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이 등산로에…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짝짓기 위해 곳곳 출몰해 주의보
56마리는 현재 위치 추적 안돼
최근 지리산국립공원 연하천 대피소 인근에서 등산객이 야생 반달가슴곰과 마주친 일이 있었다. 짝짓기 시기를 맞아 반달가슴곰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등산로까지 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20여 년에 걸친 복원 사업 끝에 반달가슴곰 개체수를 늘리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복원 과정에서 서식지 통제 등 인간을 보호할 안전 장치는 마련해놓지 않아 인명사고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30일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지리산·덕유산 일대에 야생 반달가슴곰 89마리가 살고 있다. 반달가슴곰은 무분별한 사냥과 서식지 파괴로 멸종 위기에 처했다. 1997년 지리산에서 목격담이 전해지면서 이듬해 정부가 탐사를 시작, 5마리가 발견된 것을 계기로 2004년부터 본격적인 복원 사업이 시작됐다.
초반엔 농가에서 기르던 새끼 곰을 야생에 풀어놓는 식으로 복원이 이뤄졌다. 야생 적응에 실패하면서 지리산에 푼 새끼곰 34마리 중 13마리가 죽었고, 1마리는 실종, 4마리는 부적응으로 복원 센터에 돌아왔다. 그렇게 부침을 겪다가 최초 방사한 새끼 곰 중 일부가 자라 어른 곰이 됐고, 야생 번식에도 성공하면서 개체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초 2020년까지 50마리가 목표였으나 2018년에 이미 56마리까지 늘어났다.
반달가슴곰의 수명은 평균 25년이다. 복원 사업 시작 후 인간 손에서 길러져 야생으로 돌아간 ‘1세대 반달가슴곰’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그 대신 야생에서 번식한 2세대, 3세대 반달가슴곰이 늘어나고 있다. 인간에 거부감이 덜하던 세대가 사라지고, 야생성이 강한 세대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복원 작업 당시 물리적 공간이 넓어야 한다는 이유로 서식지를 제한하지도 않았다. 2017년 6월엔 지리산에서 방사한 수컷 반달가슴곰이 90여㎞를 이동해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 곰은 2018년엔 수도산에서 70여㎞ 떨어진 구미 금오산에서 발견됐고, 2022년엔 경남 합천에서 충북 보은으로 56㎞를 혼자 이동하기도 했다. 곰 발견지 인근 민가와 등산로에 ‘곰 주의보’가 내려졌지만 사람이 조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가슴에 초승달 모양 흰 털이 있어 ‘반달가슴곰’으로 불리는 이 곰의 정식 명칭은 ‘아시아흑곰’이다. 수컷 어른 곰은 몸길이가 평균 130~190㎝에 달하고, 200㎝ 이상으로 크기도 한다. 달리기도 시속 50㎞로 빠른 편이다. 아직 국내에선 반달가슴곰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일본에선 2016년 반달가슴곰이 산나물을 캐던 사람을 습격해 4명이 죽고 2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적은 종(種)이라 친근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어디까지나 사나운 맹수인 것이다.
방사한 반달가슴곰 대부분은 위치 추적기를 달아 관리 중이다. 하지만 배터리 방전 등 문제로 현재 위치나 경로를 알 수 없는 반달가슴곰은 56마리(63%)에 달한다. 환경부는 현재 89마리 반달가슴곰의 서식지를 지리산과 덕유산 일대로 파악하고 있지만, 두 곳을 벗어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겨울잠에서 깬 반달가슴곰은 5~6월 번식기에 돌입해 서식지를 벗어나 넓은 반경에서 구애 활동을 한다. 곰이 나오리라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곰과 마주할 수 있는 셈이다.
향후 10년 내로 반달가슴곰 개체 수는 100마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는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방향을 ‘번식’에서 ‘서식지 관리’로 전환한 상태다. 곰 서식지가 어디까지 넓어졌는지 파악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부 조사에서 반달가슴곰이 등산로 반경 20m까지 접근해 머문 비율은 0.8%, 200m는 9.8%, 500m 이상 떨어져 활동한 건 89%로 파악됐다. 등산로에서 곰과 마주칠 확률은 1%가 채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달가슴곰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작년에만 23건을 기록하는 등 매년 수십건씩 발생하고 있다. 일본 사례처럼 곰이 농작물을 채취하는 인간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반달가슴곰의 겨울잠
반달가슴곰은 나무굴·바위굴 등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12월쯤 겨울잠에 들고 이듬해 4~5월쯤 깬다. 곰의 겨울잠은 ‘얕은 잠’이라서 환경 변화에 따라 자고 깨고를 반복한다. 배 속에 새끼를 품은 암컷은 11월 말쯤 이른 겨울잠에 들어 동면 기간 중 출산해 잠과 육아를 병행한다. 잠에서 깬 후 암컷은 서식지에 머물고, 수컷은 짝짓기를 위해 활동 반경을 넓혀 구애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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