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올테면 따라와봐!" 43년전 시작된 인터넷 초강국 신화[뉴스속오늘]
삐비비익 삑.."됐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43년 전, 서울대와 구미 연구실 두 곳의 컴퓨터 앞을 지키던 연구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한국을 IT 강국으로 만든 첫 걸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인터넷이 연결된 날이다.
한국의 인터넷 연결 성공은 동북아의 IT 자존심을 세워줬다. 동시에 일본 등 인터넷 도입이 늦은 국가는 상대적으로 디지털 후진국으로 뒤쳐지는 계기가 됐다.
1982년 5월31일은 우리나라에 첫 인터넷이 연결된 날이다. 경북 구미 한국전자기술연구소(KIET)와 서울대 컴퓨터공학에 있던 두 대의 중형 컴퓨터가 각각 고유 인터넷 주소를 할당받아 데이터를 송수신했다.
인터넷 접속 표준 프로토콜인 TCP/IP 방식으로 이뤄진 첫 인터넷 연결이었다. TCP/IP 방식의 인터넷 연결은 아시아에서 최초, 세계에서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처음 인터넷 연결을 했을 때는 글자를 주고받는 정도만 가능했다. 속도도 느렸다. 초창기 국내 최초 인터넷망 SDN(시스템 개발 네트워크, System Development Network)의 데이터 전송속도는 1200bps(초당비트수), 1초당 150글자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국의 인터넷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인터넷의 아버지'가 전길남 박사다. 그는 KAIST 교수 퇴임 이후 현재 일본 게이오기주쿠 대학 객원교수로 재임 중이다.
미국에서 컴퓨터 시스템 설계자로 일하던 그를 1979년 한국이 컴퓨터 국산화 프로젝트를 위해 초빙했다. 그는 초반부터 컴퓨터보단 네트워크 기술의 중요성이 크다고 여겼다. 이에 몇몇 젊은 엔지니어와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연구팀을 이끌고 1982년 구미 전자기술연구소와 서울대학교를 연결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프로토콜 패킷 통신 네트워킹을 만들었다.
미국은 1970년대 인터넷 개발을 시작했지만 군사용 네트워크인 알파넷(ARPANET)에서 현재 표준 방식인 TCP/IP로 전환한 것은 1983년으로, 우리가 더 빨랐다.
한국은 국내 연구자 사이의 기술 교류를 위해 계획적으로 인터넷 연구를 추진했다. 자연발생적으로 네트워크가 생긴 다른 국가와 달리 인터넷 보급 속도가 빨랐던 이유다.
한국의 인터넷 연결은 미국의 인터넷 개방을 이끌기도 했다. 전 교수는 당초 미국 인터넷과 연결하기 위해 라우터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한국이 소련(현 러시아), 중국, 북한 인접국이라는 점에서 거절당했다.
이에 전 교수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라우터(공유기) 대신 미국 인터넷과 연결하는 기술, UUCP(유닉스 시스템끼리 파일을 주고 받는 프로토콜)를 개발했다. 이로 인해 미국 인터넷이 개방됐다. 전 교수는 해당 기술을 일본 등 아시아에 전수하면서 대중화를 이끌었다.
이후 1985년 최초의 PC통신 '천리안' 서비스가 문을 열었고 한글 전자우편 서비스가 개시됐다. 1986년에는 IP 주소와 국가 코드 최상위 도메인 .kr을 할당받아 기관별 IP와 도메인을 할당했다. 전 교수가 1986년 '.kr' 도메인을 위임받아 국가 '.kr' 관리자로 활동했다.
한국의 인터넷 환경은 정부 주도 하에 계획적으로 성장했다. 1994년 김영삼 정부가 전국에 초고속 통신망을 구축하겠다는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기본계획'을 세우면서 한국통신(현 KT)에서 코넷(KORNET)이란 이름으로 WWW기반의 인터넷 상용서비스를 최초로 시작했다. 그러나 느리고, 이용료가 비쌌다.
이후 1999년 김대중 정부가 '사이버 코리아 21' 정책을 펼치면서 전화 기지국을 기반으로 한 광케이블을 설치한 것이 초고속 인터넷망 전국 보급을 이끌었다. 두루넷을 시작으로 메가패스 등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인터넷 대중화 시대가 본격 개막한 것이다.
양대 포털인 다음과 네이버도 이때 등장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무료 웹메일인 '한메일' 서비스를 1997년 시작했고, 1999년 '다음 카페'를 만들었다. 한국 최대 포털인 네이버는 1999년 등장했다. 네티즌 스스로 묻고 답하는 '지식인'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1위 자리에 올랐다.
2000년 당시 1904만명이던 인터넷 이용자 수는 2010년 3701만명을 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가장 최신인 지난 2023년 7월 통계기준 우리나라 만 3세 이상 인구 중 94%인 4774만7000명이 인터넷 이용자로 집계된다.
하지만 컴퓨터 바이러스와 스팸, 인터넷에서의 사생활 침해와 도 넘은 악플, 온라인을 통해 진행되는 무분별한 성폭력과 2차 가해 등은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의 그늘이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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