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극동에서 아프리카까지, 바다는 늘 연결되어 있었네

최원형 기자 2024. 5. 31. 05: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의 유전자 분석 결과는 섬 동쪽 사람들의 기원이 아시아 쪽에 있음을 가리킨다.

아프리카 동쪽 해안에서는 아시아에서 수출하는 도자기들이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여러 증거들은 전근대 시대부터 아프리카와 아시아 사이의 바다에 연결고리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전까지 조각조각 연결되어 있던 지역들이, 서쪽으론 보스포루스해협부터 동쪽으론 동북아시아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고 의존하는 거대한 '식민지 회로'로 거듭난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치경제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는 남중국해의 지도. 구글지도 갈무리

아시아 500년 해양사
세상을 이은 바닷길을 읽는 여섯 가지 관점: 연결·무역·종교·도시·산물·기술
에릭 탈리아코초 지음, 이재황 옮김 l 책과함께 l 3만5000원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의 유전자 분석 결과는 섬 동쪽 사람들의 기원이 아시아 쪽에 있음을 가리킨다. 이들이 쓰는 말라가시아어는 말레이어와 함께 오스트로네시아어족에 속한다. 아프리카 동쪽 해안에서는 아시아에서 수출하는 도자기들이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여러 증거들은 전근대 시대부터 아프리카와 아시아 사이의 바다에 연결고리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인도양 중앙을 빠르게 흐르는 ‘프리처 해류’는 이 믿을 수 없이 긴 항해를 가능하게 한 주요 환경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5세기 중국 명나라 때 정화가 대규모 선단을 이끌고 아프리카까지 진출해 기린을 싣고 돌아온 성과 역시 오랫동안 이어져 왔던 ‘아시아의 바닷길’ 전통 위에서 가능했다.

역사학자 에릭 탈리아코초(코넬대 교수)는 ‘아시아 500년 해양사’에서 15세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아시아 바닷길의 모습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살핀다. 하나의 시간적 흐름에 구애받지 않고, 마치 아코디언을 오므렸다 펴는 것처럼 동남아시아 해양 도시들의 형성, 바닷길을 규정한 정치와 경제의 힘, 제국주의 국가들의 전략, 해산물·향신료 같은 물산뿐 아니라 종교의 전파, 등대와 지도의 구실 등 다양한 테마들을 때론 넓게, 때론 좁게 넘나든다. 이런 방식은 수많은 행위자들이 조각조각 참여하면서도 결국은 하나의 거대한 회로를 이뤄온 아시아 바닷길의 특성을 드러내는 데 맞춤해 보인다.

오랫동안 바닷길을 활용한 무역에 의존해 살아오며 그에 걸맞은 형태로 발전해온 동남아시아 해안의 주요 도시들의 모습이 주목할 만하다. 이런 도시들은 흔히 지배자 바로 아래에 ‘샤흐반다르’(항구의 주인)라는 외국인 관리를 뒀는데, 이들은 자신이 소속된 도시국가를 대신해 무역을 끌어들이고 관리하고 선전하는 구실을 했다. “대외 지향성, 감수성, 외부인을 수용할 의지와 능력, 그리고 이런 것들이 만들어낸 다문화주의”를 여기서 엿볼 수 있다. 무역과 교류가 중요했기에 전근대 동남아 정치체들에선 정치권력과 상업권력이 한몸이었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유럽 제국주의의 도래는 전근대 시기부터 이어져 온 자유로운 무역에 새로운 강제력을 더함으로써 아시아 바닷길의 현실을 바꿔놓았다. 이전까지 조각조각 연결되어 있던 지역들이, 서쪽으론 보스포루스해협부터 동쪽으론 동북아시아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고 의존하는 거대한 ‘식민지 회로’로 거듭난 것이다. 지은이는 유럽인의 패권이 16세기 초 첫 만남에서 총으로 위협해 한번에 얻어진 것이 아니라, 350년 동안 아주 서서히 이뤄졌다고 지적한다. 또 영국이 포르투갈·네덜란드 등 경쟁자들을 제치고 패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무역의 이익에만 매달리지 않고 핵심 지역들에서 생산수단들을 장악해나가는 등 “정책과 무역을 한데 묶”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