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외신에 비친 은둔형 외톨이 청년
전쟁을 피해 다녀야만 했다. 홀로 아들을 키운 어머니의 바람이어서다. 휴전 후 따가운 눈초리를 피할 길이 없었다. 직장에서도 그랬다. 그래서 선택한 게 도피였다. 김승옥 작가 ‘무진기행’의 주인공 이야기다.
1960~70년대 산업화 시대에도 은둔하는 청년들이 상당했다. 병역 기피가 요인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사연도 많았다. 1980년대 들어 민주화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공안 당국의 감시를 피해 외딴 시골이나 벽지 등으로 은신했다. 나라의 미래였던 청년들의 안타까웠던 민낯이 그랬다.
외신이 집에 숨어 지내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짚었다. 사회적 관계를 단절하고 정서적으로 고립된 채 살아가는 21세기 은둔 청년들을 조명한 셈이다. 헤드라인도 요란하게 달았다. ‘움츠러드는 삶: 일부 젊은이들이 세상에서 물러나는 이유’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으로 한국의 19~34세 인구 중 2.4%가 은둔형 외톨이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 24만4천여명 규모다. 전문가들은 은둔 청년 증가와 관련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 속한 많은 이들이 ‘완벽주의적 걱정’을 하는 성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비판에 민감하고 지나치게 자기 비판적이며 실패를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낙담하고 불안해한다고 진단했다. 청년소외문제에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대가족이었고 형제자매가 많아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는데 생활 환경이 바뀌면서 예전보다 공동체적 관계 형성 경험이 적다”고 짚었다. 외신은 “정부와 단체들이 은둔형 외톨이 젊은이들의 사회 재진입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둔형 외톨이 청년이 우리만의 현실은 아니다. 젊은이들이 어깨를 활짝 펼 수 있도록 하는 건 어른들의 마땅한 의무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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