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 좀 대신" 이런 알바까지 쓴다…돈 빼돌리는 법도 가지가지
[편집자주] 사기 범죄가 늘면서 피해 금액도 증가하고 있다. 돈을 빼돌리기 위한 범죄수익 세탁 방법은 진화하고 있지만 이를 저지하기 위한 인력과 제도는 뒤처져 있는 현실이다. 범죄수익은 반드시 토해내게 돼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사기 범죄를 줄이는 길이다.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사기관의 노력과 제도 개선책을 살펴본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뭔가 이상해요."
지난해 2월 경찰은 A씨로부터 제보를 하나 받았다. 골드바를 대신 구매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는데 어딘가 의심스럽다는 내용이었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북경찰서가 집중 수사를 벌인 결과, 아르바이트 업체는 자금 세탁 일당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저금리 대환 대출을 미끼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뒤 수익을 중국으로 빼돌리려 했다. 아르바이트 직원들 통장을 대포 통장으로 이용해 돈이 들어오면 골드바를 구입하게 한 뒤 2차·3차 수거책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경찰은 추적 끝에 국내 총책 황모씨 등 12명을 검거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해 10월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원 3명과 대만 환치기 조직 조직원 3명을 포함한 총 21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검거하기도 했다. 환치기는 통화가 다른 두 나라에 계좌를 만들고 한 국가의 계좌로 돈을 넣고 다른 국가 계좌로 빼내는 범행 방식을 말한다.
일당이 범죄 세탁을 위해 선택한 것은 백화점 상품권이었다.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은 국내 보이스피싱 범죄 수익금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한 뒤 다시 판매해 1차로 범죄 수익금을 세탁했다. 국내 피해자들의 1인당 피해액은 최소 수백만원에서 최대 1억원에 달했다.
그 다음으로는 대만에 거점을 둔 국제 환치기 조직이 국내에 있는 무등록 환전소를 통해 테더코인이라는 가상자산을 매수한 후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매도하는 방식으로 2차 세탁해 범죄 수익금을 해외로 빼돌렸다.
경찰은 지난해 3월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자금세탁 조직 총책인 권모씨 등 25명을 검거했다. 권씨는 2020년 8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무역 법인, 환전소를 설립하고 보이스피싱 범죄 자금을 무역 대금으로 바꿔 해외로 송금했다. 이후에는 가상자산을 구매해 국내에 보내는 방식으로 1조5000억원 규모 가상자산 환치기를 벌였다.
당시 경찰은 금융 거래 내역, 세무 자료, 통신 자료 등을 모두 분석해 강남 사무실과 을지로 환전소 등 10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범죄 수익 10억원 상당을 압수했으며 범죄 수익 9000만원에 대해서도 추징 보전했다.
대전경찰청 역시 지난해 5월 1조6000억원 불법 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는 40대 총책 등 16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2021년 3월부터 2022년 3월까지 허위 법인 사업자 9개를 설립하고 온라인 결제대행사(PG)로부터 가상계좌 생성 권한을 전달 받아 6만4602개 가상 계좌를 피싱했다. 이후에는 범죄 조직에 이를 유통해 1조6000억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세탁했다.
경찰은 PG 회사를 압수수색하고 계약서, 가상계좌 거래 내역, 민원 관리 엑셀 파일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13억원 상당을 기소 전 추징 보전하기도 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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