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집, 가족

최원형 기자 2024. 5. 3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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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스웨덴 국립미술관이 소장한 작품 70여점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스웨덴의 '국민 화가'라 불리는 칼 라르손(1853~1919)의 그림들이 특히 인기가 많았는데, 그는 스웨덴의 호젓한 마을에 아내와 여덟 자녀들과 함께 가꾸고 만든 집에서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일상을 마치 공예품처럼 섬세하고 단아한 그림으로 많이 남겼답니다.

그렇지만 오직 집과 가족으로부터만 찾을 수 있는 따스함이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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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
칼 라르손의 그림 ‘독서하는 리스베트’(1904). 위키아트 갈무리

얼마전 스웨덴 국립미술관이 소장한 작품 70여점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이른바 19세기 ‘북유럽 인상주의’ 경향에 참여했다는 여러 화가의 그림들을 구경할 기회였습니다. 야외에서 직접 빛을 관찰하며 그리는 ‘외광 회화’의 영향을 받아, 북유럽 특유의 광활하고 고요한 자연과 소중한 일광을 그대로 캔버스에 담아내려 한 각양각색의 시도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늑한 빛’이라는 소주제 아래 묶인, 실내를 그린 그림들도 흥미로웠습니다. 스웨덴의 ‘국민 화가’라 불리는 칼 라르손(1853~1919)의 그림들이 특히 인기가 많았는데, 그는 스웨덴의 호젓한 마을에 아내와 여덟 자녀들과 함께 가꾸고 만든 집에서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일상을 마치 공예품처럼 섬세하고 단아한 그림으로 많이 남겼답니다. 화려한 장식 없이 소박한 가구들과 그속에서 독서에 몰두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따뜻한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북유럽은 밤과 겨울이 길기 때문에 사람들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고, 그에 따라 자연히 집과 실내 공간에 대한 관심이 크다지요. 가구회사 이케아가 왜 칼 라르손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 듯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집, 그리고 가족은 때로 개인을 옭아매고 질식시키는 낡은 굴레로 인식되곤 합니다.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부장제는 사유재산과 국가 지배에서 벗어난 가족이란 게 있을지 회의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오직 집과 가족으로부터만 찾을 수 있는 따스함이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것이 결국 환상이라 할지라도요.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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