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킨과 루이스, ‘판타지 제왕’의 브로맨스 아나키즘 [책&생각]

고명섭 기자 2024. 5. 3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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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영남대 명예교수가 쓴 '순수와 자유의 브로맨스'는 20세기 판타지 작가로 유명한 존 로널드 루엘 톨킨(1892~1973)과 클라이브 스테이플스 루이스(1898~1963)의 삶과 사상과 문학을 비교해서 보여주는 책이다.

특히 삶의 영역에서는 두 사람의 우정에 초점을 맞추었고, 사상의 영역에서는 지은이의 관심사인 아나키즘을 중심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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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우정을 나눈 톨킨(왼쪽)과 루이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순수와 자유의 브로맨스
J. R. R. 톨킨 & C. S. 루이스
박홍규 지음 l 틈새의시간 l 1만7000원

박홍규 영남대 명예교수가 쓴 ‘순수와 자유의 브로맨스’는 20세기 판타지 작가로 유명한 존 로널드 루엘 톨킨(1892~1973)과 클라이브 스테이플스 루이스(1898~1963)의 삶과 사상과 문학을 비교해서 보여주는 책이다. 특히 삶의 영역에서는 두 사람의 우정에 초점을 맞추었고, 사상의 영역에서는 지은이의 관심사인 아나키즘을 중심으로 삼는다. 요컨대 아나키즘의 틀로 포착한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이 책을 관통한다.

톨킨과 루이스는 닮은 점이 아주 많다. 19세기 말에 대영제국의 본토 바깥에서 태어났다는 점부터 닮았다. 톨킨은 영국령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났고, 루이스는 북아일랜드에서 태어났다. 두 사람 다 옥스퍼드대학교 교수가 돼 영문학을 가르쳤고 문학 창작을 병행했다. 톨킨은 ‘호빗’과 ‘반지의 제왕’을 썼고, 루이스는 ‘나니아 연대기’를 썼다. 여섯살 차이인 두 사람은 1926년 옥스퍼드대학교 교수 시절에 만나 절친한 사이가 됐다. 옥스퍼드대학교 안의 ‘잉클리스’라는 문학 모임이 두 사람이 교류한 곳이었다. 매주 목요일 밤 모들린 칼리지의 루이스 방에서 모임이 열렸는데, 1930년대의 어느 날 두 사람은 시중에 읽을거리가 없다고 한탄하다 루이스는 공간 여행에 대해, 톨킨은 시간 여행에 대해 각각 쓰기로 했다. 그것이 뒤에 두 사람의 대표작 집필로 이어졌다.

두 사람이 서로 통했던 것은 문학만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사상에서도 아나키즘에 가까웠다. 루이스는 자신이 어려서부터 학교와 군대에 반항했다는 점에서 “기질적으로 극단적 아나키스트”라고 말했다.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순전한 기독교’에서 루이스는 “기독교 사회는 우리가 지금 좌파라고 부르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의 좌파란 마르크스주의가 아니라 아나키즘이었다. 톨킨은 1943년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모든 통제의 폐지’를 뜻하는 아나키즘에 더욱 기울어지고 있다고 고백했다. 또 자신의 작품 ‘반지의 제왕’이 타자의 자유의지를 지배하려는 의도나 행위가 가장 나쁘다는 것을 말하는 작품이라고 썼다. 두 사람의 아나키즘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기계 문명의 거부다. 두 사람에게 기계 문명이 발흥한 19세기 초엽 이후의 세상은 살 만한 세상이 아니었다. 두 사람 다 현대 문명의 거의 모든 것을 거부했다. 톨킨과 루이스의 이상향은 19세기 이전의 소박한 잉글랜드 시골이었다. “그것을 시간적으로 묘사한 작가가 톨킨이고, 공간적으로 묘사한 작가가 루이스다.” 그 아나키즘 사상을 바탕에 깔고 쓴 작품이 ‘반지의 제왕’이었고 ‘나니아 연대기’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상에는 비판할 부분도 없지 않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이를테면 인종편견으로 비칠 수 있는 묘사가 그런 경우다. “그들의 작품은 전통적인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는데, 선은 흰색, 악은 검은색이나 황색으로 형상화된다.” 색에 대한 차별은 백인 우월, 비백인 열등이라는 편견과 무관하지 않다. 또 기독교를 다른 종교보다 우월한 것이라고 본 것도 두 사람 사상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약점을 감안하더라도 두 사람이 ‘무소유와 무권력을 향한 자유와 평등의 우정공화국’을 향해 나아간 것은 분명하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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