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10조 잭팟'… 중동 리스크 문제 없나

정영희 기자 2024. 5. 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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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누적 해외건설 실적 132억1000달러… 중동 74.2%
국내 건설업체, 유럽·중앙아시아 등으로 활로 개척 시도
올해 4월 기준(누적) 해외건설 수주는 전년 동기(77억7000만달러) 대비 70% 높은 32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삼성E&A(규 삼성엔지니어링)와 GS건설, 삼성물산이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이뤄낸 결과라는 분석이다./사진=뉴시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해외로 발 빠르게 움직인 대형 건설업체들이 지난달 역대급 수주에 성공하며 '깜짝' 실적을 냈다. 올해 해외 건설 수주 목표를 달성하기에 무리가 없는 상황이지만 이스라엘·이란 분쟁 등 '중동 리스크'가 날로 격화되면서 사업 다각화가 필수적인 시점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3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전년 동기(16억6000만달러) 대비 4배 이상 많은 76억9000만 달러(약 10조5253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1년 동안 벌어들인 총 수주액(333억1000만달러, 한화 43조8061억원)의 4분의1가량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올 초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반토막나며 정부가 목표 수주 금액으로 내세웠던 400억달러(약 52조4000억원) 달성에 빨간불이 켜진 바 있다. 1~2월 누적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총 21억5000만달러(약 2조8200억원)로 41억6000만달러(약 5조5000억원)를 달성했던 지난해보다 48% 줄었다. 그러나 4월 중동에서 '잭팟' 수주에 나서며 목표 달성 안정권에 안착했다.

지난달 36개국에서 61개 건설업체가 31건의 수주고를 올렸다. 수주액이 가장 높은 건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Saudi Aramco)가 발주한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패키지'(Fadhili Gas Increment Program Package) 공사다. 1·4번은 삼성E&A(구 삼성엔지니어링)가 약 60억달러(한화 약 8조원)에, 2번은 GS건설이 약 12억2000만달러(한화 약 1조6000억원)에 각각 수주했다.

삼성물산은 대만 등에서 기존 사업지의 공사비 증액 영향으로 총 2억6000만달러(3.4%)를 수주했다. 이들 3개 업체의 해외 수주 금액은 지난달 전체 수주액의 대부분인 98.5%를 차지했다.

금융비용 증가와 공사비 인상 등으로 국내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지자 다수의 대형 건설업체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해외로 시선을 돌렸다. 소형모듈원전(SMR)과 액화천연가스(LNG), 수소 플랜트, 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1분기 현대건설은 파나마 메트로 3호선과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등 해외 대형 현장 공정을 강화하면서 전체 대비 해외 매출 비중이 46.3%로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8% 올랐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7% 오른 8조5450억원을, 영업이익은 44.6% 증가한 250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해외 수주 덕을 봤다. 1분기 매출액(5조5840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21.4%, 영업이익(3370억원)은 15.4% 늘어 3370억원으로 집계됐다.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 등 그룹사 물량과 카타르 태양광발전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해외 매출 비중을 45.6%로 올렸다.

일각에서는 국내 건설업체들의 중동 의존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총 333억1000만 달러로 중동 114억달러(34.3%)를 수주했다. 국가별로 사우디아라비아(95억달러)가 미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1분기 수주액 55억2000만달러의 절반인 24억달러(44%)가 중동 자본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커지면서 유럽·아프리카 등에 물꼬를 터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이란에 지사가 있는 건설업체 직원들이 일시 귀국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대우건설은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팀코리아를 구성해 30조원의 체코 원전건설사업 입찰에 참여했다. 오는 6~7월 공개 예정인 입찰 결과에 따라 2분기 실적이 갈릴 전망이다.

투르크메니스탄 비료 공장을 비롯해 이라크 해군기지 사업과 리비아 인프라 복구 등 토목 부문의 수주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뉴저지 등 북미,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축으로 개발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장은 "전쟁 등 지정학 불안 심화와 중국 경기 둔화, 고금리 등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어 건설업계는 리스크 관리방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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