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잡은지 3년만에 태극마크… 반효진 ‘제2 여갑순’ 꿈꾼다

진천=김정훈 기자 2024. 5. 3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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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진짜 난리가 났었다. 어머니는 좋아서 소리를 지르면서 우셨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사격 국가대표팀 막내 반효진(17)은 두 달 전 태극마크를 처음 달던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총을 처음 잡은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반효진은 3월 31일 끝난 여자 10m 공기소총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반효진이 처음 출전해 1위를 했던 대구시장배 대회는 도쿄 올림픽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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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친구 소개로 사격 입문
올 국대 선발전서 1위 ‘올림픽티켓’
“겁없이 한게 좋은 결과로 이어져”
‘여고생 총잡이 신화’ 재현 기대감
17세 반효진은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사격대표팀의 막내이자 유일한 고교생이다. 2021년 처음 총을 잡은 뒤 3년 만에 태극마크를 단 반효진은 여갑순(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금메달) 강초현(2000년 시드니 대회 은메달)에 이어 ‘여고생 올림픽 메달리스트’에 도전한다. 진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다들 진짜 난리가 났었다. 어머니는 좋아서 소리를 지르면서 우셨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사격 국가대표팀 막내 반효진(17)은 두 달 전 태극마크를 처음 달던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럴 만도 했다. 대구체육고 2학년인 반효진은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출전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했다. 총을 처음 잡은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반효진은 3월 31일 끝난 여자 10m 공기소총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가대표 2명을 뽑는 선발전에 모두 38명이 참가했는데 고교생은 반효진이 유일했다. 선배들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단 반효진은 “나는 그냥 덤덤했다. ‘내가 뽑혔네’ 하고 그냥 넘어갔다”며 “나는 떨어져도 잃을 게 없으니까 겁 없이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반효진이 태어나서 총을 처음 잡아본 건 중학교 2학년이던 2021년 7월이다. 같은 학교 사격부 소속이던 ‘절친’이 “같이 운동하자”고 권해 사격부에 들어갔다. 그리고 한 달 조금 지나 출전한 대구시 지역대회에서 덜컥 1위를 했다. 반효진은 “내가 진짜 사격이랑 잘 맞나 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며 “처음 나간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니 처음엔 반대했던 부모님도 적극적으로 밀어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변에서도 다들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해줘 진학할 때 체육고등학교를 선택했다.

반효진은 어릴 때 놀이공원이나 오락실 같은 곳에서도 총 한번 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또래 사격 선수들에 비해 늦게 총을 잡았지만 뒤처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반효진은 “내가 또래들보다 1, 2년 늦게 시작했어도 남들보다 두 배 더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히려 각오가 남달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반효진이 충북 진천선수촌 훈련장에서 공기소총으로 10m 거리에 있는 표적을 겨누는 모습. 진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반효진은 재능을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세호 사격 대표팀 코치는 “사격은 하체를 고정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효진이는 신체 밸런스가 아주 좋다”며 “기술적인 면에서도 그동안 국가대표팀을 거쳐 간 톱클래스 선수들 수준”이라고 했다.

반효진이 처음 출전해 1위를 했던 대구시장배 대회는 도쿄 올림픽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열렸다. 그는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사격 대표팀 선수들을 보니까 너무 멋있었다. 그때부터 ‘나도 제대로 해봐야겠다’ 하고 다짐했던 것 같다”고 했다.

반효진의 파리 올림픽 1차 목표는 결선 진출이다. 그는 “아무래도 뛰어난 선수들이 많으니까 우선은 결선에 오르는 게 목표”라며 “결선에 오르면 그다음엔 메달을 목표로 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정범식 대한사격연맹 부장은 “효진이가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적은 아직 없지만 파리 올림픽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여자 공기소총은 여갑순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 강초현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종목이다. 당시 두 선수 모두 고등학생이었다.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반효진에게 기대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반효진은 “앞으로 나이는 어리지만 총만 잡으면 어려 보이지 않는 선수, 포스가 있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진천=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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