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어? 나 수학 좋아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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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수학 수업을 즐겨 들었든 그렇지 않든, 만약 당신이 글쓰기를 잘한다면, 논리적인 언변으로 설득에 능하다면, 인생의 의미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고민하는 것을 즐긴다면, 당신은 수학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은 인간의 사유 체계를 구성하는 철학과 논리학의 발전이 수학에 얼마나 크게 빚지고 있는지 집요하게 논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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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수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삶의 해를 구하는 공부
카를 지크문트 지음, 노승영 옮김 l 윌북 l 2만4800원
학창시절에 수학 수업을 즐겨 들었든 그렇지 않든, 만약 당신이 글쓰기를 잘한다면, 논리적인 언변으로 설득에 능하다면, 인생의 의미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고민하는 것을 즐긴다면, 당신은 수학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다. ‘죄수의 딜레마’로 알려진 게임이론의 선구자인 수학자 카를 지그문트가 쓴 ‘어떻게 수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를 읽은 뒤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이 책은 인간의 사유 체계를 구성하는 철학과 논리학의 발전이 수학에 얼마나 크게 빚지고 있는지 집요하게 논증한다.
고득점을 위한 까다로운 문제풀이로만 여겨지는 수학은 사실 가장 순수한 형태의 언어이며 세계의 구성원리라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이에 따르면 결국 논리학이란 수학의 작동 양식이며, 철학이란 수학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진리에 접근하는 여정이라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책은 학문의 토대가 형성된 고대 그리스부터, 사회계약론·공정성 등 사회철학적 관념이 민주주의 체계를 구성하는 근대, 세계를 빠르게 변모시키고 있는 디지털화 시대에 각각 밑돌처럼 놓여있는 수학적 관념의 변천 과정을 차례로 살핀다. 독자들은 진리란 무엇인가를 탐구한 플라톤이 유클리드의 기하학과 만나고, 어떤 사회가 공정한 것인지 고민한 존 롤스가 파레토 최적과 확률 게임을 도구 삼는 현장들을 마주하게 된다.
기하학적 그림과 각종 수식이 지뢰처럼 도사리고 있는 책이 읽기에 만만치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마라토너들이 극한의 고통 속에 ‘러너스 하이’를 만나듯, 마침내 이 책의 종지부를 찍는다면 분명히 이렇게 외치게 될 것 같다. 어떻게 수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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