 레스터 시티 감독과 최종 협상 단계에 돌입했다. 두 사람 모두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우승이 감독 경력의 유일한 성과일 정도로 감독 경력이 짧고 상위 레벨 검증도 되지 않은 인물이다.

마레스카 감독은 아르테타 감독, 콤파니 감독은 알론소 감독과 유사하다. 마레스카 감독은 맨시티 2군 감독, 1군 수석 코치였다. 콤파니 감독은 현역 시절 맨시티에서 뛰었다. 두 감독 모두 2부리그에서는 공격적이고 세밀한 패스 축구로 우승을 거둔 바 있다. 콤파니의 번리는 지난 시즌, 마레스카의 레스터는 이번 시즌 2부리그 우승팀이다.

다만 마레스카 감독은 1부리그 경력이 전무하고, 콤파니 감독은 이번 2023-2024시즌 번리에서 프리미어리그를 1년 경험한 게 전부다. 그마저도 실패한 시즌이었다. 콤파니 감독의 번리는 이번 시즌 리그 19위에 그치며 2부리그로 강등됐다. 빅클럽 감독을 맡기에는 경력이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두 감독에게 첼시와 뮌헨은 다년 계약을 안기는 초강수를 뒀다.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영향을 받은 또 다른 감독도 향후 빅클럽 진출이 유력하다. 최근 브라이튼 & 호브 알비온을 떠난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도 과르디올라 감독의 열렬한 팬으로 유명하다. 데 제르비 감독은 코치 연수 시절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끌던 뮌헨을 찾아가 가르침을 받았고, 현재까지도 친구 사이로 지내며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돌아보면 과르디올라 감독 역시 파격적인 선임의 결과물이었다. 바르셀로나 B팀 감독이었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다른 성인팀 감독 경력이 전혀 없었음에도 1군 감독으로 승격됐고 데뷔 시즌부터 전설을 썼다.

그렇게 비교하면 2부리그 팀이라도 이끌어본 마레스카와 콤파니, 빅리그 팀을 두 팀이나 맡아본 데 제르비는 경력이 풍부하다. 과르디올라와 알론소는 B팀 감독 경력이 전부였고, 아르테타는 감독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이미 성공 사례가 있기에 마냥 이해 범위를 벗어난 선임이라고 하긴 어렵다. 제 2의 과르디올라, 제 2의 아르테타, 제 2의 알론소를 기대하며 도박수를 던진 빅클럽들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주목된다.(자료사진=엔조 마레스카 감독, 벵상 콤파니 감독)

뉴스엔 김재민 jm@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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