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집안싸움’ 할 줄 알았는데..아직 아쉬운 TEX 특급 기대주들, 언제 비상할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신인왕 '집안 싸움'이 벌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시즌이 전개되고 있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지난해 가을 돌풍을 일으키며 창단 63년만에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핀포인트 전력보강'의 완벽한 성공사례를 쓴 텍사스는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올랐지만 와일드카드 시리즈, 디비전 시리즈,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3연속 '업셋'에 성공했고 월드시리즈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를 제압했다.
지난해 텍사스의 우승을 점친 이들은 별로 없었지만 텍사스는 앞으로 더 강해질 것으로 보였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었고 특히 두 명의 '특급 기대주'가 동반 활약을 예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데뷔해 포스트시즌에서 활약한 외야수 에반 카터, 그리고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전체 4순위 지명을 받은 대학 신인 와이엇 랭포드였다.
텍사스가 2020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50순위로 지명한 2002년생 외야수 카터는 지난해 9월 빅리그에 데뷔했고 정규시즌 23경기에 출전해 .306/.413/.645 5홈런 12타점 3도루의 빼어난 성적을 썼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주전 외야수로 출전해 17경기 .300/.417/.500 1홈런 6타점 3도루의 맹활약을 펼쳤다. 카터의 맹활약은 지난 가을 '언더독'이었던 텍사스의 반전 우승의 큰 원동력이 됐다.
텍사스가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지명한 2001년생 대학 신인 랭포드는 지난해 마이너리그 전 레벨을 거치며 44경기에 출전했고 .360/.480/.677 10홈런 30타점 12도루의 어마어마한 성적을 썼다. 대학리그에서 3시즌 동안 134경기 .363/.471/.746 47홈런 120타점 16도루를 기록한 최고의 타자였던 랭포드는 단 44경기만에 마이너리그를 졸업했고 올시즌 개막 로스터에 합류했다.
지난해 빅리그에서 정규시즌 75타석만 소화한 카터는 올해도 신인 자격을 유지한 선수였다. MLB 파이프라인은 올시즌에 앞서 카터를 메이저리그 전체 5순위, 랭포드를 전체 6순위 유망주로 평가했다. 지난해 이미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카터와 최고의 재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은 랭포드는 올시즌 함께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였다.
구단 역대 3번째이자 2010년 네프탈리 페레즈 이후 처음, 1974년 마이크 하그로브 이후 약 50년 만의 첫 텍사스 야수 신인왕이 탄생하는 시즌이 바로 올해가 될 것처럼 보였다. 전체 1순위 유망주인 잭슨 할러데이(BAL), 3순위 유망주인 주니오르 카미네로(TB)가 있었지만 두 선수 모두 개막 로스터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같은 팀 소속이라는 점 때문에 '표심'이 분산되지만 않는다면 우승으로 상승세를 탄 팀에 소속된 텍사스 듀오가 신인왕 경쟁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지난 가을 누구보다 반짝였던 카터는 시즌 초반부터 부침을 겪었다. 시즌 첫 5경기를 무안타로 마친 카터는 이후 9경기에서 12안타를 몰아치며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듯했지만 다시 내려앉았다. 4월을 .220/.314/.462 5홈런 11타점으로 마친 카터는 홈런은 적지 않았지만 정교함이 뚝 떨어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5월에는 18경기에서 .132/.193/.189 4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허리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45경기 .188/.272/.361 5홈런 15타점. 지난해 보인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카터는 올시즌 한 번도 시즌 타율이 0.250까지 오르지 못했다.
개막전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랭포드는 카터보다 뛰어난 정교함을 보이며 3할 타율로 3월 3경기를 마쳤고 4월 중순까지 2할 중반의 타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장타가 터지지 않았고 타율도 하락하며 5월 초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할 때까지 32경기 .218/.288/.286 1홈런 11타점 1도루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두 선수 모두 세이버 매트릭스 지표도 좋지 않다. 지난해 리그 상위권의 지표를 쓴 카터는 올해 주력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지표에서 리그 하위권에 그치고 있다. 타구 질 자체가 나빠진 것. 랭포드는 세이버 매트릭스 지표에서 카터보다는 앞서지만 역시 주력을 제외하면 리그 평균을 넘어서는 항목은 별로 없다.
두 선수 모두 지금의 성적이 '운이 따르지 않은 결과'는 아니라는 의미다. 냉정히 말해 지금 두 선수는 '단순히 발만 빠른 외야수들'에 불과하다. 4월 중순 데뷔해 10경기만에 마이너리그로 강등된 할러데이보다는 낫지만 객관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특별히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선수도 있지만 어느정도 적응 기간을 거친 후에 기량을 만개하는 선수도 많다. 데뷔 2년차에 징크스를 겪는 선수도 흔하다. 이제 시즌의 1/4 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몸 상태를 추스르고 적응을 마치면 기대했던 만큼의 잠재력을 폭발시킬 가능성도 충분하다.
두 선수의 활약은 텍사스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팀 전력의 핵심으로 자리할 것으로 기대했던 두 선수가 부상과 부침을 겪고 있는 텍사스는 5월 30일(한국시간)까지 시즌 27승 29패, 승률 0.482를 기록했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위지만 승률이 채 5할이 되지 않고 지구 1위 경쟁에서도, 와일드카드 경쟁에서도 3.5경기씩 뒤쳐진 상태다. 팀 평균자책점 전체 17위(4.04)에 그치고 있는 마운드 만큼이나 팀 OPS 공동 14위(0.696)에 머물고 있는 타선도 문제다.
이제 시즌 중반에 접어든 만큼 올라설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팀 성적이 그냥 오를 수는 없다. 선수들이 개인 성적을 반등시키며 팀 성적 향상을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두 루키가 설 때 효과는 극대화 될 가능성이 크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초반을 보낸 텍사스의 두 '특급 기대주'가 과연 언제 화려하게 꽃을 피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와이엇 랭포드와 에반 카터)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번엔 왼쪽..3년만에 또 무릎에 칼 대는 아쿠나, 계속 ‘최고’일 수 있을까[슬로우볼]
- 전화 상용화 후 처음..‘만패는 잊어라’ 질주하는 필라델피아, 올해 일 낼까[슬로우볼]
- 무려 2년 동안 스윕패가 없었다..이제는 ‘진짜 강팀’ 볼티모어 오리올스[슬로우볼]
- 30대 앞두고 드디어? 오타니도 트라웃도 없는 LAA 타선 이끄는 ‘왕년 기대주’ 칼훈[슬로우볼]
- 이제는 반격의 시간? 상승세 탄 샌디에이고, 반전 신호탄 쏜 김하성[슬로우볼]
- 마우어 이후 처음으로? 미네소타 안방의 새 주인 라이언 제퍼스[슬로우볼]
- ‘시즌은 이제부터야’ 반등세 마련한 하위권 팀들, 순위표 변동 시작?[슬로우볼]
- 이물질 적발된 ‘30세 대체선발 깜짝스타’..해프닝일까 부정한 성과였을까[슬로우볼]
- 배트 스피드 가장 빠른 타자는 누구? 더 흥미로워지는 ML 기록들[슬로우볼]
- 이제는 정비공으로..야구 떠나 자동차 선택한 ‘왕년 홈런왕’ 데이비스[슬로우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