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13.50' 국가대표 투수 맞아?…인생 역전 드라마는 끝났나

김민경 기자 2024. 5. 3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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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국가대표 투수가 맞나 싶다. 인생 역전 드라마로 주목을 받았던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26)이 끝 모를 부진에 빠져 있다.

나균안은 30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 90구 6피안타 6사사구 3탈삼진 7실점으로 고전하면서 시즌 7패(1승)째를 떠안았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종전 7.49에서 8.27로 치솟았다. 최하위 롯데는 0-15로 완패하면서 3연패에 빠졌다.

나균안은 시즌을 치를수록 경기 내용이 더 안 좋아지고 있다. 특히 5월은 악몽과도 같았다. 이날을 포함해 5월 5경기에서 3패, 18⅔이닝, 평균자책점 13.50에 그쳤다. 5이닝 이상 던진 경기는 단 하나도 없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찰리 반즈의 부상 이탈로 선발진이 헐거워진 상황에서 나균안이 반등하길 기대했다. 반즈는 27일 좌측 내전근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최소 한 달은 자리를 비울 예정이다. 김 감독은 올 시즌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던 나균안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겠다고 최후 통첩한 상황이었는데, 찰리가 이탈하면서 나균안 한 명도 아쉬워졌다.

김 감독은 "(나균안은) 한 3번까지도 더 기회를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하며 애써 웃은 뒤 "그래도 선발로 던져줘야 되는 선수가, 그래도 (나)균안이가 던지면서 조금 좋아질 것 같다. 한두 번 안 좋으면 조금 더 부담감을 갖고 던지는 것 같은데,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령탑의 바람과 달리 나균안은 자기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1회말 선두타자 김태연에 이어 요나단 페라자까지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무사 1, 2루 위기에 놓였다. 롯데 벤치는 이때 롱릴리프 이인복과 한현희에게 불펜에서 몸을 풀 것을 지시했고, 두 선수는 급히 외야 좌측 담장 뒤에 있는 불펜으로 뛰어갔다.

나균안도 이 장면을 지켜본 걸까. 스스로 위기를 넘기며 마운드에 더 서 있을 시간을 벌었다. 나균안은 다음 타자 노시환을 2루수 병살타로 돌려세우면서 2사 3루로 상황을 바꿨고, 안치홍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이닝을 매듭지었다.

2회말에 선취점을 내줬다. 선두타자 채은성을 또 볼넷으로 내보내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다음 이도윤 타석 때 폭투를 틈타 2루로 내달리던 채은성을 아웃시키면서 1사 주자 없는 상황으로 바꿨다. 이도윤의 안타로 1사 2루가 됐고, 최재훈이 3루수 땅볼로 물러날 때 이도윤이 2루로 갔다. 이어진 2사 2루에서 황영묵이 우전 적시타를 때려 0-1이 됐다.

▲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 ⓒ곽혜미 기자

꾸역꾸역 버티던 나균안은 4회말 결국 무너졌다. 선두타자 채은성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다. 다음 타자 이도윤을 2루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1사 1루가 됐으나 채은성에게 중월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아 0-2로 벌어졌다.

추가 실점이 나온 이후 나균안은 급격히 무너졌다. 계속된 1사 2루 위기에서 황영묵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1, 3루가 됐다. 다음 타자 장진혁을 상대할 때는 폭투까지 저질러 2, 3루가 됐고, 장진혁을 볼넷으로 내보내 1사 만루 위기로 이어졌다. 그리고 김태연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해 0-3이 됐다. 반복된 1사 만루에서는 페라자에게 우익선상 2타점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아 0-5로 벌어졌다.

지켜보던 김 감독은 결국 교체 카드를 꺼냈다. 한헌희가 먼저 나왔다. 한현희는 등판하자마자 1사 2, 3루에서 노시환에게 우중월 3점 홈런을 얻어맞으면서 나균안의 책임주자를 모두 불러들였다. 0-8까지 벌어지면서 추후 추격 의지까지 완전히 꺾였다.

나균안 투수 전환 프로젝트는 성민규 전 단장 시절 롯데가 가장 잘한 업적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았다. 포수로 고전하던 나균안은 투수 전향을 선택했고, 2021년 투수로 처음 1군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3시즌 통산 85경기, 10승18패, 294⅓이닝, 평균자책점 4.28을 기록했다. 2021년 처음 1군 타자들을 상대할 때 평균자책점 6.41로 매우 나빴지만, 2022년과 지난해는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면서 선발투수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온 것을 증명했다.

지난해는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한때 2선발로 중용됐고, 23경기에 등판해 6승8패, 130⅓이닝,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했다. 삼진 114개를 잡으면서 볼넷은 42개만 허용할 정도로 제구도 꽤 안정적이었다. 지난해 10월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돼 금메달에 기여하며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김 감독은 그런 나균안을 박세웅과 함께 국내 선발진의 주축으로 활용하고자 했으나 전혀 기대에 못 미치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김 감독은 반즈의 공백을 이유로 나균안에게 더 기회를 줘야 할까. 김 감독의 인내심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궁금해진다.

▲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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